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는 주말부부입니다.
말이 주말부부이지, 일주일에 얼굴 못 보는 날은 2~3일 됩니다.
저희 집은 전세 주고, 남편은 시댁에, 저는 친정에 얹혀 살고 있습니다.
고부갈등은 별로 없지만, 저에겐 시누이 같은 남편이 한번씩 문제가 됩니다.
저희 남편은 효자입니다.
제가 볼땐 항상 1순위가 어머님인 것 같은데..본인은 아니라고 합니다.
암튼 어머님 말씀이라면 99%가 맞다고 생각하는 남자입니다.
가령 예를 들자면,
“남자는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여자 말을 잘 들으면 만사가 편하다”
이러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럼 오빠도 내 말 잘 들어~ㅋㅋ”
이랬더니...
울 남편 “그래서 엄마 말을 잘 들어야 된다고, 어른들 말씀이 다 맞다”
이게 무슨..왜 앞뒤가 안 맞는 말을 하는걸까요??정말 어이없음.
그리고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유치하겠지만..
저희 친정할아버지제사에 올릴 과일을 사러 갔습니다.
여름이라 빨간 사과가 멍들고 볼품이 없어서 파란 햇사과를 샀습니다.
그랬더니 제사상에 파란사과를 놓는 집안이 어디있냐고 난리가 났습니다.
저희 친정엔 파란사과 제사상에 올린다 해도 아니라고 합니다.
우리 친정에서 잘 못 하는거랍니다.
집마다 다를수도 있다해도 인정을 안 하더군요.
그러더니 그럼 어머님께 물어보자 하더니,
어머님께서 그런 거 올릴 수도 있다하니까 미안하다고 꼬리내립니다.
그 전까지 욕하고 난리가 났었는데...
그리고 우리 남편.. 아버님을 싫어한다고 하지만,
제게 아버님께 전화 자주 드려라, 맛있는 거 해 드려라 요구를 하죠.
그렇게 하면 아버님 좋아하실 거라고, 이쁨 받을거라고..
그런데 저는 이런게 정말 싫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면 하는 거지. 이쁨 받을려고 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삐딱한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누군가가 시키면 그 순간부터 왠지 꼭 해야 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반감이 생기더라구요. 특히나 시댁 관련 된 것은..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주말에 시댁에 가기로 했습니다.
보통 3주에 한번쯤은 꼭 가고, 일이 있음 한달에 2~3번 갈때도 있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우리아들이 아파서 한 달 동안 시댁에 못 갔습니다.
물론 그 중에 행사가 있어서 밖에서 시부모님 뵙긴 했습니다.
저도 솔직히 힘듭니다. 맞벌이에 육아에 가사일에..
더군다나 아들이 아파서 몇 주째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시댁에 안 간지 한달이나 되어서 당연히 가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남편은 시댁 가기 전에 이것저것 시장을 봐서 부모님 밥상 한번 차려드리랍니다.
저는 그냥 있는 반찬에 국 하나 끓이고 그렇게 편하게 먹고 싶다고,
솔직히 내 살림도 아니고 식성도 너무 달라서 시댁에서 먼저 나서서 하는 거 어렵다 했습니다.
제가 음식을 하고 있으면 아버님이나 남편이 와서 소금, 미원 이런거 더 넣고 합니다. 그래서 음식하기가 많이 부담스럽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한달에 겨우 한번 시댁에 와서 그 정도는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 제대로 된 밥상 한번 차려보랍니다. 며느리가 그 정도도 못 하냐고,
그러면서 자기는 장인,장모님께 잘 하는데 니는 왜 못하냐고 합니다.
이런 걸로 자기가 소리내고 있는 이 상황이 참 부모님께 불효하는 것 같답니다.
저 같은 여자랑 결혼해서 불효라는 말처럼 들리더군요.
도대체 잘 하는 기준이 어느 정도일까요?
누가 보면 제가 정말 시댁에 가서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겠습니다.
물론 저 결코 잘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도리는 하려고 합니다.
시댁행사 챙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명절 때도 출산일 10일 앞두고도 평소처럼 시댁에 가서 형님과 전 굽고 상차리고 설거지 했습니다.
다른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자는 게 제 기본적인 생각입니다.
평소에 시댁가면 식사준비하시는 거 돕고 설거지는 당연히 제가 하고, 잠 자는 시간 아니고서는 저희 방 들어가서 혼자 쉬는 경우는 그의 없습니다.
아무것도 안하더라고 시부모님이랑 같은 공간에 있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화도 일주일에 한번은 꼬박꼬박 드립니다.
신혼초기엔 전화로도 스트레스 정말 많이 받았습니다.
남편이 부모님께 전화 했는지 항상 물어봤거든요..
초기엔 일주일에 2번 정도하다가 한번은 아버님께 일주일 동안 전화를 못 드렸더니 남편에게 며느리가 전화를 안한다고 서운한 맘을 내비치셔서. 바로 전화를 드렸더니..며느님이 어쩐 일이냐고 조금 비꼬시길래 그 다음부터는 일주일에 한번 안부전화를 드리게 됐지요.
잘 하다가도 한번 못하면 이렇게 되는 거구나하고 그때서야 느꼈죠~
그래도 남편에게는 제가 턱없이 부족한 며느리인가 봅니다.
시댁 관련 된 일로 다투면 항상 그럽니다. 니가 며느리 노릇 한게 뭐가 있냐고??
저는 남편의 저 마인드가 너무 싫습니다.
며느리 노릇하려고 제가 결혼한 게 아닌데 말이죠..
그냥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도리에 어긋나는 일만 안 한다면...
이렇게 말해도 저를 이해 못 합니다. 참 씁쓸합니다.
왜 저랑 결혼했는지..부모님께 효도할 여자가 필요했던 건지..
며느리 노릇은 과연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