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시동·온도조절…스마트함 더해져
넉넉한 트렁크·철저한 내부 방음도 `굿`
신형 싼타페 TV 광고는 거짓이 아니었다.
지하주차장 초입에서 미리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시동, 온도 조절을 선택하니 차에 시동이 걸려 있고 에어컨이 시원한 바람을 뿜어내며 운전자를 반긴다. 뭔가 기분 좋은 배려감이 느껴진다. 물론 일부에선 '왜 안 되지' 하는 탄식도 들려온다. 하지만 '블루링크' 시스템이 초창기고 한번에 너무 많은 싼타페가 주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다.
최근 신형 싼타페를 부산 해운대에서 울산까지 120㎞ 구간에서 몰아봤다. 7년 만에 완전히 겉과 속을 바꾼 신형 싼타페의 '블루링크'는 사실 최첨단 기술은 아니다. 그래도 거리의 제한을 받지 않고 각종 차량 제어가 가능하며 국내 최초로 적용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해외 출장을 가는 남편이 인천공항에서 서울에 싼타페와 함께 남아 있는 아내를 위해 스마트폰으로 차문을 대신 열어준다는 설정은 실제로도 가능할 것이다. 이 차를 위해 현대차는 4년4개월 동안 4000억원 넘게 투자했다. 정확하게는 4300억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워낙 기대감이 컸다. 싼타페는 2000년 첫 출시 후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250만여 대가 팔려나간 한국 대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지금 대기표를 받아도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니 싼타페의 위력이 느껴진다.
기대감을 탄식으로 바꾼 것은 가격이다. 베일을 벗은 신형 싼타페 가격은 2802만~3776만원으로 나타났다. 7년 전 모델보다 몸값이 최대 660만원이나 오른 것이다.
"성능 대비 가격은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 사실일까.
운전대를 잡은 차는 신형 싼타페 2.2ℓ 디젤엔진 모델이다. 가솔린 엔진으로 착각할 만큼의 정숙성은 확실히 압도적이다. 튼튼한 하체에 내부 방음 처리에 신경을 쓴 티가 역력하게 드러났다.
중요한 건 가속력. 수입차처럼 한 단계 날아가며 치고 나가는 느낌은 부족했지만 부드럽게 속력이 올라갔다. 기존 국산 SUV 모델에선 느낄 수 없었던 감각. 게다가 고속에서 스티어링휠은 묵직한 느낌으로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준다. 일부에서 지적됐던 풍절음(바람소리)도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다.
신형 싼타페는 디젤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화로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4.5㎏ㆍm의 힘을 뿜어낸다. 일반 SUV로서 나쁘지 않은 성적표다. 공인연비는 ℓ당 14.2㎞로 나타났는데 도심에선 12㎞대로 떨어졌다.
반면 고속 구간에선 오히려 공인 연비보다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에어컨을 켜지 않는다면 더 좋아진다. 도로를 읽고 가는 느낌의 서스펜션도 적당하게 부드러웠다.
SUV 하면 레저를 위한 넓은 트렁크 공간은 필수다. 이 차는 골프백 4개가 거뜬히 들어간다. 일단 합격점.
국도로 접어드니 코너링이 잦아졌다. 그때마다 4륜구동의 특성을 제대로 보여줬다. '구동선회제어장치(ATCC)' 덕분에 코너링이 자연스러웠다. 제동력도 묵직했지만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일단 잘 달리고 잘 돈다.
신형 싼타페는 운전자도 즐겁지만 뒤에 타는 가족들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뒷좌석이 기존 모델보다 확연히 넓어졌고 열선시트가 모두 적용돼 만족스럽다. 시트를 여러 방향으로 조절 가능하기 때문에 장기간 탑승에도 불편하지 않을 듯하다.
디자인은 현대차에 따르면 '폭풍의 생성과 소멸 속에서 빚어지는 자연의 강인함과 섬세함'을 뜻하는 '스톰에지(Storm Edge)'라고 한다. 실제 이번 싼타페 외관은 확실히 임팩트가 있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충실히 이수했다.
헥사고날(Hexagonal) 라디에이터 그릴과 입체감을 강조한 차체 하단의 2가지 톤의 색상, 한층 와이드한 느낌의 전ㆍ후면부를 통해 미래지향적이면서 당당한 도시형 SUV의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측면부에는 역동적이고 입체적인 사이드 캐릭터 라인을 통해 공기 역학적인 느낌을, 그리고 차량 외관 곳곳에 적용된 감성 티테일로 프리미엄 이미지가 부각된다.
이러한 디자인이 가능해지려면 역시 차가 커져야 한다. 차체의 크기는 길이가 4690㎜, 너비가 1880㎜, 높이는 1680㎜다. 기존보다 15㎜가 길어졌다. 여기에 7개 에어백시스템, 섀시통합제어시스템(VSM), 플렉스 스티어링, 웰컴기능, 운전석 12웨이 전동시트 등은 안정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잡는 기능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