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볼라벤의 영향으로 많은 분들이 피해를 입으셨지요.
저도 태풍이 온 날 하루 종일 집에 계신 엄마 아빠 걱정에 몇 시간에 한 번씩 전화로 안부를 여쭙고 그랬지요.
그리고 그 다음날 집에 가보니 20m가까이 집 담벼락도 무너지고, 지붕도 조금 날라가고, 비닐 하우스도 찢겨 피해를 많이 입었네요.
보상은 못 받는다고 하네요. ㅠㅠ
하지만 많은 피해를 입으시고 저희처럼 보상도 못 받는 분들이 계서서 어쩔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암튼 엄마 아빠 두 분의 힘으로는 엉망이 된 집을 치울수 없어서 주말에 온 가족이 다 출동을 했습니다.
무너진 담벼락 잔해와 나뭇잎으로 뒤덮힌 마당, 날라간 지붕, 그리고 뿌리채 뽑힌 나무의 잔가지 치우느라 가족들이 땡볕에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열심히 집 정리를 하는 도중에 제 눈을 거슬리게 하는게 있었어요.
이 글을 쓰게 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제목 그대로 피해지역에 봉사하러 오신 공무원들의 모습입니다.
제 집 바로 앞에 처참하게 무너진 비닐하우스가 있어서 군인 3~4명과 구청 공무원들이 도와주시러오셨나 보더라구요.
제가 오전 10시쯤 집에 와서 일을 돕기 시작했으니까 그 전에 오신 몇몇 분과 군인들은 일을 시작하고 계셨구요, 그 후로 오신 분들의 모습에 화가 좀 났습니다.
다른 분들 일하고 계실 때 늦게 도착하신 분들은 11시 전후로 오셨는데 오셔서 사들고 오신 짐(점심, 물,과일)들 내리고, 나무 그늘에서 모여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점심 시간이 되었고 바로 짐을 풀고 점심을 드셨답니다. (군인들과 다른 분들은 비닐하우스 주인께서 점심을 사주시러 가신거 같았구요.)
저희 식구들은 늦게 아침을 먹고 와서 1시 넘어서까지 일을 하고 있었는데, 그 동안 이 분들은 점심을 다 드시고 마을의 평상까지 두 개나 옮겨와 쉬고 계셨습니다. 낮잠도 주무시는 분들도 계셨구요.
시골에서도 더운 여름에는 일찍 일을 시작하고 점심 드시고 이후에 많이 쉬시긴 하지만, 이 분들은 11시 넘어서 오신 분들이고 계속 수다만 떠신 분들 이거든요.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지 않았답니다. 비닐하우스 주인 분이 오시니까 조금 거드시긴 하시더라구요. 1시간 정도 일하셨을까요? 그리고 나서 일을 마무리 하신거 같던데 가실 때는 무너진 비닐하우스에서 얻은 것 같은 야채를 많이 싸 가시더라구요. 그리고 흙 묻은 신발 씻으로 저희 집에 오셨구요.
봉사활동하기 참 쉽네요.
피해 지역에 봉사하러 오신 분들 같지가 않았습니다.
저희 엄마가 무너진 담 열심히 치우고 있을 때 늦게 도착하신 어떤 여자분은 일하고 계신 엄마 옆에서 저희 집 감나무 감을 따더랍니다. 엄마가 참 기막혀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그 분들은 저희가 열심히 일하고 있으니 봉사하러 오신 분이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내내 그늘에서 쉬는 모습을 보면서 그분들이 불편했는데, 봉사하러 오신 공무원들도 자발적인 봉사가 아닌, 위에서 시키니까 하시는 것이 대부분이고, 봉사활동 하는 모습 사진 찍어서 제출한다고 합니다.. 그게 제 맘을 더 불편하게 했던거 같습니다.
피해 입은 주인도 턱없이 부족한 일손 도우러 오신 분들이 고맙긴 하지만 미안해서 일을 제대로 못 시키는것 같았어요, 그래서 공무원들이 더 쉬고 계셨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그늘에서 쉬고 있는건, 정말 꼴불견이었네요. 뭐라도 시켜주십시오, 뭐할지 알려주십시오~할 수 도 있는거잖아요.
저희 집 치우는 도중에 동네 어르신을 많이 만났는데요, 대부분이 저희 집 일 끝나면 와서 도와달라는 거였습니다. 시간도 정말 많이 걸리고, 저희도 어른 8명이서 하루 종일 일해서 못 도와드리고 왔지만
이렇게 일손이 많이 필요한 곳에서 쉬고 계신 분들을 보니... 할 말이 없었습니다.
제가 그분들의 모습을 보고 답답해하니 다른 분은 자주 보던 일이라 이상할 것도 없다고 하시더라구요.
정말로 제가 본 게 봉사활동이라면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빠른 복구를 해야하는 농민들의 마음은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 보였거든요. 시간만 때우고 가는 느낌, 저희 식구들은 다 받았습니다. 잔해 치우러 이리저리 다니는 저희 식구들을 멀뚱멀뚱 쳐다보시고, 정작 도우러 오신 분 비닐 하우스엔 1시간 정도 있다 가시는 모습, 불편했습니다.
다른 곳에 봉사하러 오신 분들이 다 이러지는 않겠죠?
쉬는 날 나와서 봉사하는게 쉽지는 않을테지만, 일단 봉사하러 오셨으니까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피해농민들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