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살이 넘었습니다.
당연히 명절에 집에가면 결혼 하라고 하시죠.
저의 한살 어린 남동생은 결혼해서 작년에 예쁜 아이를 얻었습니다.
동생과 올케, 그리고 정말 예쁜 울 조카를 보면 저도 뭔가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 하면서도 도무지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저는 결혼하기 싫어요.
정확히 말하면 결혼해서 사는게 무섭습니다.
제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 였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때까지 같이살다 따로살다 한 할머니께서는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한 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버지가 술을 끊으셨지만 의지로 술을 끊으셨다기 보다는 나이들고 아파서 못 마신다는 게 옳은 표현입니다.
제가 어릴때를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추억은 아버지가 제 목을 조르는 것입니다.
술 드시고, 어머니가 남동생을 데리고 피하면 남겨진 저는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됐었습니다.
취한 아버지는 자주 저를 죽이려고..목을 조르거나 4층 빌라에서 저를 밀었습니다.
아마 난간이 없었다면 지금쯤 세상에 없었을 겁니다.
우리 어머니는 뭐 하셨냐고요?
물론 어머니는 폭력상황이 오기전에 잘 하려고 노력하셨습니다.
그런데 뜻대로 안돼서 아버지가 때리기 시작하면 우리 남매를 둘다 피신시키려고 노력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았습니다.
술을 먹고 들어오신 아버지를 재우려고 비유를 맞춰 주시는데...그래도 아버지가 술김에 때리기 시작하면...어머니는 코뼈가 부러지고, 팔이 부러지고 어떨때는 머리가 깨지고 .........맞다가 맞다가 엄마가 쓰러지면 그때부터 저와 제 남동생을 때리려고 들었습니다.
많이 맞은 엄마는 마지막 힘을 다해 저보다는 한살이 더 어린 제 남동생만 겨우 데리고 집밖으로 도망치면서 항상 저한테 그러셨습니다.
"지현아 피해. 금방 올께."
최대한 막으려고 해도 저와 제 동생이 둘다 어린 상태에서 한명이라도 구하려고 엄마는 그렇게 남동생 먼저 데리고 나가고 그다음에 저를 데리로 집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때 쯤이면 저는 목이 졸리는 상태거나 난간 붙잡고 우는 상태였습니다.
엄마가 여러번 목숨걸고 아버지를 ......것을 봤었습니다.
어떻게 목숨 걸고 싸웠는지는 쓰지 않겠습니다.
저는 엄마가 왜 그랬는지 압니다.
제가 죽을꺼 같으니까 엄마가 그랬다는거.
엄마는 그게 다 꿈이라고 ....잊어 버리라고 하셨지만 저는 기억 합니다.
꿈이 아니라는거, 빌라 복도에서 울고 있던 제 남동생 얼굴도, 피범벅이된 엄마와 아버지 모습도 다 기억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이 터지면 시골에서 할머니께서 올라와서 저희 밥을 해주셨습니다.
부모님 모두 집에 없으니까 할머니께서 오셔서 저희를 돌봐 주셨는데....저는 아버지가 있을땐 마음이 불안했고, 할머니와 있을때는 배가 고팠습니다.
배가 어떻게 고픈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표현을 잘 못했지만 어쨌는 저는 기운이 없고 밥이 먹고 싶었습니다.
할머니가 안 주셨거든요.
큰애가 기집애라 집안에 망조가 들었다고...그래서 이 사단이 났다면서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하셨습니다.
닭을 삶아서 제 동생에게만 주는걸 보면서 울면서 잠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며칠 있으면 엄마가 오셨고. 냉장고에서 요구르트 꺼내 먹는것도 눈치를 봐서 먹는 저를 보고 엄마가 붙잡고 많이 우셨다는거...그런거 다 기억 합니다.
의지에 따라서 사람의 인생은 달라진다고 합니다.
알콜중독자 아버지는 둔 두 아들의 인생..이야기는 참 많이 회자 돼지요.
한 아들은 술을 마시면서 "그런 아버지를 보고 컸는데 어떻게 멀쩡 할 수가 있냐"고 하고
한 아들은 술은 입에도 안 대고 " 그런 아버지를 보고 컸는데 어떻게 술을 마실수가 있냐" 고 한다지요.
사람 됨됨이의 차이겠지요.
이왕이면 강한 사람이고, 바른 사람이고 싶은데.
그래서 그때일은 전부 어릴때 일이고 난 그래도 제대로 컸고, 나름대로 스스로 잘 벌고 잘 산다고 수없이위안을 건네지만 저의 지금 행동은 제가 생각해도 아직도 그때의 그 어린시절 그대로 입니다.
무섭습니다.
제가 그런 사람 안 만난다는 보장이 어디있나요?
이제는 다 컸기에 어머니와 그때의 일도 얘기 합니다.
어머니는 "그때는 여자가 이혼하면 낙인이 찍히던 시절이고, 지금은 안 그렇다"고 하시면서 이혼이 죄도 아닌시절을 살고 있는데 왜 그렇게 겁을 내냐고 하십니다.
그리고 세상엔 좋은 사람이 훨씬 많고 많은데 왜 소수의 나쁜 사람을 만나서 엄마처럼 살 것이라고 단정하냐면서 그러지 말라고 하십니다.
그런데요.
저는 그 좋은 사람이 제 사람일 것 같지가 않습니다.
자식 예뻐 하고, 가족하고 같이 나들이 다니는 좋은 아빠이자 남편들이 많은것도 알고 있지만 그건 제 사람이 아니기때문에 좋은 아빠이고 남편인거 같습니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 사람이 아닐 꺼라는....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 당연히 받아야 하는 아빠 사랑과 할머니의 사랑도 받은적이 없는데...이건 핏줄인데.
그 핏줄도 사랑해 주지 않았는데, 반평생 따로 살아온 남이 저를 사랑해 줄 것 같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만약에 결혼해서 또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요.
저는 꿈대로 할 것 같습니다.
어릴때 어느새인가 부터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다 없애버리고 불을 지르는.....
그럼 행복해 질꺼라는 막연한 생각에 행복해서 그 꿈을 꾸려고 하루에 절반 이상을 잠으로만 보낸적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무섭고. 또 사람도 무섭습니다.
겉으로는 멀쩡합니다.
10년가까이 한 직장 다녀서 연봉도 꽤 돼고, 비록 지방이어서 값이 싸기는 했어도 제 집도 있고, 일년에 한번씩 동호인들과 해외여행 다니면서 겉으로는 꽤 멀쩡하고 행복하며, 내 자아를 위해 결혼 안한답시고 꽤나 고상한척~~~ 그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속이 썩었어요.
그리고 앞으로의 일도 알고 있어요.
연금 들고, 보험들고, 저축해 놔도.
아프고 죽을때 되면 혼자 일꺼라는거.
알면서도 ...
그게 무서우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너는 나처럼 살지 말라는 엄마의 바람을 알면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이러고 있는 제가 싫습니다.
그럴싸 하게 얘기 했지만 결론은 이거지요.
아직도 애처럼 겁을 먹고 있다는거.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려고 드는거.
다 아는데 그래도 결혼하기 무섭습니다.
부럽긴 합니다.
엄청 부러우면서도 서로 위해주고 그러는거......... 내 피붙이도 안해줬던 행복인데, 그걸 남하고 할 수 있을지 ...겁이 납니다.
저 바보같져.
골드 미스?
솔직히 골드는 커녕 실버도 아닌 쪽박이지만.
그래도 곧 죽어도 있는척 쎈척 하면서 결혼 안하는 이유는요.
사실 안하는게 아니라 못하는 거에요.
그런데 이런 얘기를 엄마한테 못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섭던 아버지가 이제는 힘 다 빠져서 결혼하라고 할때......솔직히....... 다시 꿈꾸고 싶습니다.
엄마가 늘 꿈이라고 했던 그거.....
분노 그 이상의 감정을 다스리기가 힘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