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제 꺾인다 꺾인다 하면서 더더욱 빨리 시간이 흘러갈
20대 중반의 그냥그런 남자일 뿐이다.
난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여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한번도 없다.
그냥 지나가는 사람 '이쁘네' 생각하고 갔던거 다빼면은
크게는 세 차례의 짝사랑만 해봤다.
이중 사실은 두번은 그저 그렇게 끝났고,
마지막 세번째가 가장 진한 느낌만 주고 내입장에서 안타깝게 끝난 짝사랑이다.
우선 첫번째 짝사랑은 이랬다.
고3올라가던 무렵 논술학원 다닐 때였는데
정말 키가 작고 귀엽게 생긴 동갑내기 여자아이를 보았다.
동방신기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였다.
난 예나 지금이나 아이돌 광적으로 쫓아다니는 애들은
빠순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안좋게 본다.
물론 나도 왕년에 핑클누나들 팬이었던 적이 있었긴 했지만
초등학교 시절 조금만 거슬리는듯 들려도 '니가 뭔데 우리오빠한테'
라는 논리로 공격적으로 나오는 그들을 정말 증오한 적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아이가 아이돌 팬이니까 그때만큼은 그것마저도 다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쓰고보니까 뭔가 있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나와 그애 사이에 사적으로 뭔가 있었던 적은 없다.
전형적인 남중남고에 가족빼곤 여자랑 말제대로 안섞어봤으니 당연했다.
그냥 얼굴보고 느낌보고 좋아한 것 뿐이었다.
일주일에 두번 학원가서 나 혼자 남자에 여자 여섯명 있는 꽃밭에서
꿀먹은 벙어리처럼 말한마디 못하고 ㅄ같이 있다 오는게 실상이었다.
그러다가 여자애들이 하나둘 그만두고
두명까지 줄어들었을 때 나는 그제서야 용기를 냈다.
전형적인 만성솔로의 특징 중의 하나, 무턱대고 고백하기.
난 그나마도 제대로 못해 편지를 써서 고백하였다.
그나마도 편지를 직접 주지도 못하고 ㅋㅋㅋㅋㅋㅋ
그애가 집에갈때 타고가는 학원차 아저씨를 통해서 전달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이런 놈 본적 있는가?
편지도 못전달해서 학원차 아저씨보고 전해달라는 놈 말이다.
고3이나 되어가지고 말이다.
결과는 볼 것도 없었다.
그 아이는 아무 답도 없었고 얼마 안 있다가 학원을 그만뒀다.
물론 내가 고백해서 학원을 그만둔 건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나중에 듣고보니 같은 학원에 마지막까지 남은 여자 둘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명은 내가 좋아한 그애였고 나머지 한명과 그애가 싸워서 틀어지는 바람에
둘다 그만둬버렸다고 하더라...
뭐 이 아이와 관련해서는 여기까지만 쓰는게 좋을 것 같다.
중간중간 별로 안중요하고 시덥잖은건 빼버리니 이렇게 남네.
무엇보다 대입 스트레스 때문에 1년이 가고
대학 합격 통보를 받아 대학에 진학해 더 많은 여자를 보고 나니 금세 잊혀지더라.
여자 비율도 높고 무엇보다 그애보다 조금더 꾸밀줄 아는 동기나 선배들 보니까
또 그거 보는 맛(?)에 고교시절 그런 애 정도는 쉽게 기억에서 사라졌다.
요즘 사람들 많이본다는 건축학개론이 첫사랑 얘기지 않나.
엄밀히 말한다면 태어나서 처음 좋아해본 여자인 셈인데
그 영화를 보고도 그때 좋아했던 그애는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세번째 짝사랑했던 그녀가 스토리도 좀 있고 많이 생각났었지.
만약 반응이 괜찮다면
그저 그랬던 두번째 짝사랑 얘기를 패키지로 묶어서
내 인생 사랑얘기중엔 가장 스토리 있는 세번째 짝사랑 얘기를
대학 시절 떠올리면서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