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냥 공원 벤치에서 이야기 하는 일상.
한참을 그렇게 우리는 자리를 떠날 줄 몰랐고 서로의 목소리도 줄어 들지 않았다. 무엇을 말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 같은 건 없었다. 생각이 나는 게 있으면 이야기를 했고, 침묵은 불편하기 보다 우리를 여유롭게 해줬다.
그렇게 나른하게 지나가는 시간 속에 내 눈이 그녀의 손에 머물렀다.
혈관이 다 비쳐 보일 정도로 가느다랗고 하얀 손.
깔끔하게 정리된 손톱, 얇게 주름 잡힌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가 존재할 곳 은 여기뿐이라고 주장하는 듯 하다.
하늘하늘해 보이는 새하얀 손목과 팔뚝, 아름다운 활시위 모양의 쇄골을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반사된 달빛이 그녀를 더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한참 그녀는 어릴 때 공원에서의 추억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외모는 제쳐두고라도 가끔 저렇게 뭔가에 푹 빠져서 이야기를 해주는걸 듣는것이 나는 그저 좋았다.
"듣긴 들은 거야?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본담?"
…도도하다. 나는 이성에게 이렇게 까지 빠져 본적이 없는데, 이렇게 마음이 가는 것도 신기하다. 이 아이한테 마음 쓰려 접근 했던 남자들이 얼마나 될까? 또 그걸 생각하면 나는 괜히 틱틱 댄다. 한 순간 나는 얼굴이 벌개져서 다시 자세를 고쳐 앉을 뻔 했지만 질 수는 없지.
“왜 보면 안되냐? 나는 너 계속 볼껀데”
그녀는 날보고 불안한 표정으로 살짝 갸웃거리더니
“내 이야기 재미 없어? 왜 이야기는 안듣고 내 어여쁜 얼굴만 보신답니까”
“재밌었어, 물론 내용은 기억이 안난다 끝에 어여쁜은 빼라 하얘가지고 귀신같은게”
팍,팍,찰싹 …아 따가워! 제길…또 맞는다. ‘나는 나름 마초인데 이거 습관 되면 안돼 맨날 맞고 살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며 내 등어리를 차지게 때리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얇다, 게다 미끈하다. 근데 왜 이렇게 손은 맵냐. 집에 가서 보면 꼭 손바닥 자국 있더라. 이 아가씨가 배구 선수였나?
손을 턱 잡아서 내 앞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새끼 손가락 쪽 손바닥을 살짝 깨문다.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 간지러, 간지러워 이 변태야! 이빨자국 남는단말야 아파 놔줘 간지러 꺄하하하”
“아 손 좀 씻지 진짜? 짜잖아 나 오늘 일일 권장 나트륨 섭취 완료”
“아오, 양손으로 맞아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오빠”
발동 걸렸다 이 아가씨야 넌 오늘 내게 잡혔어.
날아오는 나머지 한 손도 마저 잡았다. 양 손목을 내 앞으로 모아 살짝 들어올린다. 붙여놓은 팔 사이에 입을 맞춘다. 마주 댄 라인을 따라 그대로 팔 안쪽을 팔꿈치까지 입술로 타고 올라간다. 그리고 살짝 그녀의 손을 내 허리 쪽으로 당긴다. 귓가에 대고
“너 진짜 밉다”
라고 속삭이며 귓볼을 코끝로 건드린다. 금방 빨개진다. 귀여운 것. 볼에다 쪽.
가볍게 잡고 있던 손을 놓아 주며 한 손은 그녀의 허리를 받치고 한 손은 그녀의 목덜미에 얹는다. 그녀 쪽으로 살짝 기울인다. 키스하려고 천천히 다가가다.
“아까 손바닥이 확실히 짜긴 짰어”
라고 말했다. 눈으로만 당황스러운 인상을 쓰려고 노력한다. 입술에 하려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가 뭐라고 행동하기 전에 잘라버리고 이마에 키스를 해준뒤 앞머리를 살짝 쓸어줬다.
일단 여기는 사람이 자주 다니지 않는 공원 벤치지만 그래도 밖이고 사람들이 지나 다니긴 한다. 손을 내 몸 쪽으로 당겨 그녀의 다리와 내 다리가 십자로 내 허벅지 위를 걸치게 앉혔다. 어께를 감싸고 있으려니 그녀가 한마디 한다.
“여름에 땀나서 죽을 일 있니, 떨어져 흥”
그녀와 내 사이를 조금 더 느슨하게 하고 놓아 주지 않았다.
“당신 나한테 잡혔거든? 까불지 마라? 어디 가고 싶으면 나한테 허락 받아”
그 상태로 잠깐 있었다. 여름이었지만 밤공기는 서늘했다. 좀 걸었으면 좋겠는데 오밤중에 마땅히 생각나는 곳도 없다. 바로 앞이 집이기도 하고 땀이 살짝 차오르는게 느껴지자 그녀의 다리를 살짝 들어 내 다리 위에서 내린다.
"저기 편의점 앞에서 맥주한캔 하자"
=================그냥 또 생각나서 써봄
사진은 좋은게 있었는데 그게 영화 포스터 였거든 근데 기억이 안나 그냥 심심해서 넣었으니 알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