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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신 신었지만, 결국 헤어졌어요.

22 |2012.08.11 14:11
조회 280,819 |추천 2,887

너와 나의 거리 4시간 반.

왕복 9시간에 걸쳐 너 얼굴 한 번 보러가겠다고

그 전날부터 가슴 뛰며 고속버스에 올라타던 내가 생각난다.

 

말년휴가때부터 삐끗했던 우리지만,

병장이 되어서도 편지는 꾸준히.. 10통, 20통...

전화도 아침,점심,저녁,자기전 꼬박꼬박 하루에 기본이 3시간 이상씩

전화 해주던 너였기에.

지금 삐걱대는 우리 사이 극복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역이 코 앞으로 다가오는 날.

내 곁에 있어줘서 너무 고맙다는 너의 말에

사회로 나오면 군대에 있었던 것보다 더 챙겨주겠다며

앞으로 다른 커플들보다 더 이쁜 사랑 하자며 약속했던 우리.

 

전역 전 날.

난 너의 전역모습을 가장 제일 먼저 가까이서 느끼고 싶었기에

또 다시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전역 전 날 밤에 도착하여

너와 나는 지금 정말 가까이에 있다며, 같은 지역에 택시 아니 버스만 타고 가도 만날 수

있다며 서로 설레고 가슴떨린다며 그렇게 우린 다음날을 기다렸지.

 

준비됐냐며.

우리 애기공주 내일 꽃신 신을 준비 됐어요?

내가 내일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라며, 나를 설레게 해줬던.

전역 전 날.

 

그 다음 전역 날.

일주일전부터 골라놓은 옷을 갈아입고, 너의 부대 앞으로 갔다.

너와의 가장 찐한 포옹과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입맞춤을 하고,

면회외박 때마다 갔던 곳들을 하나씩 다니고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으로

다시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치만,

넌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나에게 이별을 고했지.

영문을 알 수 없는 나.

이해를 할 수 없는 나.

받아드릴 수가 없는 나.

 

 

 

 

...

알고 봤더니 말년 휴가 복귀 하고부터

연락주고 받던 여자애가 있었더라.

절대 아니라고 잡아 떼도, 역시 꼬리가 길면 잡히더라.

남들한테는 여자친구 없다고. 정리한지 꽤 됐다고. 이제 민간인 이라고.

나에게는 하나뿐인 내 사랑. 너무 고맙다고.

 

그 여자는 너가 군복무 하는 동안

편지 한통이라도 손으로 직접 써서 보내줘 봤니?

너가 가장 힘들 때 너에게 손이라도 아니 목소리라도 힘내! 라며 말해준 적 있니?

 

난 그게 가장 슬프다.

외롭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군생활의 기다림이었는데,

마지막 너의 군생활 남은 3주는 나에게 너무 외로운 시간이었다는 게.

 

 

병장이 되었을 때,

너의 거만함에 그래도 이해해주자. 이해해주자. 그래 곧 민간인이니까

얼마나 기쁘겠어.

전역날이 다가왔을 때,

너의 솟구치는 자신감에 그래도 이해해주자. 이해해주자. 얼마 있음 전역하니까.

얼마나 설레겠어.

 

 

...

한결같은 마음으로,

너가 군 생활 하는 동안

남자한번 따로 만난 사석에서 밥 먹은 적 없었고,

이성친구 한 번 만나본적, 어장관리 해본적, 연락 주고 받은 적 없었고,

 

남들은 다 그만하라던 소포보내기도

힘든 훈련속에 지쳐 나 하나 바라보고 지낸다는 너의 말에

없는 돈 탈탈 털어 너 입에 맛난거 , 단거 하나 넣고 싶어 챙겨줬던 소포들.

 

학교에, 과외에, 알바에 힘든 하루 일상속에서도 피곤하지만 꼭 펜을 잡고

그 날 하루 있었던 일, 너무 보고 싶고, 사랑하며 오늘도 이렇게 너 생각하고 잠들어. 라는

멘트를 마무리로 보내줬던 편지들.

 

수업중이어도 교수님 눈치가 보여도 잠시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해서라도

받았던 너의 전화.

샤워하는 도중에라도 전화올까봐 화장실까지 폰을 들고 갔던 나.

겨울에 샤워하는 도중 물을 꺼 둔 으슬으슬 추운 화장실 안에서 너 목소리 하나 듣고 싶어

덜덜 떨면서 전화 받던 내 모습들이 추억 속 파노라마 처럼 스친다.

 

 

겨울에 널 만나, 몇번의 계절을 거쳐서 여름에 전역 한 너.

너무 헌신했는지,

너무 너에게 잘해줬는지,

너무 너 밖에 몰랐는지,

너무 너 생각만 했는지,

너무 너만 바라보았는지,

 

그런 내가 호구같고 질렸는지.

더 이상 연락하지 말자던 너의 말에

너가 전역한지 2주가 된 지금. 이제서야 이별을 받아들이고 실감이 난다.

 

 

비록,

그 연락하던 그 여자와는 잘된것 같지 않지만.

내가 원하던 결말은 이게 아니였기에

난 더 가슴이 아플 뿐이다.

 

 

군대 내에 있을 때 다른 어느 누구 커플보다 더 아름답고 애틋한 사랑을 했었기에,

또 그만큼 난 너에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나 미련은 없을것이다.

발렌타인데이때는 이틀이나 밤을 새서 만든 쿠키와 초콜렛을 보내주어

그 날 부대 소포 중 킹이라는 명칭도 들어보았고,

너의 감동이 물결치듯 떨리는 목소리도 들어보았기에.

너가 군인이었을 땐 난 정말 곰신으로써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한다.

 

언제쯤 너가 나의 빈자리에 대한 소중함을 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만큼 너의 거만함과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는 걸 실감했다.

어린 나이에 전역자라는, 위너라는 타이틀이 붙어 지금의 사회생활이 너무 신나고

재밌겠지만 그 자리를 기다렸던 사람이 너 말고도 나도 있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너가 평생 살면서 가장 못난 모습일 때,

가장 돈이 없을 때,

가장 힘들었을 때,

가장 포기하고 싶었을 때,

그 곁을 지켜줬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난 너의 잘난 모습을 보고 사귄게 아니라는 걸.

돈을 보고도 사귄게 아니고, 너의 강인함을 보고 사귄 것도 아니라는 걸.

 

너의 나약함을 일으켜주고 싶었고,

너의 힘듦을 덜어주고 싶었고,

 

그리고,

그 사람이 '너'라서 네 곁에서 항상 널 바라보며 기다려왔다는 걸.

 

 

너의 친한 사람에게 들었던 말.

"내 여자친구는 너무 데이트랑 연애밖에 몰라.

그래서 너무 애 같아서 싫어."

 

라고 말했다는 너.

데이트랑 연애밖에 모르는게 아니라, 너 밖에 몰랐던거야.

행복하게 데이트하는 커플들 속에서

난 휴가날짜만을 손꼽아 기다려왔고, 너 얼굴, 너 손 길 느끼고 싶어,

기다려왔던 나에게 데이트라는 건 정말 기다려진 순간이었기에.

 

그래. 미래에 대한 꿈과 전역이 코 앞에 비쳐 철 든 아이인척 하는 네 눈에는

이번 휴가 때는 이거하자. 전역하면 이거하자. 라며 졸라대는

한 낱 철 없는 22살의 대학생이 연애에 푹 빠진 모습으로만 보였을 수도.

 

그치만,

난 너 없는 동안 대학교 공부 꾸준히 했었고,

자격증 준비도. 또 전과 준비도 열심히 헀다.

이번에 장학금도 3개나 탔고, 과에선 순위 안에도 들었다.

 

나보다 더 못난 대학다니는 너입에서,

나보다 더 공부도 못했던 너 입에서

항상 나에게 스트레스 줬던 말.

 

"그래서 뭐 할 수 있겠어?"

 

그래서 난 이제 널 포기하고 내 인생, 내 자기계발을 위해

힘 껏 달려보려고 한다.

그래서 뭘 할 수 있겠냐는 너의 말에 그래서 난 해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그만하자.

지친다.

포기할래.

이제 나 잡지마.

나도 너 잡지 않을테니.

 

라는 마지막 너의 톡을 받아 본 순간

나는 이제 너와의 질기고 질긴 이 끈을 놓아주려고 한다.

 

 

너의 꿈도,

나의 꿈도

함께 할 우리의 미래도

결국 이뤄내지 못했지만, 나중에 먼 훗날 이 날을 생각하면

그저.. 정말 이렇게도 애틋한 사랑을 할 수 있었구나.. 라며

좋은 기억만 남기를.

 

 

요즘 같은 시대에 너의 번호를 누르면 전화가 걸리고,

문자보다 더 빠른 톡으로 너와 대화할 수 있지만,

 

내 손으로 꾹꾹 눌러 담아 쓴 편지와,

그걸 읽고 좋아하는 네 모습과

우체통에 가면 수북히 쌓여있던 너의 편지들.

다이얼을 하나씩 누르며 나에게 전화 걸었던,

정해진 시간에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부대에 전화를 걸어 군인들 사이에서 너와 통화를 할 수 있었던...

 

너와 그렇게 애틋하고 애틋한.. 군화와 고무신만이 할 수 있는...

아날로그식의 사랑을 경험하게 해 준 너에게 감사하며.

 

 

행복해라.

난 아직도 너와의 추억속에 살고 있지만.

차츰 지워보려고 한다.

 

 

힘들겠지만,

너와 해 온 사랑이 너무 깊어서 눈물로 밤을 지새는 날이 한번쯤은 다시 오겠지만

그 때마다 너가 나에게 준 상처를 다시 끄집어 내서

넌 정말 나쁜 사람이라고. 이렇게 내 자신을 다독여볼꺼다.

 

내 눈에서 엄청난 눈물을 흘리게 한 너.

벽에 걸린 너의 사진들을 떼어내면서 이렇게 난 너를 정리한다.

지난 시간동안 너와 깊은 사랑해서 좋았다.

정말 애틋했고 정말 너무 사랑했다.

 

 

 

이 글을 정리하면서 또 한번 느낀다.

널 사귀면서 , 그리고 지금 헤어진 이 시점.

돌이키기엔 너무 많은 것들이 흘렀기에 돌아갈 순 없지만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는 것.

그리고 너 같은 남자를 만나면 여자가 고생한다는 것.

추천수2,887
반대수36
베플뭐지이건|2012.08.11 20:02
토닥토닥. 멋진 여자분이세요. 지금 헤어짐을 당해서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겠지만. 제 눈엔 정말 멋지세요. 그 마음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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