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깜두! 너는 정말 유니크한 고양이었어.

비탄 |2012.03.20 13:06
조회 570 |추천 6

깜두! 너는 정말 유니크한 고양이었어.

 

용아도 무릎냥이, 엄마바라기에...

손만대면 그릉대는 쉬운?고양이었지만

 

넌 정말 유니크했어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목덜미도 아닌 머리만 몇번 쓰다듬어줘도

행복한 표정으로 딱딱한 마룻바닥에 꾹꾹이를 남발하던 고양이었어

- 푹신한데 꾹꾹이를 한다는 내 상식을 깨부셨어 -ㅁ-;;

 

안돼! 하고 말하면 움찔대고

두세번의 안돼! 만으로 버릇이 고쳐지는 똑똑한 고양이었어

 

 

 

 

 

 

엄마가 컴퓨터의자에 앉아 넋놓고 있을때

뒤에서 '먀~?' 하고 예의바르게 불러주던 고양이었어

 

부르길래 "깜두 왜?" 하고 돌아보면

의자에 앞발을 얹고 "미얌~?"하고 한번 더 물어보는 고양이었어

 

"깜두야 왜? 올라오고 싶어?" 하면

세번 물어보는 일 없이 바로 무릎위로 기어오르던 고양이었어

- 너는 뒷다리힘이 약해서 앞다리에 힘을 팍 주고 매달렸었지

 

그리고 튼실한 엄마의 허벅지에 꾹꾹이를 해주던 고양이었어

- 근데 엄마는 허벅지가 좀 예민해서;;;

 

 

 

 

 

 

엄마가 오래 앉아있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꾸어도

전혀 굴하지 않고 무릎위의 자리를 지키던 고양이었어

 

엄마가 다리가 저려서 너를 내려 놓았을때

다음 무릎은 아빠로 선택하는 배려깊은 고양이었어

 

 

 

 

 

 

소심하고까칠한 용아누나가 펀치를 날리면

접혀있는 귀마냥 얌전히 몇대 맞아주던 고양이었어

 

용아누나가 좀 많이 때린다 싶으면

오른발 번쩍! 들어서 딱 한번 휘저어서 누나앞발을 막아내고 한숨한번 쉬던 고양이었어

- 여주인공의 투닥투닥을 맞아주다 ... 아휴... 순정만화의 한장면 같았어

 

 

 

 

 

 

 

집에 손님이 와도 쇼파에 늘어져서 신경도 안쓰던 고양이었어

만져도 만져도 참아주던 고양이었어

발바닥을 간질여도 쳐다만 보던 고양이었어

처음보던 사람이 계속 끌어안고 다녀도 무던히 버텨주다... 영 귀찮으면 슬그머니 빠져나가던 고양이었어

 

그런데 오뎅꼬치를 아무리 빨리 흔들어도 잽싸게 낚아채 털을 삼켜버리던 야성미를 흘리던 고양이었어

그런데 쥐돌이 낚싯대를 미친듯이 뺏아가도... 조용히 노리다 한입에 물어서 ... 헐....

텁! 휘릭~ 텁! 휘릭~ 텁! 통째로 삼키려 들던 너였어.... 이빨에 박힌 쥐돌이를 안전하게 빼느라 진땀도 같이 뺐지

넌 정말 뛰어난 사냥실력을 가진 고양이었어

- 아참... 결국 쥐돌이 껍질 벗겨 먹었더라...

 

 

 

 

 

 

한마리 흑표범처럼 슬렁슬렁 걸어다니다가

동물의 왕국 한장면처럼 털썩 주저앉아서 잠들던 고양이었어

 

잠들때 모양은 머리큰 사자한마리였는데

한참후에 보면 뒤집혀서 혀내밀은 못난이 고양이었어

 

 

 

 

 

 

 

 

오랫만에 컴앞을 벗어나 마루에 앉아 있으면

아빠는 엄마무릎베고 그릉대고?

누나는 엄마앞에서 쓰다듬 받으며 그릉대고

깜두 너는 엄마옆자리라도 차지하겠다고 나도나도 쓰다듬어달라고 부비적댔지

- 하아... 이노무 인기는...

 

 

 

 

 

 

 

 

 

 

 

아파트 토요일 장날에

너를 보고 "야옹아 이리와~"하고 불렀을때

 

너는 내 무릎을 살짝 짚고

내 품안으로 가볍게 날아들어왔지

 

너무너무 말라서 위로 둥실 떠오를까봐

더욱 더 꼭 끌어안았었어

 

병원에 데려가서 이것저것... 검사비로 20만원 나왔을때

솔직히 좀 짜증났었어

업둥이게시판에서 하나 데려오는게 더 싸게먹히겠다고 투덜댔었지

 

우리집에 온지 한달만에

넌 병원에 입원하고

초음파, 엑스레이... 혈액검사...

결국 긴급수술을 받았지

 

길에서 주워온

한달남짓밖에 같이 살지 않은

그런 고양이의 수술비로 90만원은 작은게 아니었어

 

아마 4년넘께 함께한 용아였다면

너한테만큼 아깝다고 생각 안했을꺼야

미안해...

 

나도 몸이 아파서 직장을 그만두고 쉬고 있었어

내 고통이 더 컸고

내 비어있는 잔고가 더 속상했어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서...

미안해

 

 

 

 

 

 

 

 

 

 

 

 

 

그냥 수술만 하고 나으면 될줄 알았어

너는 당뇨였고

평생케어 해야 한댔어

 

입원한 8일 내내 아침마다 주사바늘 꽂고 피를 뽑아가도

너는 선생님 무릎에서 그릉대던 그런... 그런 고양이었어

 

사실 니가 너무 얌전해서...

선생님이 입원비도 많이 깎아주시고

니가 소변줄을 뽑아버렸지만 재수술도 그냥 해주시고...

넌 잘 모르겠지만

튼실해서 씨좀 많이 뿌렸겠다고 칭찬받던...

너의 땅콩도 그냥 따주셨어

- 선생님이 비밀로 해달라고 하셨어 알았지?

 

인슐린처치비용이 비싸서

최대한 처방식으로 해결되길 바랬어

- 처방식도 꽤나 비쌌다구

 

근데 길냥이식탐을 가진 너에게 제한급식은 고통이었겠지

온몸에 뼈밖에 만져지지 않던 너에게 저탄수화물식은 힘들었겠지

 

배고픔을 참지 못해 사료봉투를 습격한 네겐 잘못이 없어

그걸 발견하고도 매정하게 뺏지 못한 내게 잘못이 있어

그게 금요일이었지

 

뒷다리가 후들대던 널 기억해

하루종일 기운없이 누워있다가

간신히 일어나서 물한모금하고 또 누웠지

 

의사선생님이랑 통화도 해봤지만

난 이미 늦었다는걸 자연스럽게 느꼈어

 

쓰다듬어주고 말걸고 목긁어줬지

그게 토요일이었어

 

바보같은 고양이

그렇게 목긁어주는게 좋았어?

 

새벽2시반까지 만져줬어

결국 난 잠들고 말았지

더 버텼어야 했는데....

 

아니... 네가 버틴거였니?

내가 너무 오랫동안 만져줘서...

고통속에서도 끈을 놓지 못하고 버틴거였니?

 

아침에 너는 차가웠어

너무 딱딱하고 차가웠어

아마... 내가 자러 가고 얼마 안되서 였을꺼라 생각해

 

너만큼 작은 상자에

엄마가 입던 옷과

네가 깔던 방석과

누나와 함께쓰던 밥그릇을 넣어줬어

 

사료를 한줌 넣어줬어

또 한줌 넣어줬어

또 한줌 넣어줬어

울면서 울면서 계속 넣어줬어

 

보다못한 아빠가 엄마를 말리더라...

 

 

 

 

 

 

 

 

 

 

 

 

깜두야

이나라 법이란게 널 규격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려야 한대

근데 난 그렇겐 못하겠더라

 

어제 시장에가서 대추나무묘목을 한그루 사왔어

오늘 아빠가 회사에서 삽한자루 빌려온다고 했어

이따가 같이 뒷산에 가자꾸나

대추나무에 네가 걸던 목걸이를 걸어줄께

 

두달간 너에게 못해준것만 기억나

 

하얀 모니터에 까만 글자로 이렇게 너를 떠나 보낸다

 

 

 

추천수6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