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173권] 의자놀이

 

「정리해고는 잔혹한 의자놀이 게임, 1%의 이익을 위해 99%끼리 싸움을 붙이는 게임」

 

저자 : 공지영

출판사 : 휴머니스트

출판일 : 2012년 08월

 

■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은 아침이다. -p.51

 

■ 한 사람이 또 죽었다는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남아 있는 동료들은 다시 한 번 그 죽음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갔다. 스물두 번이나 되었는데도 그랬다. 그것은 거듭될수록 익숙해져서 무감각해지고 엷어지고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짙어지고 좁아지고 생생해져서 살아 있는 이들의 멱살 쪽으로 바싹바싹 다가오는 것만 같다고 그들은 증언했다. -p.57

 

■ 일터는 단지 먹이를 구하기 위해 가는 장소가 아니다. 돈만 벌면 어디든지 다 좋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터, 우리에게 생활을 보장해주고, 우리에게 밥과 의복을 주며, 사람들을 엮어내서 인간의 사회적 욕구를 펼치게 해주는, 우리의 품위와 자부심, 그리고 긍지를 주는 내 인생이 펼쳐지는 현장이다. 가정과 직장, 이 두 들판이 우리의 인생인 것이다. 그리고 가정이 무너지면 가끔 직장생활도 무너지지만, 일터가 무너지면 가정은 거의 대부분 무너진다. 아무런 사회안전망, 즉 재취업과 실업보험, 혹은 무상교육, 무상의료, 주거 등에 대한 약속 없는 정리해고는 삶에서 해고된다는 말과 같다. -p.93

 

■ 미움은 사랑을 거친 후에 더욱 강해지는 것, 친밀함은 미움이 촉매이다. 우리는 어차피 비슷한 것들을 사랑하거나 미워하니까. 먼 사람들보다 가까운 사람들이 더 미운 것을 이성이 아무리 제어하려 해도, 머리가 최선을 다해도, 언제나 마음이 주인이었다. -p.102~103

 

■ 나는 꿈꾼다. 최소한 두 가지, 돈이 없이 치료받지 못하고, 돈이 없어 교육받지 못하는 사람이 없는 나라. 자고, 먹고, 입는 것이 최소한 보장되는 나라...... 그래, 그 돈이 없어서 우리는 그들을 보냈다. 그냥 보낸 것이 아니라 엄청난 고독과 절망으로 세상을 향해 한 글자도 남기고 싶지 않을 만큼의 절망 속에서 말이다. 22번째 자살자까지 아무도 유서가 없다. 자살한 한 노동자의 휴대전화에서는 모든 이름과 전화번호가 지워지고 '어, 머, 니' 세 글자와 어머니의 전화번호만 남아 있었다. -p.148

 

■ 사회가 우리보고 죽으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이 사회에서 나가달라고. -p.149

 리뷰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진짜 이유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에 대한 관심이었다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공지영 작가의 첫 '르포르타주' 였기 때문이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

르포르타주[ reportage ]란, 어원은 보고(report)이며 '르포'로 줄여 쓰기도 하는데,

어떤 사회현상이나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보도가 아니라 보고자(reporter)가 자신의 식견을 배경으로 하여 심층취재하고,

대상의 사이드 뉴스나 에피소드를 포함시켜 종합적인 기사로 완성하는 데서 비롯되었다. (네이버 두산백과에서 발췌)

차라리 허구로 만들어낸 이야기였으면 덜 아팠을 내용들, 하지만 소설이 아닌 진짜 현실이라서 더 슬프고 안타까운 것 같다.

읽기 전에는 조금 딱딱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차가운 현실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보이며

그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던 공지영 작가님의 글에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알게됐다.

 

처음엔 이 책의 제목이 왜 '의자놀이' 일까 궁금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다.

어렸을 때 하던 그 놀이. 의자를 사람 수보다 하나 덜 놓고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돌다가 노래가 멈추는 순간

재빨리 의자에 앉는 놀이. 그러는 사이 서로 앉겠다고 밀치고 부딪치고. ;;;;;

결국 이 놀이는 쌍용자동차 사건을 빗대어 설명한다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2009년 쌍용자동차 2,646명의 정리해고와 이어 벌어진 77일간의 옥쇄파업 그리고 이어진 죽음의 행렬.  

이 사건으로 무려 22명이나 세상을 떠났다. 자살을 한 사람도 있고, 스트레스나 과로로 쓰러진 사람들도 있고.

그리고 여전히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과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수십년간 몸을 바쳐 일해온 직장에서 한 통의 '해임통지' 쪽지로 이별을 맞이하게 된 사람들의 처절한 몸부림.

또 그런 이들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 아파하는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 아빠의 해고를 막아보겠다고

엄마와 어린 아이들까지 공장이 있는 현장으로 나와 고생하는 장면은 정말 눈물이 날 정도였다. ㅠ

 

사측과 노조측의 격렬한 대립 속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최루액을 뿌려대고 일종의 전기충격기인 테이저건을 쏘고

서로 폭행하고 짓밟는 장면을 보면서 사람이 사람에게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또 경찰과 정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말 잔인하고 무서웠다. 2009년 6월 '추적 60분' 이란 프로그램에서 방송됐던 '쌍용 자동차 정리해고, 30일간의 기록' 이란

프로그램을 찾아 다시보기를 통해 뒤늦게 방송을 접하게 됐는데 그 방송을 통해 보게된 생생한 투쟁현장은 정말 잔인했다.

70m 굴뚝에 올라가 농성을 벌이는 노동자들, 긴 시간을 단전과 단수를 버티다 결국 두들겨 맞고, 해고되고, 사법 처리되고.

지켜보는 내 마음도 이런데, 당사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은 그런 상황 속에서 어떤 마음이었을지 상상조차 어려울 정도다.

 

책을 읽으며 생각하게 된 점이 있다면.. 그건 이 쌍용사태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하는 의문점이었다.

그건 바로 '함께 살자' 는 것이 아닐까?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불과 몇 년 전에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너무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건 아닌지.. 한 편으론 시사에 무관심했던 내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슬픈 현실을 그냥 남의 일이라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아쉽게 희생된 우리의 이웃이 너무 많았다.

이 책을 보면서 앞으로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더불어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기억하고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이 책의 수익금 전액이 쌍용자동차 해고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서 전액 기부된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

추천수0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