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6월 08일 금요일. 서울시 공무원 시험을 치르기 위해 나는 울산에서 서울을 가야햇다.KTX를 타려 햇지만 역까지 거리도 잇고 표를 구하기도 힘들엇다. 버스를 타야겟다!삼산동 터미널로 향햇다.고속 터미널에서 우등버스를 타고 가려고 햇는데 오후 3시쯤에 도착하니 가장 빠른 버스는 3시 20분에 출발하는 일반 버스엿다. 도착은 강남 고속터미널.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우중충한 날씨엿다. 평일이엇지만 사람들이 많앗다. 눈치를 보아하니 나처럼 시험치러 가는 사람이 많은 듯 보엿다.
5시간여를 걸려 8시 20분 쯤에 강남 고속 터미널에 도착햇다.지하철을 타기 위해 나가는 곳 표시를 따라 나가 지하철 역으로 향햇다.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지하 상가들이 잇엇고 한 계단 내려가니편의점이 있었다. 간단히 먹을 것을 사고 승차권 발매기로 갔다.승차권을 산 후에 한참동안 지하철 노선표를 보며 계속 서있었다.편의점에서 산 초코바를 먹으면서 두 번, 세 번 환승역을 확인햇다.그 때 어떤 여학생이 승차권을 뽑는다. 지하철 노선표를 여러번 본다.내가 그랫던 것처럼 환승역을 숙지하는 모양이다.근데 내가 그 여학생에게 은근히 관심있는 모양이다. 계속 보고 있다.자신있게 보지는 못한다 흘끔흘끔... 나처럼 시험을 치기 위해 올라온 듯 보인다. 하지만 확실진 않다.백팩을 매고, 검정색 뿔태안경, 회색 면티 검정색 진을 입엇고, 컨버스 운동화, 머리카락은 어깨까지...난 3호선을 타고 가야햇다. 그 여학생은 어디로 가려나?나와 같이 3호선이다.! 요즘 젊은사람 같지 않게 폴더 폰을 쓰고 있다.난 서울에 딱히 연고가 없어 찜질방이나 모텔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햇는데 저 학생은 연고가 있나보다. 누군가에게 연락을 하는 것 같다.3호선! 방향도 같다. 난 신당역 5번출구로 나가 성동 고등학교를 찾아가야 한다.일단 같이 가는구나. 약수역에서 6호선으로 갈아타야 한다. 약수역에서 여학생도 내린다.여학생과 여기서 헤어지는 건가 내심 조마조마 하다자꾸 흘끔흘끔 보다 보니 여학생이 맘에 들엇다. 보면 볼 수록 맘에 든다.말이라도 붙여 볼까? 연락처라도 물어볼까?태어나서 한번도 그래본 적 없는 내가 이렇게 적극적인 생각을 하다니!!그 순간에 여러생각이 수 없이 교차한다.'어디사는 누군지도 모르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잇을지 모르는데, 거절당하더라도 말 한 번 붙여봐!!''시험치러 오셧어요?라고 말문을 열어볼까?근데 난 용기가 없다 말을 못 붙이는 핑곗거리를 머리속에서 만들어낸다.'내일 시험인데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잇다니 쯧쯧...' 스스로에게 핀잔을 주기도하고,..'저분도 내일 시험일텐데 내가 괜히 말붙여서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잇지 않겟어?' 사실 시험보는 학생이라는 확증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생각은 과대망상이 아닌가?'지하철에 사람도 많은데 창피할거 같아' 소심함의 극치다.그러는동안 그녀도 나와 같은 방향이다.거의 가까이 다가가서도 말도 못붙여보고는 스스로 온갖 핑계들로 위안을 삼는다.그 여학생도 신당역에서 내렷다. 심증이 점점 굳어진다.5, 6, 7, 8 번 출구가 있는 쪽으로 간다. 나와 거의 같구만!! 남은건 5번 출구...근데 누군가를 기다린다. 아차 그 여학생은 연고가 있는거엿어. 나도 ATM에서 돈을 찾고, 화장실도 갔다오며 같이 기다린다.그 때 어떤 연락이 온것인지 출구로 발걸음을 옮기는 여학생...너무 티나는 상황이지만 멀찌감치 뒤따른다. 비가 오나보다. 내가 가방에서 우산을 찾는사이 놓쳐버렷다!.친구처럼 보이는 한 여자와 6번 출구로 나가는 마지막 모습을 보았을 뿐.뒤늦게 따라간 6번 출구. 두 여자의 모습은 증발한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아... 온갖 생각이 든다. '인연이 아니엇던거야.' '아까 연락처를 물엇어야지!'후회, 미련, 체념... 여러 감정이 소용돌이 쳣지만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내 갈길을 가자... 5번 출구로 가자...그 순간 5번출구를 나와 정면에 보이는 슈퍼에서 나오는 두 여자를 발견! 이제 놓지고 싶지 않았다.뒤를 따라 갔다. 마침 방향도 성동 고등학교 방향과 같은 듯하다.하지만 말을 붙이기에는 상황이 더 좋지 않아졌는데... 어쩌지...일단 따라가보자 제법 멀리 간다. 큰 길을 따라 가다가 갑자기 꺾어 들어간다.금요일 밤이라 그런지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다. 한참을 더 들어간다.어느새 나는 미행을 하는 모습이다... 저 멀리 보인 두사람의 마지막 모습은 어느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이엇다. 건물에는 '원룸텔'간판이 붙어 있었는데, 고시원이나 고시텔이 아닌 확실히 원룸텔이엇다.이제 어쩔 방도가 없다. 기회는 없엇다. 마지막이엇다.
운좋게도 서울에 있는 군대 후임녀석과 연락이 닿아 하룻밤 신세 질 수 있었지만,내심 그 여학생에게 말 한 번 붙여보지 못한 것이 후회되어 아침 일찌감치 후임 집을 나와 시험장소로 이동햇다. 시험장 입구에 있으면 혹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거기다가 더 보태서 같은 시험실이면 더 좋겟다는 생각을 햇다.근데 나는 곧 깨달았다. 서울에 시험장이 몇군데인데 순진하게 같은 신당역에 내렸다고, 또 그 근처에서 하룻밤 묵는다고 같은 시험장일 거라고 생각햇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그 여학생이 시험치러 온 것인지도 확실지 않다.
멍청이... 내 모습이 좀 한심스럽다. 신당역 근처에만 시험장이 두 군데엿다.체념하고 시험을 쳣고 나오는 길에 그 원룸텔 앞을 한 번더 가보앗다.당연히 마주칠 확률은 0에 가깝지만...
그 후로 수일이 지났지만 그 날 일이 나는 무척 후회된다.
용기가 없었던 내 모습을 후회하며
이 글을 그 여학생이 볼 수 있다면... 하는 마음에 이렇게 글을 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