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6.2.1 자기색정사 (Autoerotic death)
CSI: LV 6x02 - Room Service는 호텔 방 침대에 바로 누워 있는 자세로 발견된 젊은 유명 남자배우의 시체에서 시작된다. 미혼 (혹은 이혼/별거상태)의 젊은 남자가 호텔 혹은 여관 방에서 갑자기 죽는 일은 의외로 드물지 않은데, 수 많은 사인(cause of death) 중에서 역시 드물지 않게 나타나는 자기색정에 의한 질식이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겠다. 그다지 유쾌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물론 어떤 죽음이 유쾌하겠냐 만은), 이 부분의 이해를 위해 그다지 길지는 않게 다루고자 한다.
자기색정사(Autoerotic death)라는 썩 좋은 느낌이 들지는 않는 단어는 '홀로 성적행위를 하다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서 생긴 예기치 않은 죽음'을 말한다. 정의 자체는 다소 혼동이 될 수 있겠지만, 흔히 보는 예는 목에 줄을 걸어서 질식을 유발하는 형태(ligature asphyxia about the neck)로 그 상태에서 일정시간 방치하게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되므로 모종의 안전장치를 하게 되는데,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사망하게 된 경우를 얘기한다. 안전장치라고 하니까 대단한 기계장치처럼 여겨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풀매듭(slipknot, 스스로 풀리는 형태의 매듭)의 형태로 의식을 잃게되면 저절로 풀려나게 하는 장치가 일반적이다.

그림 6.2.2 목(A)과 성기(B), 손목(C) 주위에 묶인 줄. [1]
그리고 의사(hanging, 목을 맴) 형태의 질식은 그저 일반적인 예일 뿐, 실제 예에서는 비닐 봉지나 덕트 테이프(duct tape)을 사용하거나, 약물을 사용하는 예, 익사, 감전사 그리고 그 밖에도 상당한 상상력을 발휘한 형태도 나타나곤 한다. 흔히 목에 줄을 거는 형태를 전형적 자기색정사라고 하고 그 외의 형태를 (당연한 얘기지만) 비전형적 자기색정사라고 한다. 비전형적 자기색정사 중에서는 질식 외의 다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어서 위에서 말한 정의가 무색할 정도이긴 할 정도다. (터비[4]는 자기색정사의 정의를 '성적 자극을 증가시켜 사망에 이르게 하는데 관여되는 도구, 물건, 프롭(prop, 사실 환상을 일으키는 어떠한 물건을 말하는데, 적절한 우리말 용어가 없다), 화학물질, 행동을 통한 자기색정행위-자신을 성적으로 만족시키는 모든 행위를 말한다-도중에 일어난 사망'이라고 폭을 넓히고 있다.) 비전형적 자기색정사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다루기로 하든지...... 그냥 무시하든지 하자. 사실 몇몇 예는 일반인들에게 보여주기엔 상당한 손질이 필요한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그림 6.2.3 비전형적 자기색정사의 예. 이 정도는 양반이라고나..... [2]
헤젤우드 등은 자기색정사를 진단하는 5가지 기준을 제시했는데, 1) 성적 흥분을 얻을 수 있는 메커니즘, 2) 혼자하는 성적행위, 3) 포르노물 같은 성적환상을 돕는 도구, 4) 이전의 자기색정 형태, 5) 자살 의도 없음 이 그것이며, 죽음은 1) 생리학적 기전, 2) 자가 구조장치, 3) 피해자의 판단착오 중 한가지 이상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일어나게 된다. 이렇게 질식을 유발하는 목적은 CSI: LV 6x02 - Room Service에서 언급된 바대로, 의식상태를 변화시켜 성적 흥분을 증대시키기 위함이다. 줄로 목을 맬 경우엔 동맥혈의 순환과 정맥혈의 배출을 막아서 저산소혈증과 고탄산혈증을 유발하는데, 이로 인해 감각이 바뀌어 성적 만족감이 향상되며, 점차로 더 올가미를 죄게 만든다. (사실 이보다 더 복잡한 설명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정도까지만 얘기하기로 하자.)
통계적으로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간 500-1000 례 정도가 보고되고 있는데, 실제 발생은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몇몇 연구들에서 자기색정사의 정의를 넓히는 특이한 예들을 자기색정사에 포함시키고 있으며, 거의 대부분 젊은 백인 남자에 집중되어 있는 많은 연구와는 달리 여성을 포함한 여러 다른 예도 보고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숫자는 최소한의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의 통계를 감안하면, 대개의 경우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정도의 평균 연령을 가진 백인 남자(대개 95% 이상에서 그렇다)로 독신이나 이혼남이 대부분이지만, 상당수 기혼남자들도 포함된다. 물론 혹자는 기혼 남자들과 자기색정사와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겠지만 말이다.
범죄현장은 자신의 집 안의 비밀스러운 공간(침실, 옥상, 차고 등)이거나 호텔 혹은 여관방, 직장 혹은 숲 속 등도 될 수 있다. 대개의 의사(hanging)형태에서는 부분적으로 몸이 바닥에 붙어 있는 있거나 서있는 모습일 수도 있으나(그림 6.2.1), 기전에 따라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 주변에 자기색정사에 대한 고위험요소 (줄, 띠, 전기코드, 덕트 테이프, 플라스틱 봉지/ 총, 칼, 볼트, 큰 오이, 딜도, 몸에 들어간 진공청소기 따위의 프롭들/ 코카인, 엑스타시, GHB, NO, 프로판 따위의 화학약품 등)가 있을 수 있고, 이는 진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자가구조장치는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사망에 이르는 것을 막는 장치로 다수에서 풀 매듭을 사용하지만, 줄의 끝을 발목이라던가 손목에 감거나, CSI: LV 6x02 - Room Service처럼 스타킹이나 수건처럼 흔적이 남지 않는 형태의 도구를 사용하거나, 기계장치를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며, 이 또한 상당한 상상력을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한가지 특징적인 것은 그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사망에 이른 예들을 살펴보면 충분히 사망을 피할 수 있는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장치를 일부러 사용하지 않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말 이유를 모를까?)
흔히 피해자들은 성적 환상을 위해 띠, 수갑, 가죽벨트, 복잡한 줄 같은 것에 묶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문에 흔히 타살로 오인되곤 한다. 당연히 두가지를 구분하는 방법은 스스로 묶을 수 있는 형태인지 아닌지가 되겠다. 피해자의 피학적인(masochistic) 성향 역시 타살을 의심할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는데, 대개 이런 성향의 피해자는 이전에도 비슷한 형태의 오래된 손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입고 있는 옷은 페티시즘을 나타내거나 여성의 옷의 일부만 입고 있는 경우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행위 후에 남을 수 있는 찰과상이나 타박상을 예방하기 위해, 목에 감은 줄 밑에 부드러운 수건 등을 덧대는 경우(그림 6.2.4)가 흔하다. 물론 이런 찰과상이나 타박상이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하게 아프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런 사람들도 실제 우리 주변에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목에 이상한 줄모양의 흔적을 남기고서 출근해서 주변동료들에게 '그네를 타다가 목을 다쳤어'라고 말도 안되는 해명을 하지 않기 위해서가 더 큰 이유가 될 것이다.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가 흔히 이런 사람들에 대해 흔히 하는 오해처럼 '적당히 뚱뚱하고, 게으르고, 수염도 덥수룩하며, 여자라고는 엄마외엔 친한 사람이 없는 노숙자 풍의 단순노동자 혹은 오탁후' 같은 전형적인 변태의 모습이 아니라 '비교적 사회에서 성공한 일벌레 혹은 비교적 종교적이며 똑똑하고 잘 생기고 깔끔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사람'일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는 것이다. 물론 다 그렇다는 건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이에 대해서는 약간의 부연이 필요한데, 필자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예에서는 전자 쪽에 가까운 사람들이 많았다는...... 뭐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를 얘기지만 말이다. ^^)

그림 6.2.4 목을 감은 줄 밑에 부드러운 수건을 덧대었다. [1]
흔히 성적환상을 돕기 위한 프롭이 주변에 있을 수 있다. 바이브레이터, 딜도, 거울, 음란물, 일기, 사진, 필름, 여성속옷, 사건을 기록해 두기 위한 도구들이 그 예가 되겠다. 정액이 유출되어 귀두의 끝 혹은 바닥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일부에서 손으로 하는 자위행위가 동반되기도 하지만, 시체현상의 일부일 수도 있다. 이전에 이런 행위가 반복되었던 흔적이 남아 있는 예가 많은데, 아예 영구적으로 끼워진 보호패드나, '안전 구멍'을 손본 플라스틱 봉지, 다양한 날짜의 음란서적, 많은 음란물, 복잡한 줄의 형태, 복잡한 안전장치, 치유되고 있는 상처, 줄을 매는 자리에 생긴 많은 흠 (그림 6.2.5), 이전 행위를 기록해놓은 비디오 테이프 등이다.

그림 6.2.5 다수의 흠이 이전에도 이런 행위가 있었음을 말해준다.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이들이 유서를 남기거나. 다른 방법을 통해서라도 죽음에의 의도를 명백히 하는 일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흔히 있으며, 결국 시체에 남는 소견이 자살이나 타살에 의한 질식사와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진단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있다. 오히려 현장 소견이나 부검 소견 자체보다 이를 기반으로 하여 주변 상황을 심리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를 흔히 심리학적 부검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트에서 또 다룰 일이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1. 쉴즈 LBE, 훈세이커 DM, 훈세이커 JC. 자기색정질식. 1부Am J Forensic Med Pathol 2005;26:45-52.
2. 쉴즈 LBE, 훈세이커 DM 외. 비전형적 자기색정사. 2부Am J Forensic Med Pathol 2005;26:53-63.
3. 성적 질식: 자기색정 혹은 피학대성 예. 나이트 B, 사우코 B. 나이트의 법의병리학, 제3판. pp. 389-92, 아놀드, 런던.
4. 터비 VE, 자기색정사. 법과학 백과사전, 2000, 아카데믹 프레스
출처http://ajustsee.egloos.com/800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