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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스테르담; 온 도시가 오렌지빛 축제의 물결, 퀸즈데이

민병문 |2012.05.21 11:53
조회 111 |추천 0

정말 이른 아침 일찍, 서둘러서 떠나는 게 좋을거야, 서두르지 않으면 기차에서 앉아서 갈 수 없을걸? 그리고 또 왠만하면 서둘러서 돌아와. 기차에서 지옥을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평소 친하게 지내는 더치 친구가 경고하듯 이야기 합니다. 대체 얼마나 일찍 가야하냐고 묻자, 첫 차를 타는게 좋을 거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니 첫 차라니, 이게 정말 제 친구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맞는지,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제가 블리싱건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이 친구들과 함께 지낸 약 10개월의 기간동안, 이 친구를 포함해서, 이 동네에 사는 친구들까지, 녀석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는 꼴을 본 적이 없거든요. 저가항공 비행기를 타기위해 어쩔 수 없이 일찍일어나야 하는 순간이 아닌 이상, 최소 9시까지는 숙면을 취한는 친구들입니다. 과제를 하느라 밤을 샜다거나, 한국에 있을 때 평균 수면 시간이 6시간 미만이었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메이징을 연발하는 친구들이니까요. 그런 그들의 입에서 첫 차, 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아침 5시 49분 차입니다. 저야 뭐 당일치기 여행을 가면 거의 항상 첫차를 애용하는 편이었으니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말이죠.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 그리고 퀸즈데이는 게으름뱅이 친구들이 첫 차를 타게 만든다. 퀸즈데이는 네덜란드 여왕의 생일입니다. 그게 뭐? 라는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퀸즈데이는 네덜란드에서 가장 큰 축제에요. 온나라의 사람들이 오렌지 빛으로 치장을 하고 거리로 나와 축제를 즐깁니다. 수도인 암스텔담, 온 사방팔방 거리에서 축제가 열리는데, 사진으로 보여드릴테지만 그 규모는 정말, 상상초월입니다. 그리고 사실 여왕의 생일따위는 아무렴 어때, 중요하지 않아, 축제가 더 중요하지, 라는 마인드입니다. 현재 여왕의 생일은 1월, 겨울이니까요. 하지만 겨울은 사람들이 축제를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 라는 판단 하에 전 여왕의 생일인 4월 30일이 현재까지 퀸즈데이입니다. 여왕의 생일이란건, 사실, 허울좋은 핑계에 불과한겁니다. (웃음)












첫차를 타고 도착한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전 국토가 축제로 들썩이지만, 특히 온 도시가 파티 플레이스가 된다는 암스테르담에 와 있습니다. 그런데 약간 이상해요. 듣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 펼쳐져 있습니다. 축제의 물결이라기보단, 벼룩시장입니다. 차가 지나다니지 않는 거리. 그리고 그 거리를 점거한 노점상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이 흥정을 합니다. 더치로 이야기해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엄마는 쭈뼛쭈뼛 하는 아이를 부추겨서 손님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라고 하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이런 경험을 통해 경제 관념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그 모습을 직접 보니 참 신기합니다. 자신이 잘 다루는 악기를 가지고 작은 공연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어요. 신기한 광경이긴 했지만, 예상했던 축제의 모습은 아니어서 조금 실망하려는 찰나였습니다. 하지만 이건, 폭풍전야였어요. 강한 폭풍일 수록 전날 밤은 고요한 법이라 했던가요.













오후가 되자, 점점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합니다. 아니 대체 어디서 나타난건지 모를 대규모의 오렌지 부대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합니다. 둠칫둠칫, 하는 베이스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립니다. 사람들은 춤을 추고, 거리에서 맥주를 마십니다. 재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컵을 보증금을 받고 빌려줍니다. 그리고 그 컵에 맥주를 사서 마실 수 있어요. 암스테르담 어디서 컵을 샀든, 아무곳에서나 환불이 가능합니다. 꽤 센스있는 시스템이에요. 어느새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어집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명동에 가본 적 있나요? 사람에 파도에 쓸려 다닌다는 말을 하곤하죠. 그냥 사람들이 가는 대로 가는거에요. 내 자유 의지로 갈 수 없는 사람의 파도. 퀸즈데이의 암스테르담은, 온 도시가, 크리스마스 이브의 명동 같았어요. 미처 오렌지색 티셔츠를 준비하지 못 한 사람들을 위해, 기업은 때를 놓치지 않고 프로모션을 하기도 합니다. 쥬피터, 라는 맥주를 만드는 회사는 자사 로고가 그려진 오렌지색 티셔츠를 나눠주고 사진을 찍더라구요.










운하로 유명한 암스테르담, 대체 저 많은 보트들은 어디서 나타난건지, 운하가 보트로 가득 차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춰요. 말 그대로 선상 파티입니다. 드레스 차려입고 하는 우아한 선상파티가 아니에요. 난장입니다. 흐르는 피까지 진동 시키는 강한 베이스 사운드,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얼큰하게 취해버린 사람들. 여기는 진정 축제의 현장입니다. 심지어, 운하위에서 교통체증이 발생하기까지 해요. 평소엔 필요 없으니 신호등 따위 있을리가 없죠. 그래도 사람들은 여전히 웃습니다. 트래픽 때문에 배가 붙어있으니 서로 건너다니기도 하구요. 축제는 사람을 오픈마인드로 만들어주죠.












생전 처음 보는 사람들과 어울려 인간 파도에 쓸려다니고, 춤을 추고, 맥주를 마시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가 이제는 체력이 딸린다 싶습니다. 레이첼 광장 주변 잔듸밭에 드러누워 휴식을 취했어요. 어제까지 쌀쌀했는데, 오늘은 햇살도 너무 좋아요. 매일매일이 이렇게 축제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누워서 생각해보니, 새삼스레 일찍오길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린이들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치는 작은 벼룩시장도 구경할 수 있었고, 기차에서도 앉아서 편하게 올 수 있었죠. 만약에 저 많은 인파가 몰려드는 시간에 같이 기차를 탔으면, 어우 정말 끔찍하죠. 그리고 이렇게 나라를 대표할만한 대규모 축제가 있다는 점이 정말 부러웠어요. 마치, 2002년 월드컵을 보는 것 같았다랄까요. 전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함께 축제를 즐기던 그 때요. 우리나라도 매년 하루 쯤은 월드컵 때 처럼, 전국민이 붉은 티를 입고, 축제를 즐기는 것도 괜찮지 않아요? (웃음) 놀고싶어서 그런 거 아니에요, 오해하지 마세요.


축제는 늦은 밤까지 계속 되지만, 저는 좀 일찍 출발했어요. 밤에 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기차역으로 몰리는 그 순간에 같이 가기는 싫었거든요. (웃음) 이렇게 범국가적인 행사가 있다는 것이 참 부러웠어요. 이걸 통해 관광객 유치도 할 수 있고, 국가적인 아이덴티티도 확실하게 다질 수 있어 보였거든요. 내년 퀸즈데이 때도 암스테르담에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혹시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다면, 4월 30일, 퀸즈데이 때는 꼭 암스테르담에 들러보시는 건 어때요? 숙소도 필요 없을거에요. 왜냐면 온 도시가 밤 새도록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거든요. 사람들이 모여있는 적당한 광장만 찾으시면 만사 오케이입니다. (웃음)



출처: 영삼성

[원문] 사진찍는 이은상의 감성유럽] Amsterdam (1) , 온 도시가 오렌지빛 축제의 물결, 퀸즈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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