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구절절한 내용이 많아서 아마 쓰다보면.. 어쩌면 스크롤압박이 생길수도 있어요.
남자친구와 헤어진지 반년도 넘은 지금, 저는 아직 그 사람을 잊지 못하고있어요.
작년 11월. 7살 연상의 오빠를 만나게됐어요.
오빠가 워낙에 일이 불규칙하고 바빠서 자주 못만났지만 그만큼 애틋한 연애를 하고있었어요.
한번도 싸운적도, 티격태격한적도 없었어요.
100일을 넘긴 3월 끄트머리의 어느 날 밤.
집안도 일도 너무 힘들다는 오빠의 카톡이 왔죠.
그날 낮 까지만해도 깨가 쏟아지는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정말 너무나도 느닷없이.
- 오빠 힘들어..?
- 응 힘들어
- 나 만나는것도 힘들지?
- 만나는게 힘든게 아니구 감정소모가 힘들어..
- 힘들게해서 미안해 안그러고 싶은데
- 하아..어떡해야하니..
- 내가 연락하지말까..?
- ...오빠가 미안해..
- 왜그래..
- 다 힘들다 놓아버리고 싶을만큼..
- 내가어떻게 해줄까. 나때문에 오빠 힘든거 싫은데..
- 너 때문에 힘든게 아냐 내가 힘들어서 그런거지.. 나 놔줘.. 더 험한 꼴 무서운일 생기기 전에.. 그냥 나도 나를 놓고 지내게..
숨쉬는 것도 아파.. 더러워 거지같애 모든게
- 오빠를 놔달라구..?
- 응 나 버려줘... 아파 모든게 네 걱정조차도..아파 슬퍼
- 오빠 많이 취했어?
- 응 취했는데.. 이성은 있어
- 내가 오빨 어떻게 버려...
-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너 생각도 못할만큼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전 통화버튼을 눌렀어요. 하지만 오빠는 받지않고 카톡으로 목소리도 안나온다면서 내일 얘기하자고 그렇게 연락이 안됐어요.
그렇게 다음날이 돼서 전 오빠에게 카톡을 보냈어요.
- 아직 자? 우리 만나서 얘기좀했으면 좋겠는데..
힘들때 힘들다고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 그럴때 기대라고 있는게 여자친군데 왜 혼자 다 감싸안고 가려고그래. 나도 집안일 힘들때 오빠한테 털어놨잖아. 오빠도 나한테 털어놔.. 혼자 끙끙 앓아봐야 소용없어. 이런다고 될일이 아닌것같아. 이따가 일끝나고 전화할게.
몇시간이 흘러 답장이왔어요.
- 아니 내일 통화하자. 오늘은 좀 그래. 아버지랑 있거든.
이렇게 한통 덜렁 보내놓고 깜깜 무소식이였다가 그 다음날 저는 또 카톡을 보냈어요.
- 오늘 오빠 일찍끝나면 만나서 얘기해. 전화로 할 얘기는 아닌것 같은데..
이거 메세지보면 언제 어디서 보는게 편한지 알려줘..
- 일도 일이지만 나도 시간이 좀 필요해. 금요일에 보자. 금욜엔 7시쯤이면 끝날거야.
결국 그렇게 금요일까지 서로 연락없이 기다리다가 금요일 오후에 오빠에게 먼저 연락이왔어요.
- OO아 우리가 만나서 할 얘기가 있을까..? 난 미안할 뿐이고.. 넌 속상할뿐일거고..
어떡했음 좋겠니. 좋을까..?
- 만나서 얘기하자.. 이게 갑자기 뭐야. 오빠 힘든거 나한테 얘기라도 했어야지. 왜 나한테 놔달라고만하고 혼자 피하려는건데. 오빠가 힘든게 뭐든지간에 나는 다 감당하고 만나는건데.. 이럴때일수록 서로 의지해야 되는건데 왜그래대체.. 헤어지는것보다 같이 어려운게 나아..
- 네 감당이 문제가 아냐. 알아달라는것도 아냐. 그냥 내버려뒀음 좋겠는것 그거야. 암튼 일끝날때쯤 얘기할게.
- 일끝나면 일단 만나.. 회사근처로 가있을게
- 오래 얘기도 못해 친구동생이 자살해서 거기가봐야해. 암튼 한 7시쯤 끝날거야
이런 얘기를 나눈끝에 전 오빠 회사근처 카페에 먼저도착해서 혼자 펑펑 울고있었어요.
그러다가 오빠가 왔고. 서로 30여분을 침묵하다가 제가 먼저 말문을 열었어요.
- 지난주에 무슨일 있었어..?
- ...무슨일이야 항상있지..
- ....
또 침묵이 흐르다 이번엔 오빠가 먼저
- 네 말대로 정말 갑자기.. 아버지 사업하시는거 망가졌고, 친구 두명 사고나서 죽었고, 친구동생이 자살했어.. 이 모든게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동안 다 벌어졌어...
이 말을 듣는순간 오빠가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이해할수있었어요.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그랬구나...
- 나도 내 마음이 언제 추스려질지 모르는데 어떻게 너한테 기다려달라고해..
힘들게 저도 입을 열었어요.
- 오빠.. 정말 미안한데.. 나 오빠랑 못헤어지겠어...
- 니가 왜 미안해해.. 내가 먼저 만나자고 한거였는데 나땜에 바빠서 자주 보지도못했는데.. 니가 미안해할일이아니야...
얼마나 걸리든지 너 기다릴거야..?
저는 말도 못하고 고개조차 끄덕이지 못한채 울고만있었어요.
- 그럼.. 우리 시간을 좀더 가져볼까..? 다음주는 좀 시간이 안될것같구.. 다담주에 다시 만나서 얘기해보자. 너도 그때까지 다시한번 생각해봐..
그말을 끝으로 우린 각자 헤어졌고 2주가 흘러서 다시 만나게 됐어요.
그때에도 여전히 우린 30여분을 침묵하고있었죠.
그러다가 오빠가 먼저
- 나 일하다말고 나와서 다시 들어가봐야해..
- ...오빠.. 내가 많이 생각해봤는데.. 나 도저히 오빠랑 헤어질 자신이없어..
이말을 마치고나니 오빠는 착잡한표정이되어있었어요.
- 이건 아니잖아.. 이렇게 연락없이 계속 지내자고?.. 나좀 내버려줘..
1년, 2년, 3년이 지나도 이렇게 기다릴거야..?
전 아무말도 못하고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었어요.
- 너 이렇게 기다리다가 나 다른사람 생기면 어떡할거야..
.. 그건 그때가서 생각할거야..?...
이 말을 듣는순간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전혀 상상도 못한 말이였기에.
저는 계속 고개만 떨구고있었어요. 그러다가
- 오빠네 아버님사업 안좋게된거, 친구분들 안좋게된거.. 내 힘으론 어떻게 해줄수 없는일이라..
나는 그냥 오빠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것밖엔 할수있는게 없어..
라고 말했죠.
- 이게 니가 내린 답이야?
- ...
- 그럼 너.. 취업준비랑 시험준비로 바쁠테니까 올 가을이나 초겨울에 다시 만나 얘기하자..
기다리다가 도저히 안되겠으면 얘기해. 그리고.. 좋은사람 생기면 만나..
이러한 대화를 하고 헤어졌어요. 그게 마지막이였어요..
막막했어요. 그때는 4월초순이였고 오빠는 가을이나 초겨울에 다시 만나자고하니..
기다리는게 힘든게 아니라 다른사람 생기면 어쩔거냐는 그 말을 들어서..
그러다가 4월 말쯤에 오빠가 페북친구를 끊어놨어요. 그치만 오빠는 전체공개였기때문에 굳이 친구가 아니더라도 글을 볼순있었죠. 오빠 소식을 알수있는건 페북뿐이여서 저는 줄기차게 오빠 페북에 드나들었고, 간간히 올라오는 오빠 글들에서 오빠가 얼마나 힘든상황인지 느껴져서 속상해하고있었어요.
그렇게 5월이됐고 5월중순무렵엔 오빠 페북에 변화가 찾아왔어요.
난데없는 홈베이킹 사진이 올라오더라구요. 집에서 구운 쿠키, 빵..등등..
그걸 보면서 순간 저는 '뭐지?.. 새로운 취미가 생긴건가?' 찝찝했지만 그냥 대수롭지않게 넘겼어요.
그런식으로 지내오다가 8월이됐고 어김없이 오빠 페북에 들어가려고하는데 요청할수없는 페이지라고 뜨더라구요. 탈퇴했구나 싶었어요. 근데 탈퇴가아니라.. 절 페이스북에서 아예 차단시킨거에요.
페북 차단을하면 상대와 저는 서로가 페북 자체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처럼 되거든요..
그나마 소식을 접할수있었던건 페북이였는데 그것마저 차단을 당해서 속이 상했죠.
내가 싫으면 페북 차단을 할게아니라 싫다고, 헤어지자고 직접 말이라도해주지..
발만 동동 구르고있는데 친한동생이 페북 세컨계정을 만들어보라고 하더라구요.
안만들려고하다가 궁금하니까 어쩔수없지않느냐는 말에 눈 딱 감고 세컨계정을 만들었죠.
그랬더니 오빠 페북이 보이더군요..
근데.. 다른 여자가 생긴것 같더라구요.
모든 정황상 5월중순쯤에..
그 여자는 얼굴도 예쁘장하고 똑똑하기까지했어요. 오빠랑 나이도 한두살 차이밖에 안났죠.
그걸 보고도 혼자 속으로 삭히고 참다가 9월이되자마자 전 오빠에게 연락을했어요.
- 오빠..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아무리 기다려도 답장은 오지않았고 문자를 보낸지 이틀뒤에 장문의 메세지가 하나 왔어요.
시간은 사실상 너에게 필요했던거라고, 마지막 이야기를 했던때와 난 바뀌질 않았다고.
너 역시 그런것같다고..
너에게 아버지와 집안일..거짓을 말하진 않았고 지금 여자가 생겼다고.
미안하다고. 그땐 시간을 갖는거라도 할수있었지만 지금은 할수있는게 미안하단 말 외엔 없다고.
저만 생각하는 이딴놈 이제 놓으라고....이런식의 내용이였어요.
저는 오빠에게 처절하게 매달렸어요.
오빠 형편상 시간을 가진건데 상황이 나아지면 나한테 연락했어야지 어떻게 다른사람을 만나느냐며, 오빠만 기다리던 나는 어떡하냐며. 하루에도 수백번 오빠한테 연락하고싶던거 신경쓰일까봐 하지못했다고, 오빠 재촉하는것같아서 참았다고.. 등등 그동안 말못했던걸 문자로 보냈어요.
오빨 잊어본적이 없는데 오빠 기억에서 내가 잊혀지는게 싫다고도 했고.. 날 잊지말아달라고도했고...
그 사람 놓고 나한테 오면 안되겠느냐고까지 했었어요..
그 뒤로 답장은 전혀없지만..
전 여전히 오빠를 잊지 못하고있어요. 이미 다른여자랑 잘 만나고있는것같은데..
주변에선 다들 쓰레기같은 놈이다, 강아지다, 너도 얼른 너 좋다는 다른사람 만나라고들 하는데
제가 여태 살면서 제일 사랑했던사람이라 차마 욕도 못하겠고, 오빠외에 다른 사람은 만나기도 싫고 그래요. 시간이 약이라는데... 시간이 지나도 전 아마 계속 못잊은채로 살아갈것같아요.
그냥 둘이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오빠가 저한테 돌아오지않고 다른사람을 만난다고해도..
지금 만나고있는 사람이랑은 헤어졌으면 좋겠어요. 정말 너무나도 절실히..
이거 제 욕심인가요.. 정말 속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