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하십니까 남자분들,
서울에서 직장 다니고 남자고, 이제 막 30세가 된 30대 막내 이니 긔엽게 봐주세요.
정말 오랜만에 톡 올리는데, 그냥 여기에 쓰면 사천오백만 인구중에
그 누군가는 나의 이 안타까운 심정을 알아주지 않을까 해 내 이리 글을 남깁니다.
얼마전에 여자친구와 헤어짐 직전까지 갈 정도로 대판 싸웠던 억울한 사연이 있답니다.
아시다시피 나이도 나이인지라 애들처럼 기분나쁘면 헤어지자고 하고,
다시 화해하고 또싸우고, 어쩌고 저쩌고 할 나이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나이 삼심에 그 무슨 못난 모습이랍니까?
그래서 그런 추태를 보이지 않고자 서로를 존중하고 인격적으로 대우하면서 잘 만나왔는데...
사건의 발단은
어느날 아침에 시작 되었지요 ㅡ ㅡ
그냥 다른때랑 똑같이 출근하려고 세면대 앞에서 거울앞에 섰는데, 아니 이게 누구야?
그날따라 아침에 자란 수염이 간지폭풍작살로 거뭇거뭇 왜이리 죽여주게 멋있어 보이는지!!
갑자기 밀기가 싫더라 이겁니다. 왜? 내 수염이니까. 내꺼니까. 간지폭풍작살로 보이니까.
그래서! 안밀었지요. 암요! 아무렴요! 간지폭풍작살 수염을 누가 쉽게 밀겠습니까?
오늘 하루 눈에 비친게 다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더라도,
남자가 가끔 수염 기르고 싶을 수 있는거 아닙니까. 이게 뭐 잘못입니까?
.
.
.
근데..
잘못이랍니다...
이거슨 굉장히 큰 잘못이랍니다...
여자가 머리 기르는건 되고, 남자가 수염 기르는건 안된답니까?
남자도 꾸미고 화장도 하고, 그루밍 트렌드인데 왜 안된답니까?
하지만!
굳세어라 남자야! 너로부터 시작되리! 수염은 본능인 것이다.
임금도 기르고, 내시도 기르고, 평민도 길렀던 간지의 화룡점정은 홍익인간도 알았다!
우기고 한달을 길렀습니다.
요러고 다녔죠.
관리가 생명인지라 필립* 트리머도 질렀습니다.
거의 장기화 컨셉으로 굳히기 하던 찰나였죠.
그런데 어느날...
도저히 안되겠답니다. 은근 어울리는데 왜? 대체 왜?
그러니까 오케이 알겠답니다. 오케이 알겠고, 그런데 싫답니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나는 싫답니다.
너도 파마한거 안어울리는데 어울린다고 해줬잖아!
그럼 너도 나 수염 안어울려도 어울린다고 해줘야지!
라고 엄청나게 싸우고 싶었지만,
겨우 한달 버티고 깔끔하게, 언제 그랬냐는듯이 밀었습니다...
그래요...그런거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수염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요?
창조주가 간지나라고 열심히 구상해서 만들어 주신걸
왜 자꾸 밀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ㅠㅠ
다른 여자 분들도 남자친구가 수염 기르는거 싫은가요? 왜 싫어요?
하지만! 언젠가 다시 도전해 보렵니다.
이땅의 그루밍족들이 일어나는 그날을 위해! 기꺼이 선구자가 되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