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경제학 김판기 교수님 강의를 듣다가 '대체재' 라는 개념이 나왔었는데
그 개념 설명하시면서,
'이른바 대체재라는 것은 힘입니다. 대체재가 많을 수록 탄력성이 커지고, 그 커지는 탄력성은 조세부담을 적게 해 주는 힘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인생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인생에 있어서 어떤 상황 하에 대체재가 많은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 폭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죠. 그게 곧 힘입니다. 여러분 대체재를 많이 만드세요 ㅎㅎ'
교수님은 우스갯소리로 말했는 데 인강으로 그 강의 듣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제겐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던 여자애가 있어요.
햇수로 치면 거의 10년이지요. 중간중간에 연락도 끊기기도 했지만 대충 그 정도 된만큼 서로에 대해서 정말 많이 알고 있지요.
남자와 여자 사이엔 친구 사이란거 없다고들 하지요?
전에는 그런 말 별로 믿지 않고, 예외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그 아이와 나의 관계라고, 그냥 정말 우린 친구 사이라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예전부터 기가 쎄서 날 잡고 막 휘두르면서 흡사 '여왕님' 처럼 행동하곤 했고, 중,고등학생 땐 거기에 눌려서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아, 나중에 대학가면 진짜 이런애랑은 연애하지 말아야지. 아니, 이런 애가 보이면 무조건 도망가야지!!' 라고 생각했던 나였는데......
대학가고 여자친구도 생기면서 끊어졌다가, 여자친구랑 헤어지고 군대갈 준비하다가 우연히 연락 닿아서 다시 조금 만나서 놀기도 하고...
군입대 후에는 그 아이 남자친구 생겼다고 해서, 그 남자친구가 나랑 연락하는 거 안 좋아한다고 해서 두 말 없이 연락끊고 살았는데......
전역하고 나서 다시 그 아이와 연락이 되고, 예전과는 다르게 개념찬(?) 행동을 보여주는 것보고 '와, 나이 먹더니 조금 바뀌긴 바뀌는 구나...' 라고 놀라기도 했었는데......
그게 이 아이를 좋아하는 감정일 줄이야......
처음에는 나름 생떼(?) 부리며 인정 안하려고 스스로에게 이런저런 변명도 해보며 애써 마음 접어왔었는데 어느날 눈 딱 감고 한번 인정해보니까 지금까지 내가 해왔던 행동들이나 그런게 모조리 설명이 되어 버려집니다......
괜히 마음 쓰고... 괜히 신경 쓰이고... 괜히 더 챙겨 주고... 힘들다면 도와주려 안간힘 쓰고...
그땐 그냥 진짜 오랜 친구라서 더 각별하나 보다, 라고 행동했고...
그 아이가 제게 '넌 남자로 안보임 ㅇㅇ' 라고 말해서였나... 애초에 여자로 안보려고 마음도 먹었었고...
그래서 잘 몰랐는데, 대체 어느 순간부터 좋아한건지 참......
이런 마음이 들무렵, 전역하고 만났을 때는 몇 번 만나보더니
'야, ㅇㅇ이(필자) 남자 다 됐네!! 예전엔 남자로 보이지도 않았는데 말야!!'
라면서 남자대접(?;;) 해주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다 했던거죠......
만나서 놀때, 아주 사소하게 나마 챙겨주는 행동 보여주면 혼자 에헤라 디야~~ 라며 기분 업되고,
다른 남자애 친구 이야기하면 혼자 시무룩 하고... ㅋㅋ......
아 지금 생각해도 그땐 오그리 토그리......
그렇게 혼자 울고, 웃으며 만나다가 그 아이가 아직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남자친구가 제가 군인이었을때, 저 만나는 거 싫다고 한 녀석이라는 것도 알아서 멘붕이었죠...
'아 뭐지... 나 가지고 논 건가...? 아니, 애초에 얘는 날 그렇게 생각하지도 않잖아?... 그럼 나혼자 뻘짓한 건가...'
온갖 생각이 겹치면서, 모르면 몰랐지 알게 되니, 남자친구 있는 애랑 만나는 것도 부담이더라구요...
물어보니 둘이 냉전 기간이고... 이 아이는 남자애한테 지쳐서 헤어지려고 한다고 하던데...
그래도 아직 헤어진 건 아니니깐 더 만나서 노는 것도 뭐해서 한동안 연락을 피했었죠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술먹다가 친구들에게 확 털어놓아 버렸고...
고마운(?) 제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갑론을박을 펼치다 두 가지 안이 나오게 되었죠
1. 그런 앤 네가 못당함. 걔 선수삘 나니까 그냥 엮이지 않는것이 좋을듯.
2. 그런게 어딨음? 걔도 마음 있는 거임. 네가 고백 ㄱㄱ 하삼. 아, 물론 그 남자랑 헤어지면.
그 아이를 욕하는 애들도, 이거 관심 표현일 수도 있으니 네 마음 고백해 보라고 부추기는 애들도 지들끼리 떠들어댔고, 분위기 싸해져서 화제를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때부터 '아 고백해볼까...? 그러다 더 어색해지면 어쩌지...?' 란 생각만 들었어요
10년 동안 친구처럼 지내왔고, 그 아이 집안사정 같이 남에게 함부로 말하기 어려운 비밀들도 제게 털어놓은 애라서 그런지 왠지 고백하면 묘하게 배신감 들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참 골 아픈 시기였습니다.
한동안 연락 피하다가 그 아이에게 남자친구 정리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연가시 보고 싶다고, 같이 보러 가자고 해서 ...... 냉큼 따라나와버렸습니다......
처음엔 그럴 생각 없었습니다...
그날 따라 꽤나 많은 비가 왔는데, 약속장소로 나가보니까 만나자마자 제 우산이 작다고 짜증 폭발 ;;
걔도 우산 있고 저도 우산 있어서
'일인용 인데 뭐가 작아? 내겐 이게 딱 맞어' 라고 말했더니 끝끝내 우산 큰 거 좀 가져오라는 겁니다...
약속장소가 저희 집 근처기도 하고, 기분 풀어주려고 만난 셈도 있고 해서 우산 큰걸로 가져오고
(하아... 글로 보니 나 진짜 호구 같네...... 그땐 그런 느낌이 아녔는데......)
그거 쓰고 영화보고 밥 먹고 하면서 재밌게 놀다가 분위기에 휩쓸려버려서......
'아 오늘 고백해야겠다!'
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름 재놓은(?) 타이밍이 어긋나고 그냥 헤어져 버렸습니다...
뭔가 억울하고, 이대로 가다간 정말 고백 한 번 못해보겠다!! 싶어서
집에 가서 편지지 하나 사다가 하고 싶은 말 쭉 적고, 걔가 좋아하는 과자 한 다발 산다음 무작정 걔네 집으로 찾아갔습니다.
전화하니 마침 운동 나왔다고 해서 과자들 속에 편지 끼워놓고 집으로 왔고, 오면서
'아... 그냥 말로 할걸... 무슨 놈의 편지 고백이냐...'
라며 제 소심함을 저주했습니다...
결론은... 차였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연락이 안되다가 만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있었고, 그 남자가 받아주지 않아 애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제가 고백을 했고, 힘들 때 위로해 주던 친구 녀석이 등에 칼(?)을 꽂았다고 그 아이 친구들이 이러쿵 저러쿵 말이 많았나 봅니다......
그 아이는 어색한 관계 되기 싫다고 저랑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고, 전 실망감 반 허탈감 반 이라는 감정을 안고 일상으로 복귀 했죠
소식 알게 된 제 친구들도 난리 였습니다.
평소 여자 이야기도 잘 안하던 애가 갑자기 자기 입으로 여자 이야기를 술술 해서 나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고백했는 데 차였다니깐 온갖 위로를 하더군요...
그땐 모든 게 다 싫었습니다.
그 아인 그 남자 못 잊어서 울고 있고,
예전 같으면 제가 위로하곤 했었는데, 그땐 그거 보는 제 마음이 다 울적해서 제 마음 추수리기도 바빴습니다.
다른 일에 몰두하며 차츰 차츰 현실을 받아들이고
(하아... 좋아하긴 정말 많이 좋아했었나 봅니다...)
적응 하던 찰나, 그 아이와 다시 연락이 되었습니다.
간간히 이런 저런 이야기나 카톡으로 나누다가
'우리 아직 친구 맞지?' 라는 카톡이 오더라구요...
같이 있던 친구가 그 카톡 훔쳐보고 어장관리라고 쌩난리 부르스를 추며 분노하고,
미련인지...
정인지...
아니면 그냥 바보 같은 거지...
그러마 라고 문자를 보내고 말았습니다.
요새도 만나고 있습니다.
아니, 예전보다 더 거칠게 없어졌습니다.
한층 더 편안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야하나......
하지만, 친구로서는 정말 최고의 대우를 해주더군요.
힘든 일 있으면 위로해주고, 어려울 때 발벗고 도와주고, 이것저것 사소하게 챙겨주고.
이젠 저도 모르겠습니다......
한편으론 어장관리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만나다보면 어장관리 특유의 '뜯어먹는' 것은 안보이고, (오히려 주는 편이지요...)
정말 그냥 절친으로 대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제가 미련을 못 버려서 일 수도 있죠...
제 나이 20대 초중반이지만,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해본 여자 였거든요......
첫사랑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대체재라는 말이 더 와닿은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 마음속에 차지하고 있던 그 아이의 자리를 대체할 사람이 나오지 않는 한,
전 그 아이에게 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필력도 딸리고, 구성도 엉망이고, 양도 많습니다.
얼마나 읽어주실지는 모르겠지만, 여기까지 읽어주셨다면 감사합니다.
판에는 글을 처음 써보는 지라......
그래도 넷상에나마 속풀이 하듯 끄적거려서 마음은 시원합니다 ^^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