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초, 신입생이던 그녀를 보았습니다.
짜장면을 친구들과 같이 맛있게 흡입하는 모습에서
여성미라곤 눈꼽만큼도 찾을 수 없었고, 그저 동생일 뿐이었습니다.
친구+동생 여러명과 같이 영화를 보러 갈때도, 가끔 둘이 있을때 음료수를 마실 때도
여자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근데 5월이 되고, 날은 따뜻해지다 못해 햇빛이 따가워지고
축제 준비를 하면서부터 예고 없이 변화는 찾아왔고,
저는 달라졌습니다.
얘가 걷는 흔한 걸음걸이 하나에도 눈길이 가고
장난식으로 항상 가볍게 치던 어깨에도 신경이 쓰였으며
둘이 있을 때면 겉으로는 티가 전혀 나지 않았겠지만, 속으론 미칠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무슨 멍청한 고집인지
복학생이 신입생을 어떻게 하려 한다는 말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저는
애써 부정해가면서 묵묵히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절 좋아하던 여자와 7월에 사귀게 되면서 얘를 향한 마음도 정리되려니, 싶었지만..
어느 한켠에 이 친구가 자리잡고 있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
결국 진심이 결여된 연애생활은
한달 남짓만에 제가 차이면서 끝이 나고,
저는 이 친구랑 같이
한달 전부터 잡아논 야구장 선약을 지키러 야구장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그날 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취소가 되어버렸고...
우산은 제가 가지고 있던 조그만 우산 하나뿐이었습니다.
같이 우산을 쓰느라 한쪽 어깨는 완전히 물과 동화되버렸지만, 그런건 그 당시에 몰랐습니다.
이 친구 눈, 코, 입 외에 다른 걸 본다는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만날 때도 얘기를 해보면 얘도 저를 완전 싫어하진 않는것 같았지만,
매번 바보같이 아무 얘기 못하고 그냥 그녀가 묵는 곳에 바래다주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요즘, 만나기도 힘들고
며칠에 한번씩 카톡을 해도 옛날만큼 살갑지가 않은것 같습니다.
남자친구가 생긴지는 모르겠지만(차마 못 물어봤죠..),
처음 그때 적극적으로 대쉬했으면 어떨까, ... 하는 생각도 드네요.
하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그냥 좋은 오빠로서 가끔 카톡하고,
뭐 물어보면 대답도 해주고, 가끔 같이 밥도 먹는
그런 괜찮은 오빠 정도로만 남아도 여한이 없을 것 같네요.
왜 고백을 안해봤냐.. 라고 묻는다면
진짜 사랑하는 사람한테 고백하고 나서
차이는 아픔을 견딜 준비가 안된다고 보는게 맞는거 같네요.
이래서 겁쟁이인가 봅니다. ^^;;;;
P.S. 절대 볼 거란 기대는 안하지만 그냥 쓸께.
선민아.. 내가 24살에 이런 고딩같은 고백식의 독백을 쓸줄은 몰랐지만
이렇게라도 써야될거 같아.
여자친구는 몇번 있었지만, 진짜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건 너야.
여자를 보면서 정말 뭐든지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도
설령 그게 나한테 불가능한 일일지라도... 니가 처음이고.
뭐 너야 워낙 돌맹이이고, 나도 감정 숨기는데 익숙해서
넌 아마 죽어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혹시라도 다치지 말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학교 생활도 열심히 하길 바랄께. 진심으로 좋아해.
이렇게 익명으로라도 써서 후련하군요. 왜 카테고리에 짝사랑 이 없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 이거 읽느라 시간 낭비하신 분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