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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아, 다시 경제가 문제야!

김일겸 |2012.03.26 16:50
조회 46 |추천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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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들아, 다시 경제가 문제야!
- MB정부의 내팽겨쳐진 민생경제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물가, 전월세, 성장률, 실업률, 청년실업률, 소득분배율, 환율, 무역수지, 국민소득, 재정적자, 국가부채, 가계부채, 금리, 엥겔지수, 지니계수….

이해가 어려운 전문 경제용어들이 아니다. 하나하나 모두가 서민 살림살이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들이다.

우선 엥겔지수 하나만 보자. 총가계 지출액 중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일정 소득수준 이상이 되면 소비가 더는 늘지 않기 때문에 국민소득이 높아짐에 따라 엥겔지수는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 엥겔지수가 6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국민소득 자체는 높아졌다는데도 그렇다. 더구나 소득 하위 가구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체 가구가 다 그렇다.

우리가 현진건이 말하는 ‘술 권하는 사회’여서 그럴까. 하지만 불행하게도 엥겔지수를 계산할 때 음료 중에서 술(주류)은 제외된다. 서민들이 많이 마시는 소주까지 포함하면 엥겔지수가 훨씬 높을 것이 분명하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3.6%라고 발표되었다. 2008년 2.3%, 2009년 0.3%, 2010년 6.2%이어 나온 결과이다. 경제성장에 올인하겠다던 현 정부의 성적표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경제성장률 5.2%에 대해 ‘중국의 절반 밖에 안 된다’고 맹공을 퍼부었던 사람들은 다들 어디로 갔는가? 우리가 0.3%성장한 2009년도에도 중국은 9.2% 성장했다.

중국은 그렇다 치자. 선진국들은 성장률이 낮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최고 선진국인 독일이 2011년도에 3% 성장했다. 747은 어디로 날아 갔는가?



추락한 747, 엥겔지수만 날았다

최근에 발표된 고용지표를 보면, 한참 일해야 할 젊은이들(15-39세)의 일자리 통계가 우리를 어둡게 한다. 2009년에 30만 명이나 줄어버린 젊은 취업자가 해마다 한명이라도 늘어나기는커녕 2010년, 2011년에 이어 2012년에도 줄어들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은 2009년도 4.5%, 2010년 8.8% 상승에 이어 2011년에는 무려 16.2% 폭등하였다. 대도시의 상승률은 훨씬 높다. 금년 들어서도 계속 상승세이다. 아파트 매매가의 상승・하락이 문제가 아니다. 집 없는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전세가격의 문제가 절박하다.

국가채무도 GDP의 35%를 넘어서서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채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각 가정의 가계부채가 사상최대치를 연속 갱신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부채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현재 9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는 불과 3년 만에 200조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200조원! 은행권의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11%, 비은행 대출은 3년간 매년 13%씩 증가한 결과다. 절대적인 금액 비중도 비은행이 절반 이상이다. 한마디로 높은 이자의 부채를 부담하는 자영업자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의 자금 사정도 마찬가지다. 은행대출의 중소기업 비중이 2007년도의 90.9%에서 2011년에는 79.3%로 급락했다. 회사채, 주식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은 더욱 심각하다. 그나마 1% 정도는 유지하던 중소기업의 회사채발행 비중은 0.3% 수준에 불과하다.

그 결과 소득불평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수치가 높을수록 국민 전체의 소득 불평등이 높다는 것을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소득 5분위배율(소득수준 상위 20%계층의 소득을 하위 20%계층의 소득으로 나눈 값)도 높아만 가고 낮아 질 줄을 모른다.



그냥 흘러가는 양극화 문제, 서민들의 고통

서민 생활과 관련되는 통계를 나열하자면 이 외에도 무수히 많다. 게다가 통계 내용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추세적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앞에서 나열한 통계 중에서 한두 가지만 나빠져도 서민들에게는 큰 일이 난 것이다. 마땅히 정부는 종합적으로 대응하여야 한다.

정부 대응이 있긴 있었다. 가계부채가 급증한다고 정부는 작년 6월 가계부채 대책에 이어, 금년 2월엔 제2금융권 가계대출 보완대책을 내놓았다. 금융기관의 대출을 조인 것이다. 가계대출이 점차 멈춰서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부의 대응은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금융기관 부실과 금융시스템 불안에만 초점이 맞춰진 듯하다. 가계부채 문제는 중산층・서민들의 삶의 문제로 봐야 하므로 당연히 정부 전체의 문제인데 금융시스템 문제, 금융당국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다.

2003년에 청와대에서 100조원에 이르는 카드채 대책회의가 있었다. 모든 참석자들이 금융기관 부실화를 막는데 초점을 맞출 때, 노무현 대통령은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대책을 우선적으로 세우라고 했다. 가계부채를 금융 당국의 문제, 금융정책의 문제로만 다루면 안 된다. 사회・복지정책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므로 금융 정책을 포함한 종합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다.

성장률이 낮아지니 수출을 더욱 독려하는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수출입 통계마저 급조하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4분기에 마이너스로 돌아 선 근본 원인은 소비 위축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절약의 역설’(paradox of thrift)을 넘어서 저소득층과 저신용자의 삶을 망가트린다. 소비 할 엄두를 못 낸다.

소비는커녕 서민들은 결혼하느라 빚지고(honeymoon poor), 집 사느라 빚지고(house poor), 아이들 교육하느라 빚지면서(education poor) 죽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도 선거철에 접어 들면서 오히려 양극화, 소득 불평등 문제 등을 먼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이 침묵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언론조차도 관심권 밖이다. 야당의 목소리마저 죽었다.



언론과 야당까지 새누리당 경제실정에 침묵

한미FTA 문제가 중요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찬성론자들의 견강부회, 반대론자들의 극단적인 상황설정이 일상생활에 지친 국민들을 짜증나게 만든다. 그것이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새누리당의 노림수인지도 모르겠다. 반대론자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잘 어루만져야 할, 당연한 정부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에서 그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강행문제와 묶어“국격을 떨어뜨린다.”느니, “말 바꾸기를 한다.”느니, FTA 홍보 동영상에 노무현 대통령까지 등장시켜 공격하고 있다. 국론분열을 획책하는 것이다.

야당은 이들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표명으로 족하다. 지금 유권자들은 선거를 통해 서민들의 삶의 질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의 문제가 훨씬 더 절박하다.

경제가 성장하는데 엥겔지수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가? 성장 잠재력이 계속 낮아지고, 젊은이의 취업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전세 값이 계속하여 오르는 것이 서민에게는 얼마나 절박한 문제인가? 그런데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런 문제들을 강력하게 추궁하고, 거기에 걸맞은 대안을 구체적으로 내 놓아야 한다. 문제는 다시, 언제나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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