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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이 아무 의미가 없었습니다

마음 |2012.04.19 23:37
조회 827 |추천 6

하도 기가 막혀서 글을 쓰게 되네요.

결혼한지 3년차가 된 주부예요.

결혼하고 나서는 빈번하게 나가 외출한 적도 없고, 친구들과 여행도 못갔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는 디자이너고, 월에 200에서 300까지는 법니다.

프리랜서 치고는 정기적으로 돈을 버는 데 남편 눈에는 집에서 놀고 먹는줄만 아나봅니다.

자기는 아침 8시엔 출근하는 데 그 시간에 아침 차려주고 다시 자는 줄 아나봐요.

아침에 잠시 헬스 갔다가 하루종일 일합니다. 집에 있다는 것의 장점이라고는 남들 눈치 안보고 일한다는 것 정도랑, 피곤할 때 쉴 수 있는 것 밖엔 없는데. 제가 탱자탱자 놀면서 사회생활도 안하고 맘 편히 지낸다고 자주 말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새로 밥 해서 반찬 꼬박꼬박 새로 만들고 집 청소하고 시댁 경조사 챙기는 것도 눈에 안띄니까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정말 모르는 건지.

하루 쯤 친구들과 나가서 영화 보고 밥 먹고 오면 밥도 안차리고 어딜 그리 싸돌아 다니냐고 혀를 찹니다.

제가 식모도 아니고 저도 사람인데 친구들과 나가서 수다도 떨고 싶고 그렇지 않나요.

지방에 친구 부모님 상 당하셨을 때도 20년지기 친구라 하루 같이 지켜주고 싶었는데.

그새 시누이에게 연락까지 해 어머님 아버님 차례로 연락 오셔서 하는 수 없이 채 반나절도 같이 못 있어주고 오게 된 적도 있고요.

 

틈만나면 그깟 일 때려 치우고 내조나 잘 하라며 역정입니다.

냄비 하나 실수로 태워도 여자가 그런것도 실수 하냐며 하루종일 구시렁구시렁.

정작 제가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집 대출금에 허덕일 게 뻔합니다. 그냥 입버릇처럼 일을 그만 두라고 하는 거죠.

 

 

 

 

남편 만나고 나서 성실하고 한눈 팔지 않는 마음에 반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국립대 나오고 착실한 모습에 적어도 딸을 굶기지는 않겠다 싶어서 결혼을 허락 하신 겁니다.

입버릇이 여자는, 여자가... 이런 줄도 몰랐죠.

시부모님도 틈만 나면 전화하셔서 된장 고추장 같은 걸 가지러 오라고 말씀하시는 데.

제가 전남까지 내려가면 애는 언제 가지냐 서부터 옷차림 지적에 남편이 요즘 힘들어 하는 데 제대로 하고 있는지 핀잔을 주시고.. 한달에 두어 번은 불시에 들이닥치셔서 멋대로 냉장고 반찬 깡그리 버리시고는 시래기 하루 종일 삶으시거나........... 남편 줄 한약같은 걸 잔뜩 들고 오시죠.

남편 먹일 반찬이 시원치 않다는 잔소리는 새댁때부터 들어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엄마 속상해 하실까봐 하소연도 못하고 언니 붙잡고 운 적 많습니다.

딸 키워놨더니 겨우 그런 놈한테 시집가서 고생하는 걸로 부모님 못박기도 싫고..

이혼이혼 하루 종일 생각해 봐도 막상 결심하고 나면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하다 제대로 된 기회를 놓치기도 했죠.

 

많이 참다가 잠시 시간을 가져보자고 말했습니다.

 

남편이 화내다가도 별말이 없길래 각방쓰고 말도 몇달동안 안섞었습니다.

 

오랜만에 고교 친구들 다섯명이서(얼마 없는 절친들이에요) 펜션에서 하룻밤 자고 오기로 했고. 강원도에 갔네요. 분명히 메세지도 남기고 반찬도 해놨습니다.

그렇게 자고 온 다음에 정말 몇년만에 쇼핑 하고 와서 집에 들어왔는데

소리를 버럭 지르면서 넌 그래서 안되는 거다. 옷이랑 화장품에 그렇게 돈 쳐발라 가며 언제 빚 갚느냐면서 무뇌아라며 욕하더군요.

자기는 하루 종일 뼈빠지게 일하는 데 나는 돈을 펑펑쓰고 그러고도 권리니 운운한다면서.

너무 서러워서 이혼하자고 난리쳤더니 자기가 미쳤냐면서 누구 좋으라고 이혼을 하냡니다.

제 썩어빠진 정신력부터 바로잡아 주겠다면서 정말 정신나간 듯이 때렸습니다.

얼굴에 주먹이 쏟아지니까 눈이 안떠졌습니다.

제 머리채 잡고 나서 신발장 기둥에 두어번 내리치니까 이마에 멍들다가 찢어졌고.

머리가 뜨끈해서 만져보니 피가 줄줄 나대요.

발길질 해서 허리랑 등짝에 멍들고..

개처럼 때리길래 이러다 죽겠다 싶어 가방만 챙겨서 언니 집으로 도망쳤습니다.

 

 

언니 붙잡고서 말도 못하고 오열하니까...

형부랑 언니가 눈이 뒤집혀서 그 새끼 만나러 집에 가니 싹 챙겨서 나갔더군요.

너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병원가서 진단서 끊고.. 언니한테 사정사정해서 부모님은 아직 모르세요.

병신같이 산 세월을 보상받을 수도 없고. 이혼할때 내가 같이 돈 내고 대출 받은 집은 받아야 겠기에 언니 대동하러 만나러 갔었습니다.

 

시어머니란 사람이 그 자리에서 너같은 년이 집안을 말아먹고 남편 등골 빼먹으니 좋더냐, 십원한장 못가지고 맨몸으로 나가라며 역정내고.

시누이는 저희 언니랑 머리채 잡고 싸우고요.

참 더러워서. 한때 살섞고 살았는데 오만정 떨어지고. 참 뻔뻔하다 싶어 남편놈한테 물어봤습니다.

 

나를 니 아내라고는 생각했냐고.

 

그놈이 그러대요. 자기는 늘 최선을 다했는데 난 늘 대강대강이고 결혼생활 내내 열심인 적도 없었다면서. 맨날 돈돈 운운하고 자기 자존심을 깎아내리기만 했다고.

 

더 할말이 없어서 신파 찍는 대신에 그냥 나왔습니다.

 

언니랑 변호사 찾고, 맥주 한캔 마시면서 얼마나 사는게 더러운지 얘기 했습니다.

 

감정은 넘쳤는데 나이가 드니 그냥 안주하고 싶어서 만났는데.

그게 최대의 실수라는 걸 알게 된 거죠.

이 글을 쓰게 된 건 동정이나 비난을 받으려는 뜻같은 거 없습니다. 물론 익명으로 글쓰는 데 욕먹는 것 정도는 감수해야 겠지만요.

그냥 결혼을 준비하면서 설레기만 할 다른 여자들도 좀 더 많은 걸 알아봤으면 좋겠어서요.

 

 

나이가 차니 결혼했고.. 참고도 살아봤고.

꼭 결혼이 인생의 필수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많이 생각하고 결혼을 선택하세요. 후회하면 이미 돌아갈 때는 늦었다는 거죠.

 

저도 깡그리 잊고 새출발 할겁니다.

다만 새로운 출발을 하기 전에 올바른 길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것 같아요.

 

 

술기운에 쓰니까 좀 왔다갔다 하네요.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천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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