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광주 전남대편 열정락서로 떠나는 버스 안.
“교수님, 안녕하세요. 교수님 옆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인터뷰를 위해 조심스레 교수님께 말을 붙이자
“그럼. 여기 앉아.”라는 대답과 함께 듣고 있던 타블로의 ‘열꽃’을 끄고 이어폰을 넣으시던 김난도 교수님.
-해맑게 반겨주셨던 란도쌤.
“우와, 타블로 좋아하시나봐요!”
“타블로 노래도 좋고… …요즘은 빅뱅의 ‘Blue’라는 곡도 즐겨 듣고 있어요.”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교수님 옆에 놓여있던 책 한 권이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

-니체와 빅뱅... ... 우리 제법...잘...어울려요...?(빅뱅을 애써 외면하는 니체에 주목.)
빅뱅의 ‘Blue’를 들으면서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는다.
“되게 아이러니하죠?(웃음)”
아이러니하면서도 그게 란도쌤의 매력이었다.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진지함과 아이돌 가수의 가벼움(‘친근함’이란 의미입니다^^)을 모두 지니셨던 김난도 교수님과의 동행은 옆집 아저씨와 이런 저런 잡담을 주고 받는 편안한 느낌이었다.
청춘의 꿈과 열정의 지원자가 돼 주셨던 란도쌤.
그의 열정은, 그리고 그의 꿈은 무엇일까. 란도쌤과 전남 광주까지 가는 4시간 동안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난도, 그의 열정
꿈을 쫓기보단 자신의 열정을 쫓으라던 란도쌤. 내 마음이 시키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언젠간 꿈에 도달해 있을 것이란다. 젊은 시절, 그가 열정을 다했던 일은 무엇이었을까.
20대에 열정을 쏟아본 일이 뭐였냐는 질문에 “연애지, 뭐”라는 웃음과 약간의 그리움이 섞인 대답이 돌아온다.
“4년간 만났던 여자가 있었어. 결론은 잘 안됐지만.”
“왜 헤어지신 거에요?”
“졸업할 때가 됐는데 내가 이뤄놓은 게 없더라고. 직장도 못 구했지, 졸업은 코앞이지, 준비하고 있던 고시는 붙을 기미를 안보이지… … 그 여자를 붙잡아 놓을 구실이 전혀 없었던 거야. 보내줄 수 밖에. 그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야. 1986년도. 모든 게 다 안 풀렸을 때.”
대부분의 대학교 4학년들이 했던 고민을 란도쌤도 똑같이 하셨다고 하니 신기하다.
아픈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시면서도 연애, 꼭 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이에 난 발끈한다.
“요즘 주변에서 하도 연애, 연애 하잖아요. 남친 없으면 무슨 하자 있는 사람 취급하고… …전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좀 불편해요. 염증을 느끼기도 하고.”
“물론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어느 정도 조성돼 있는 건 나도 인정해. 그렇지만 연애를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고. 20대 아니면 그렇게 자유롭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걸.”
이제 아내와 두 아들을 둔 화목한 가정을 이룬 란도쌤. 현재 그가 열정을 쏟고 있는 일은 무엇일까.
“요즘 책 쓰는데 집중하고 있지.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했는데, 올해에는 나올 것 같아.”
“어떤 내용이에요?”
“이번에는 청춘이 아니라 ‘중년’의 아픔에 초점을 맞춰봤어. 제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결리니까 중년이다’ 컨셉?(웃음) 책을 쓰려면 정말 많은 인풋이 필요해. 쉽게 말해 ‘영감’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 영감을 얻기 위해 많이 읽고 많이 들으려고 하고 있어.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 영감을 얻기 위해 읽고 있어. 읽는 건 정말 중요해. 신문이던 책이던.”
-선물로 받으셨다는 잎사귀 모양의 귀여운 책갈피.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보다 앞으로 펼쳐질 인생이 더 궁금하다는 그. 미래에 열정을 쏟고 싶은 것은 어떤 게 있을까.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7개국어로 번역돼 출판을 앞두고 있어. 일본, 중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브라질 그리고 태국에서. 각 나라의 언어를 기본적인 것이라도 배워서 책이 출판된 국가에서 가서 ‘아.청’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열정을 쏟지 않을까 싶어.”
(줄임말을 쓰는 것이 재밌다던 란도쌤은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아청’이라고 줄여 말하셨다.)
김난도, 그의 갑작스런 인기.
란도쌤과 4시간을 동행하면서 대화가 종종 끊어지곤 했다. 다름 아닌 섭외와 강연 요청 전화 때문이었다. ‘아청’이 대박이 난 후 여기저기서 몰려드는 섭외에 작년부터는 스케쥴을 관리해 주는 사람도 따로 뒀단다. 하루 평균 10건 정도의 섭외 요청이 들어온다고 했다.
“여보세요. 네. 제가 김난도 인데요. ‘댄싱 위드 더 스타’요? 네. 그 프로그램 알고 있습니다. (정적)
네? 저보고 춤을 추라구요? Never. 그건 절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영광이네요. 네…네… 감사합니다.”

-란도쌤이 이런 춤을... ...아니아니, 아니되오~~!
제시카 고메즈, 문희준, 현아, 김영철 등 연예인들이 출연해 춤을 추고 순위가 정해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김난도 교수님에게 섭외를 요청한 것이었다. 란도쌤도 황당하면서 웃긴지 전화를 끊고 한참을 웃으셨다.
“방송에서 섭외 요청 온 게 한 두 번이 아니야. 승승장구, 주병진쇼 등 여러 토크쇼에서도 섭외가 많이 왔었어.”
“왜 다 거절하신 거에요?”
“부담스럽거든. 사실 ‘아청’이 이렇게 많이 팔리고 이슈가 될 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출판사와도 이야기 할 때 5만부 팔리면 많이 팔리는 거라고 했으니까. 갑작스럽게 유명인이 되니까 내 사생활을 노출하고, 방송에서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불편해. 부담스럽고.”
“인기가 마냥 좋은 것은 아닌가 봐요.”
“그럼. 불편하고 어색함도 따르지.”
백내장 수술로 야외에서는 꼭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란도쌤에게 선글라스 쓰신 모습을 보고는 “연예인 다됐네”라는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고 털어 놓으신다.
“내 말에 많은 사람들이 귀 기울이고 있다는 걸 많이 느껴. 책에 ‘자아를 잃어가면서까지 연애하지 말라’는 내용을 썼는데 그 것 때문에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한 남학생이 불평하는 이메일을 보내온거야. 내 말 한마디 한마디가 수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느끼지. 그러니 더욱 조심하게 되고.”
“그럼 강연 준비에는 더 신경이 많이 쓰이시겠어요.”
“그럼, 당연하지. 강연을 할 때는 농담까지도 다 철저하게 생각해야 되. 생각나는 대로 뱉었다가는 큰일난다고. 한 마디도 그냥 흘려서는 안되.”
김난도, 그의 대담함.
대중들의 관심이 부담스럽고 쑥스럽다고 하시면서도, 교수님에게는 대담함이 있었다. 서울대 학보인 ‘대학신문’의 부주간 시절 이야기가 그를 보여줬다. (주간/부주간- ‘주간 교수님’ 혹은 ‘부주간 교수님’을 줄여서 주간 혹은 부주간이라 부른다. 이 교수님들은 학보사에서 학생기자들이 다루게 되는 기사와 방향 등을 학생들과 함께 논의한다.)
학보사에서 1년 반을 몸담아 온 나에게 그의 부주간 시절 이야기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았다. 위험하지만 끌리는 그런 이야기.
“부주간을 하시다가 기사 방향을 정하는 과정에서 학생기자들과 갈등이 있었던 적은 없었나요?”
간혹 신문의 아이템을 결정하는데 있어 교수님과의 의견차이로 꽤나 속을 썩였던 기억이 떠올라 질문을 던졌다.
“내가 오히려 학생들보다 더 대담한 편이였지.”
란도쌤 부주간 시절 ‘만우절 특별호’제작을 제안, 실행에 옮기셔서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한다.
만우절판 신문을 발행하면서 "서울대 민영화,LG가 인수하기로"란 제하의 기사를 실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LG사외이사로 있던 이기준 총장이 LG측과 극비리에 합의를 봤다는 그럴듯한 해설기사도 썼다. 가상기사의 내용은 파격 그 자체였다.
-많은 언론의 집중을 받았던 서울대 학보사 대학신문의 만우절판 신문.
“만우절판 신문이 발행되고 나서 학교가 난리였지. 이거 만든 사람 누구냐고. 그래도 할 말은 해야하지 않겠어? 그게 언론의 역할이니까.”
인기에 대한 쑥스러움과 할말은 하고 마는 대담함에는 차이가 있음이 분명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그 뒷이야기.
란도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청’에서 빠진 내용이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게 됐다.
책의 컨셉과 맞지 않아서, 혹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빠진 것이란다.
군대, 결혼, 섹스 그리고 사회의 문제점. 이렇게 4가지를 말씀해 주셨다.
“군대는 무슨 내용이에요? 대학생 남자들의 최대 관심사일텐데.”
-군대 얘기에 급 관심을 보이는 열운 13기 김준환군.
“결론만 말하자면, 학사장교로 가라는 거야. 일반 군입대가 손님이라면 학사장교는 주인이라고 할 수 있어. 손님으로 2년을 보내느니 주인으로 3년을 보내는 게 훨씬 생산적이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 내 큰 아들도 곧 군대를 가야 하는데 학사장교로 보내고 싶어. 본인은 싫어하겠지만(웃음).”
“결혼은 어떤 내용이 담겼었나요?”
-급 관심을 보이는 열운 13기 정의현양. (참고로 결혼 일찍하는 것이 꿈인 분임.)
“결혼은 빨리 하라는 것이 핵심!(웃음)”
“빨리 하라구요? 청춘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데, 인생은 장기적 관점에서 봐야해. 청춘만 인생이 아니잖아. 결혼을 빨리 하고 자식들을 빨리 길러 놓으면 40~50대 이후의 인생을 훨씬 더 자신을 위해 살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은 결혼하면 내 인생은 끝이고 그 뒤로는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생각하잖아. 그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거지.
란도쌤은 인생을 시계에 비유해서 자신이 지금 몇 시쯤 와있는지 계산해 보라고 하신다.
20대가 인생의 황금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 20대는 시계로 따졌을 때 아침 7시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할 시간인 것이다. 40대인 란도쌤의 인생시계는 지금 3시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훨씬 더 많다.
여행을 마치며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청춘이 아픈 건 누구나 다 안다고. 김난도 교수에게 해결책이 있냐고.
대책도 없으면서 왜 뻔한 말을 굳이 하냐는 뜻일 것이다.
나도 솔직히,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책을 읽은 뒤 이런 반응을 보인 학생들도 심심찮게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 청년들의 문제는 사회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다. 누구 하나가 짠 하고 나타나 해결책을 줄 수 있는 게 절대 아닐 것이다. 다만 그는 그의 삶에서 쌓은 경험과 배운 교훈을 청춘에게 전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열정을 따르면서 순간에 충실하라.
그것이 그의 삶 자체였고, 그것을 책 한 권에 담아내려 애쓰셨다. 4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그와 광주까지 동행하면서 그가 책에 다 담아내지 못 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앞으로 그가 청년에게, 나아가 중년, 노년에게까지 전해줄 생생한 삶의 메시지가 기다려 진다.
출처: 영삼성
[원문]내 생에 가장 짧았던 4시간, 김난도 교수와의 동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