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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전역하고 커피집에서 일하는 이야기.17

김홍렬 |2012.05.21 17:32
조회 4,025 |추천 17
요즘 알바 안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다른 알바 못 구하겠다고
다시 와서 일하라고 카톡압박을 주시네요 ㅜ_ㅜ 바쁜일들이 마무리되면 찾아갈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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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이야기.8

일반적으로 카페에는 젊은 여성들이나 커플들이 많이 오는게 보편적이지만, 우리 카페는 조금 다르다. 젊은층보다는 아주머니들도 자주 오시고,때론 외국인도 (여행객들 같았는데 이런 서울외곽 동네에는 뭘 보려고 온 건지 미스테리다.) 왔었다.
사실 그 중, 우리카페의 최고 단골인 아저씨들이 두 명 있다.

처음 알바 시작했을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 없이 흡연실에 앉아있던 아저씨들이라 
처음엔 

ㅡ저사람들 혹시 사장님 가족?

이라고 으레 짐작했었는데,

알고보니 일수꾼 하시는 사람들이랬다.

일수가 뭔가하면, 매일매일 이자를 떼 가는 사채업자들 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카페에서 대기하다가

돈을 떼러 갈 시간이 되면 일수를 
거두러 갔다가 오는 거다.

저사람들한테 우리 카페는 그들의 `전진기지` 쯤 되는 것 같다.

덕분에 사장님 블랙리스트 1호를 독차지.

매번


ㅡ저 아저씨들은 저렇게 흡연실에서 죽치고 있는다니 참,그 저렴한 아메리카노 둘이 하나 시켜놓고 하루죙일 저기 박혀서말야 ㅡ 여기가사무실인줄아는거같은데 임대료를 받던지 해야지 원, 잘생긴 꽃미남이었으면 사람들이 구경이라도 하지, 뚱뚱하고험악한데 저렇게 무섭게 있으니까 손님이 안 오지ㅡㅡㅡ


잉 사장님, 뜬금없이 꽃미남 타령?

이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왠지 저사람들땜에 가게손님이 없는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것도 패스.

사실 사장님 마음도 이해는 간다.

가게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티슈 한 장 더 쓰는것도 눈길이 가기 

마련이라니까

나는 알바라서 솔직히 

둘이서 한잔 시키면 좋다.

두개인줄 알았던 숙제를 한 개로 줄여준 느낌이랄까.

암튼 그렇게, 매일 오는 일수 아저씨들을 벼루고 벼루던 사장님이

어느날 그들과 담판을 지었다.

알바시간되서 가게로 갔더니 사장님이 의기양양하게 무용담을
들려주시는거다.


ㅡ일인당 음료 하나 꼭 시키기
ㅡ 카페직원한테 반말 안 하기
ㅡ나갔다 다시 올 꺼면 말 하고 가기.

다음의 규칙을 어길 시에는 카페 출입 금지.

라는 조항을 성사시켰다고 했다.

사장님은 나한테도,

ㅡ너 혼자 있을때라고 반말하고 함부로 대하면 바로 나한테 전화 해!

라고 말하시더니 가게를 맡기셨다.

....그래도 남자가 가호가 있지!
 아저씨들이 겁준다고 사장님한테 전화하고 싶지는 않다~!
라고 속으로 다짐하고

그렇게

혼자 가게를 보고 있는데ᆞ

일수아저씨가 카운터로 온다.


얼음물 따라달라는 부탁을 하겟거니 생각했다.

우리가게에는 셀프로 물을 따라마실 수 있게 해 놓고 물 안에 레몬을 띄운다. 이 섬세하신 일수 아저씨께서는 레몬수가 입에 안 맞으셔서 매번 나한테 따로 따라달라고 부탁하는 거다.


카운터 앞에서 날 보던 일수아저씨는,
빈 물컵을 내밀며 말했다.

ㅡ동생~ 물한잔만 따라줘요~ 얼음 넣고 시원하게♥


ㅡ?!

진짜 아저씨가 변했다.

평소라면

ㅡ물좀 따라줘봐. 얼음 넣고.

이런 식이었을텐데ᆢ

근데 무섭게생긴 대머리 아저씨가

저런 귀여운 멘트를 날리니 이건 왠지

더 무섭다. 

최대한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얼음물을 따라드렸다.

물을 받은 아저씨

ㅡ고마워용~

하며 감히 상상도할수없는 콧소리 작렬.

아아아ᆢᆢ 원래 저사람들 엄청 무서운 아저씨들이다. 전번에 돈받아내려는 전화통화를 들었는데
지금당장 돈을 주지않으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것만 같은 위압감을 주던 그런 왠지 영화에서 나오는 악역같은 아저씨들이었다.


혼자 카운터에 앉아서 
외모와 말투가 사람의이미지를형성하는데 어떠한 심리적 영향력을행사하는가에대한 고찰을 하고 있으려니

조금있다가, 아저씨들이 다 먹은 음료잔들을가져다 주고 떠났다.

ㅡ잘있어용 동샹~♥

ㅡ 아ᆢ안녕히 가세요ᆢ


아저씨들이 남기고 간 트레이에는

평소에는 아메리카노 한잔이었을텐데

요거트스무디 잔이 (길어서 무척 설겆이하기 번거롭다.) 세 개나 놓여있다.



왠지 무척이나 착해져버린 일수아저씨들 덕에

나는 매우 피곤해지게 되었다.
추천수17
반대수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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