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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시댁문제 파혼녀

냉정해지자 |2012.07.09 18:18
조회 17,552 |추천 14

제목을 쓰면서 저 스스로도 참 씁쓸하네요. 사건이 터진 지 2주 정도밖에 안 되어서 아직 많이 정신없지만 많은 분들이 정말 피같은 조언 남겨주셨더라고요. 주말에 하나하나 읽으면서 조금이나마 흔들렸던 마음도 많이 추스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파혼한 남친이 회사 클라이언트사 담당자고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있어서 아직 얼굴 볼 일이 남았다는 거지만요. 나이들이 있어서 청첩장 찍고 회사에 알리자고 했던 게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더 독하게 마음 먹어야겠죠.........?

 

 

 

이런 데 글 쓰는 거 많이 어색했는데, 한 번 쓰니 또 쓸 용기도 나는군요. 내친 김에 신세한탄 좀 하겠습니다. 공감하실 수도 있고 이해 안 가실 수도 있고,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는 어쭙잖은 충고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올린 스펙 보시고 더 괜찮은 곳(?)에 시집갈 수 있다, 고 위로의 말 해주셨지만 저는 그 말이 왜 그렇게 슬프죠? 제가 겪어보니 제가 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선 어설프게 잘난 여자는 평범한 여자보다도 소위 말하는 '좋은 집'에 시집갈 기회가 별로 없던데 말이죠...

 

어릴 때는 일하는 게 좋다고 연애나 하면 했지 결혼에는 관심도 두지 않았습니다. 일부러 관계를 심각하게 발전시키지도 않았고요. 그저 남들보다 더 인정받고 싶었고, 더 잘나가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어찌저찌 30을 훌쩍 넘기더군요. 혼자라는 게 슬슬 두려워질 때쯤 '결혼이 하고 싶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에 저 좋다고 쫓아다니고 어쩌고 저쩌고 했던 사람들은 하나도 남아 있지 않더군요. 스스로도 까탈스러운 면이 있는 걸 아니 선봐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 들었습니다. 근데....... 제가 느낀 선이라는 건 진짜 애초에 여자가 완전 접고 들어가는 게임이더라구요. 제 스펙이 아무리 좋다 한들, 무슨 재벌가 시집갈 정도 됩니까? 그렇다고 미모가 그냥 보통보다 조금 괜찬은 정도지 연예인급도 아닙니다.

 

어쨌건 이제 이 스펙으로 결혼할 남자를 슬슬 찾기 시작했지요. 작년이었으니가 제 나이 33이었습니다. 제가 나갔던 선자리들 얘기 좀 해볼게요. 저는 명품백이 하나도 없습니다. 명품백보다 내 집 갖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가보지 못한 나라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 문화를 보고 느끼는 게 더 가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명품백 없다고 퇴짜 맞은 적도 있어요, 어이없게. 그냥 서로 맘에 안 들었는 줄 알았는데 다음에 선 자리가 있어서 나가려는데 엄마가 자꾸 엄마 샤* 백을 가져가라는 겁니다. 뭔 소린가 싶어서 캐물었더니, 그 전 자리에 명품백을 안 들고 나갔더니 남자가 집에 가서 그 얘길 했답니다. 그랬더니 시어머니 자리가 안목이 없는 애 아니냐고 소개해주신 분께 그랬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집에선 좀 그렇다는 식으로 얘기했다는데, 그분이 엄마한테 그 얘길 하면서 다들 있는 집이니 신경 좀 쓰고 나가라 했다고 합니다. 저희 엄마도 얼마나 자존심 상했겠습니까? 전화로는 그딴 집 우리집에서 필요없다 큰소리 쳐놓고 막상 다음 선 자리가 오니 신경이 안 쓰일 수 없었던 거죠. 근데 이게 진짜 무슨 욕 나올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결혼 때 자기 명품 백을 해오지 않을 것 같으니 미리 자른 것인지 모르겠지만, 저 그 때 들고 나간 가방 수제 가죽가방이라 제 생각엔 진짜 예쁘고 좋은 가방이었습니다. 근데 정말 제가 시집 한 번 가자고 취향이며 가치관까지 바꿔가며 어느 정단까지 놀아나야 할지 자괴감이 오더군요.

 

한번은 남자가 경희대 한의대 나왔는데 '학벌이 너무 딸려서 안 되겠죠? 그래도 나이가 있으니 만나봐요' 합디다. 그 사람이 저보다  두 살 많았는데 그 당시 경희대 한의대 들어가려면 공부 진짜 잘해야 했습니다. 전 그런 생각 안 하는데 선 시장이라는 거 자체가 아주 기괴하게 판이 짜여 있어서 마치 학벌 딸린 걸 나이로 퉁쳐달라는 듯이 그러더군요. 제가 학벌이나 인물 따지자는 것도 아니고 뭐 만났습니다. 그냥 무난한 분이셨죠, 겉보기엔. 근데 너희 집에 돈이 있다니 한의원 정도는 차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였죠. 막 조른 건 아니었기에 안 된다 우기고 결혼할 수도 있었겠지만 일단 그딴 소리 입밖으로 꺼내는 순간 정이 뚝 떨어지더군요. 언제부터 한국 남자들이 이렇게 비겁해졌나요. 제가 결혼에 관심 없던 몇 년 새 능력 있는 여자들 약점 잡아 벗겨먹는 법만 연구했나 싶었습니다.

 

어떤 집은 자기 아들이 저보다 연봉도 적고 어쩌고 하다고 기 죽는 거 싫다고 싫다 그러고.......... 어떤 집은 제가 여행을 많이 다녔으니 논 거 아니냐고 싫다 그러고............. 이건 뭐 진짜 답이 안 나오더군요. 얼굴에 면도칼이라도 하나 긁고 나가든지 다리라도 하나 절어야 갈 데가 있나 싶게, 잘나면 잘난 대로 못나면 못난 대로 트집이더군요. 제대로 된 남자, 제대로 된 집안은 항상 나이가 또 걸리고요. 33, 34이 적다 안 적다 다들 막연하게들 기준만 갖고 계시겠지만, 제가 직접 겪은 바로는 많습니다! 여자 나이로는 한국 결혼 시장에서 아주 많은 거예요!!!! 연하 취향이시라면 또 모르겠지만 전 연하는 싫거든요 ㅠㅠ

 

여튼 개념 멀쩡하고, 집안도 좋고 인물도 괜찮고, 중상류층 정도 되는 남자들은 백이면 백 명품백 사주더라도 저보다 나이 어린 여자 찾습디다. 명품백 필요없다고, 나도 그거 사고 싶으면 얼마든지 살 수 있다고 그래봤자 오히려 남들 눈에 이상하게만 보이고 저에게 독이 되더란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보다 조금 조건은 나쁘지만 가치관이 통한다고 느꼈던 남자한테 눈 뒤집힌 거 맞습니다. 저의 그런 개념들을 착하다고 칭찬해주고, 열심히 모아서 이룬 것들에 감탄해줄 줄 알고, 집안의 재력에 기대거나(기댈 것도 하나 없긴 하지만) 저희 집 재산이 얼마인지 같은 거 묻지도 않고 그냥 최선을 다해서 사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뻐 보이더이다.

저는 언제쯤 저랑 잘 맞는 남자, 그리고 집안에서도 이런 저의 생각과 능력을 예삐 봐주시는 시부모님을 만날지.......................... 여기 쓰인 것처럼 거지근성으로 벗겨먹으려고 이뻐해주는 척 하는 사람들 말고요. 정말 그냥 이런 식이라면 한국에선 혼자 사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니면 아예 외국인 남편을 만나거나요................

 

쓰다보니 옛생각들도 밀려오고...... 나름 머리 가슴 다 동원해서 고른 사람인데 이렇게 결혼 깨지게 된 제 처지도 아직은 좀 우울하고 해서 한마디 남겨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시간 내서 댓글 달아주시고 진심어린 충고 해주신 거 너무너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나중에 좋은 집 시집가서 이곳에 자랑글 남기게 되길 저 스스로도 바라고 있고요.

 

이 쓸데없는 넋두리 읽어주신 분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웃으면서 제 결혼이야기 풀어놓을 수 있는 날도 오겠죠................?

 

추천수14
반대수2
베플찌질이|2012.07.09 18:51
제가 한살 많네요...제가 딱 작년까지 그랬어요..남자들 여자 나이 30살 넘으면 할머니취급하고 하다못해 동갑내기 친구들 마저도 그런식으로 지껄이는데...좀 짜증이 나더군요.그러면서 저도 좀 후회를 했엇네요.그냥 어렷을때 나 좋다던 사람 나 쫒아 다녔던 사람 왜 싫다 했을까 후회도 조금 해봤는데요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사람하고 만나서 내가 잘 살수 있었을까??? 결론은 아니다 였어요.선 나가면 왜 그나이 먹도록 결혼 안하냐는 질문이 첫번째 ㅋㅋㅋ((그러는 지들은~ㅋ))그래서 어느순간 맘을 비우고 그냥 혼자서 잘먹고 잘살자!!!선들어오는건 그냥 다 봤어요... 그냥 보고만 왔어요.(엄마한테 욕먹기 싫어서 일단 나가긴 해야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전 그닥 스펙도 별루여서...스펙 좋은 사람은 별로 없었어요 그냥 평범 평범~그렇게 여전히 죄다 발로 뻥뻥 차버렷어요 혼자 살거라고!!!그러다 잘못걸려서 올해 시집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그냥 착한 남자...나한테 잘해주는남자...만났어요.돈 별루 없어요. 그냥 둘이 잘벌어서 살려구요지금처럼만 쭈욱 잘해주고 서로 말 잘통하고 바람 안피면 잘 살아보려구요.자격지심~! 가질필요없어요오히려 여자들은 혼자 사는것도 나쁘지 않다!!! 주의라서 그런가~혼자 사는여자들 멋진사람들 많아요혼자 사는 남자들이 좀 찌질해 보여 글치~ 흥~!!!!!!남들이 뭐라든~!! 신경쓰지마세요~!!!님은 멋진 여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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