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가 정확히 대학교 2학년생이 되던 해의 여름,
누나는 희귀병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되었다.
수술을 위해 누나의 길고 아름다웠던 머리카락을 자를 때에
누나는 눈물을 흘렸다.
매일 링겔을 꼽고 힘겨운 재활 치료를 하는
누나를 보니 안타까웠다.
수술 후에는 그렇잖아도 하얗던 얼굴이 아예
핏기하나 없이 창백해졌고 점점 야위어 갔다.
그럴수록 누나는 말수도 적어지고 웃는 날도 거의 없었다.
그저 멍하니 죽을 날만을 기다리며 창밖만 쳐다볼 뿐이었다.
하루는 누나의 병실에 노트북을 가지고 갔다.
나는 그때 한참 유행했던 '디아블*'라는 게임을 했었는데,
그날도 게임상에서 친구와 만나 사냥을 하고 있었다.
"그게 뭐야?"
"디아블*. 왜, 하고싶어?"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간만에 사람다운 눈빛을 하기에
나는 기분좋게 누나의 아이디를 만들어 주었다.
그날부터 누나는 디아블*라는 게임을 아주 열심히 했다.
어느샌가 누나는 나보다 높은 레벨에 좋은 아이템을 가졌고
하루종일 누나는 디아블*에만 매달렸다.
하루하루 그 게임을 하는 낙에 살아가는 듯 했다.
드디어 누나의 아이디는 게임 랭킹 상위권에 까지 올라갔고,
누나의 캐릭터가 부러웠던 나는 누나에게 아이디를 빌려 달라고 했다.
누나는 안된다며 비밀번호를 가르쳐주려 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누나에게 비밀번호를 가르쳐 달라고 했지만
끝내 누나는 비밀번호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나는 그때 '어차피 몇달후면 죽을꺼면서 아이디 좀 주면 어디가 덧나나'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했다….
기분이 나빠진 나는 누나의 컴퓨터에 해킹 로그램을 깔았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그런 짓을 한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은 누나의 아이템이 탐났었기 때문이다.
누나가 잘때에 몰래 해킹 프로그램을 깔아 놓은 뒤
누나가 일어나 게임에 접속하기만을 기다렸다.
다음날 누나는 디아블*에 접속했고,
나는 누나의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누나의 비밀번호를 알아버린 나는
미친듯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누나의 비밀번호는 'tkfrhtlvek'였다. ( 살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