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예전 일기장을 찾아보다가 장래희망에 ‘아빠’라고 적혀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순간 웃음이 났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자리에서 예전 일기장을 읽어나갔습니다.
저의 장래희망은 ‘아빠’에서 점점 현실적인 것들로 바뀌다가 ‘판검사’에서 멈추어 있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씁쓸해졌습니다.
사실 ‘판검사’는 드라마 ‘모래시계’에 푹 빠지셨던 부모님이 저에게
굉장히 오랫동안 추천하셨던 장래희망이었기 때문이죠.
아마 스스로 꾸던 꿈은 ‘판검사’ 전에서 멈추었던 것은 아닌지……
(만약 ‘아빠’의 꿈이 지금까지 이어졌다면 쉬운 꿈이었을까요^^? 혹은 가장 힘든 꿈일지도)
비단 저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어렸을 적 꿈을 얘기할 때면 즐거워합니다.
중, 고등학교 때에 남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장래희망은 축구선수였습니다.
쉬는 시간 종이 울리면 공을 들고 뛰어나가서 수업시작 종이 울리면 늦게 들어왔다고 벌서기 일수였죠.
대학에 진학하고 전공과목을 공부해서 회사원이 되고 나면 공을 찬 기억은 흐릿해지고
K리그와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는 외국 축구 리그를 빠짐 없이 보는 것으로 위안을 삼기 시작합니다.
그런 친구들이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모이기 시작하는 곳이 있습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한쪽에 위치한 풋살 경기장. 커다란 모형 공을 보면서 어릴 적 꿈을 회상한다.
서울에서 예약을 통해 풋살을 즐길 수 있는 곳은 여러 장소가 있습니다.
상암 월드컵 경기장, 어린이대공원, 가산디지털 단지, 용산 아이파크 등은 인터넷을 통해 예약하면
1시간에 3만 5천원 정도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음만은 이런 곳에서 차는 것 같습니다
사실 몇 년 만에 볼을 찬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희생을 필요로 합니다.
바로 직장인으로서 황금과도 같은 주말 늦잠을 반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처음 축구를 같이 하기로 한 날, 저는 늦잠을 잤습니다.
익숙한 자명종 소리를 들었음에도 이불을 박차고 나갈 의지가 전혀 없었습니다.
주중이었다면 당연히 일어났을 법 하지만, 핸드폰 자명종을 끄는데 0.3 초도 걸리지 않더군요.
그리고 곧 이어 같이 축구 하기로 한 친구의 전화가 연달아 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적어도 3번은 전화가 온 것 같습니다.
미안했지만, 애써 무시하며 누워있다가 만나기로 한 시간 보다 한 시간이 넘게 지나자
태연히 전화를 했습니다.
“어, 형. 아 미안…… 깜빡 잠이 다시 들어서 못 일어났네. 그럼 다음 주..”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잠이 확 깨는 말이 들려오더군요.
“아 그래? 지금 나와. 빨리 와 아직 몇 명 안 왔어.”
“…… 어, 어. 그럼 지금 나갈게 50분 정도 걸릴 것 같아.”
“그래~ 이따 보자~”
그렇게 나는 약속 시간 보다 1시간 반 정도나 늦게 일어났음에도
택시를 타고 어린이대공원 풋살장으로 갔습니다.
가기로 약속을 했으니 가면서도 이제 안 나가겠다고 말할 생각이었습니다.
여름에는 무더웠는데 요즘에는 덥지 않아서 신나게 볼을 찰 수 있습니다. 추위 따위야~^^
하지만 풋살장에 도착해서 첫 트래핑을 하자 마자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아니 사실 모든 생각이 사라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잠시 진정하고 주변을 돌아보니 몇 몇은 거진 환각 상태에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평소 허허허 웃던 형은(나에게 전화한 그 친구입니다.)
끊임없이 웃으며 혼자만 준비한 정강이 보호대를 믿고 다른 친구들 정강이를 열심히 차고 있었습니다.
반면 정강이를 차이면서도 웃고 있는 친구들을 보니 다들 제정신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다시 공을 향해 뛰어 갔습니다…
경기 후 저질 체력을 탓하다 보면……서서히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한바탕 모자란 마지막 체력을 끌어내서 경기를 마치고 나면 삼삼오오 벤치로 모여듭니다.
특이한 것은 다들 축구가 끝나면 주섬주섬 소지품들을 챙겨서 밥 먹고 가자고 외치는 몇 명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갑니다.
주말이기 때문에 여러 약속들을 소화해야 하기 위해 축구 외의 친선은 뒷전인 듯 하네요.
그렇게 일장춘몽 같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나자, 계속적으로 이 것을 해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당장 하루의 경기로 발바닥에는 여러 개의 물집이 생겼고,
제 발이 저에게 ‘넌 축구화가 필요해!’ 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실제로 3일 뒤에 아디다스에서 거금을 주소 풋살화를 구매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저에게 전화한 친구가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오늘 정말 즐거웠다. 진짜 이것 덕분에 내가 산다.” (음…… 이것 때문에 사는 사람도 있구나^^;)
여러분들은 한 때 좋아했던 일들을 모두 손에서 놓고 있진 않습니까?
오늘 곰곰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