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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좌파의 득세, 한국사회 어디로?

꽃길 |2012.04.20 09:44
조회 87 |추천 0

강경 좌파의 득세, 한국사회 어디로?

커진 이념간극에 타협 여지는 줄어… 정치지형 변화 진지한 논의할 때

 

선거마다 나름으로 한 사회의 정치 지형(地形) 변화를 보여준다. 근년의 중요한 사회적 변화들이 반영됐을 뿐 아니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터라, 이번 총선은 정치 지형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주었다. 큰 변화는 중도 좌파의 쇠퇴라 할 수 있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를 따르지만, 직접민주주의의 특질을 짙게 띠어간다. 시민들은 자신의 뜻을 직접 정치에 반영하려 애쓰고 교통과 통신 기술의 발전은 그런 시도를 점점 효과적으로 만든다. 여론 조사가 실제적이 되자, 여론 조사로 드러난 민심에 따라 정치적 일정과 정책의 내용이 바로 정해지게 됐다.

 

이처럼 직접민주주의의 특질이 짙어지면서, 대의민주주의는 점점 약화되고 그 제도가 지닌 장점들은 더욱 나오기 어렵게 됐다. 먼저 정치인들이 지지 세력의 포로가 되었다. 어떤 정치인이 지지 세력의 의견이나 이익에 어긋나는 정책을 따르면, 그는 거센 비난을 받고 다음 선거에서 뽑힐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

 

당연히 정치에서 타협의 여지가 줄어든다. 원래 국회는 타협을 통해서 합의를 이루어 법들을 만든다. ‘통나무 굴리기(logrolling)’라 불리는 관행을 통해 서로 상대가 절실하게 바라는 법안들이 통과되도록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나무 정체(logjam)’가 일어나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한 채 쌓인다.

 

근년에 우리 국회가 점점 비타협적이고 비생산적으로 된 까닭의 큰 부분을 거기서 찾을 수 있다. 임기 안에 처리되지 못한 법안들은 16대의 26.4%에서 17대 39.8%로 늘어났고 18대에선 임기가 40일 남은 지금까지 45.1%가 처리되지 않았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영향력이 커진 시민 세력에서 특히 크게 성장한 세력은 강경 좌파다. ‘나꼼수’로 상징되는 그 세력은 이제 좌파 정치인들 모두를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에 두었다. 그들의 반발을 두려워해서 ‘막말 파문’을 일으킨 후보를 그대로 두어 민주통합당이 질 수 없는 선거를 졌다는 사정이 그 점을 잘 보여준다. 종북주의(從北主義)를 드러내놓고 추구하는 통합진보당이 세력을 크게 넓힌 것도 강경 좌파의 득세를 보여준다.

 

이런 현상은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를 지지하고 우파 정당과의 관계에서 타협적인 중도 좌파의 몰락을 불렀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지지한 강봉균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계에서 물러나고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이 민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일은 이런 현상을 상징한다. 이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끈 온건 좌파 세력은 호남에서도 쇠퇴했다.

 

온건 좌파와 강경 좌파 사이의 본질적 차이는 대(對)북한정책에서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이 추진한 ‘햇볕 정책’은, 비록 유화정책이었지만, 북한에 평화 공존과 개방을 요구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요구 때문에 북한이 그 정책을 배척했다. 지금 통합진보당의 정책은 조건이 붙지 않는 북한 지지 정책이다.

 

그런 이념적 좌측 이동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너무 깊어진 이념적 간극(間隙)을 더 깊게 만들 것이고 양쪽의 태도를 더 강경하게 만들 것이다. 우파 정당과 좌파 정당 사이의 관계도 어쩔 수 없이 보다 비타협적으로 될 것이다.

 

앞으로 중도 좌파 민주당은 쇠락하고 강경 좌파 통합진보당이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이미 민주당은 보다 강경한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이 주류가 돼 통합진보당의 정책을 베끼고 있다. 이런 강경 좌파의 득세는 직접민주주의의 강화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현상이다.

 

영국의 경우 20세기 초엽 노동조합의 힘이 커지면서 중도 좌파 자유당이 빠르게 몰락하고 강경 좌파 노동당이 들어섰다. 초당파적 협력(bipartisanship)의 전통이 두드러졌던 미국에서도 근년에 당파적 대립이 심해졌다. 민주당은 일찍부터 ‘교원노동조합 워싱턴 지부’라는 별명을 들었지만, 요즈음은 공화당도 교조적 세력인 ‘티 파티(Tea Party)’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자연히 온건한 정책과 타협적 태도를 지닌 정치인들은 예선에서 보다 교조적인 정치인들에 밀려난다.

 

이런 정치적 지형의 변화는 중요한 함의(含意)들을 여럿 지녔다. 이제는 이 현상에 주목하고 진지하게 논의할 때가 됐다.

 

복거일 < 소설가 eunjo35@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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