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은 몇년째 종종 눈팅하러 오는데, 막상 글을 쓰긴 처음이네요.
제 글을 몇분이나 읽어주실지 ..
그냥 많은 글 속에서 파묻힐 수 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고자 주절주절 쓰려합니다.
카테고리를 어디에써야할지도 모르겠네요...
여기다 쓰는게 맞긴한건지;
아무튼
내용이 상당히 깁니다.
그래도 읽어주실분은
다 건너뛰고 끝부분만 보시지말고
차근차근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목에 보시다시피,
저는 이 세상사는 모든사람들이 손가락질해도 마땅한 '낙태녀'입니다.
마치 옛날옛적 노비들한테 인두로 '노비'표식을 불로 지져놓듯
저도 죽을때까지 지울 수 없는 그런 과거를 가진 여자가 되었습니다.
일단 5년전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당시 저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냥 서울에 있는 평범한 4년제 대학교를 들어갔습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겨울방학에 딱히 할게 없어서
집 근처 까페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까페 매니저였던 A군과(이하 그냥 '오빠'라고 부를게요) 어쩌다보니 연인사이가 되었습니다.
커플이 되기까지 너~~~~무 긴 레퍼토리가 있지만, 그냥 생략할게요.
일단 우리가 어렵게 시작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나이차.
오빠와 저는 딱 10살차이였습니다.
뭐 사실 요즘 띠동갑 커플도 종종 있던데
10살차이.. 그렇게 큰 일도 아니고
그냥 서로 너무 좋아했던터라 별 탈 없이 잘 만났습니다.
다만,
저희집에서는 분명 교제자체를 반대할것이 뻔해서
저희집엔 연애사실 자체를 칼같이 숨겼고,
대신 오빠네에서는 종종 오빠네 어머님과 식사도하면서 가깝게 지냈습니다.
그렇게 너무나도 잘만나며
3년이나 흘렀습니다.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싸운적은 많았어도
정말 서로 믿음도 컸고, 권태기도 없이 3년째가 되가던 때.
제가 임신이 된거지요
그냥 갑자기..
생리예정일이 지났는데도 통 생리를 안하길래
설마설마 설마를 한 천만번을 외치면서
난생처음으로 임신테스트기 라는걸 사봤네요..
무슨배짱인지
집 화장실에서
그것도 저녁늦게 엄마아빠 다 퇴근하고 집에계신데..
저 혼자 화장실들어가서 테스트기를 해보고선
정말 '띵' 그자체가 였습니다.
요즘 멘붕멘붕
아무때나 멘붕이라는 유행어 많이나오는데
정말 이보다 더한 멘붕은 없었던 것 같네요.
그래도 일단 집이였기에
최대한 마음을 추스리고
손을 벌벌떨면서, 고등학교때부터 절친이였던 친구에게
"잠깐나올수있어?" 라며 울다시피 전화했고
바로 친구를 만나러 갔습니다.
친구얼굴보자마자
눈물만 터져나왔고
한참울다가, 오빠에게 전화했습니다.
얘기 듣고선 오빠도 놀라긴했지만
항상 저랑 결혼할 생각이였던 사람이어서 그런지
뭔가 .. 안좋은반응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아무튼
그렇게 임신사실은
저와, 오빠
그리고 함께다니는 친한친구 3명. 이렇게 안 채로
한달정도 지난것같아요.
그 한달동안
저는 그냥 뭐랄까요
이런게 어쩔수없는 모성애인건지
혼자 집 근처에 나름 큰 산부인과가서
초음파검사도받고
엽산도 사서먹고
커피도 안마시고 (술은 원래 아예마시지않구요)
심지어 학교갈때 지각하는데 뛰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속으론 당연히 낳아서
오빠랑 잘살거라는
막연한 상상속에
저는 초보 임산부흉내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보다못한 친구들이
쟤 안되겠다. 저러다 진짜 애낳겠다 .. 하면서
온갖 설득끝에
저희 엄마한테 털어놓게했습니다.
아마 그때 엄마도 저 같은 멘붕이었을까요
어쩌면 더 심한 멘붕이셨겠죠 ..
'우리딸은 여태 남자친구 한번 없는 불쌍한 모태솔로' 였는데
순식간에 애를 만들어왔으니 ..
그냥 엄마와 저가 열심히 평정심을 유지하며 아빠한텐 끝내 비밀로 하고..
엄마가 이제 겨우 대학교3학년인 저를
그냥 애엄마가 되게 둘리 없었겠죠.
심지어 애아빠란 사람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단 한개도 없고.
여기서 잠깐 오빠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와 10살차이.
그리고 전문대 졸업.
당시 프랜차이즈 까페 매니저직을 그만두고 작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오빠네집은 그냥 딱 평범한 정도였구요.
저도 뭐
그렇게 잘난조건 하나도 없지만
사실 저희 집, 제 학벌 어찌보면 모두 오빠의 조건보다는 모두 위에 있었습니다.
만약 오빠가 저 먹여살릴만한 충분한 능력도있고
저희 부모님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 위치였다면
엄마는 끝내 못이겨서 그냥 결혼시키고 애낳게 해줄수도 있었겟죠..
참
막장드라마 뺨치는
그런 .. 나날로 버티다가
결국은 선택한게 낙태였고
저는 애엄마가 아닌, 다시 평범한 여대생이 되었죠.
그때 아이를 지우면서
동시에 오빠와도 헤어졌고
저는
100년치 눈물을 흘린것같네요
솔직히 부모님 돌아가셔도 그때만큼은 못울것 같아요.
오빠는 제가 처음으로 연애한 남자라서
첫키스, 첫경험.. 뭐 오빠랑 한 모든것은 다 처음이었고
오빠랑 헤어진 후에도
아직 다른 사람 만나고 있진 않습니다.
저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에 다른사람 만날 용기도 없네요..
지금 제가 이판을 쓰는건
어떻게보면 그냥 제 스스로를 위한 변명? 합리화? 그냥 위안을 얻기위함입니다.
일주일전쯤에 네이트뉴스에서
<모든것이 거짓이었던, 사기꾼과 결혼한 여자> 에 관한 내용의 뉴스를 봤는데
댓글 중에서
"어차피 여자들도 다 사기쳐서 결혼하는데, 저 남자정도는 뭐 대단한것도 아니지않나
여자들 성형수술한거, 낙태한거 다 숨기고 결혼하는것도 다 똑같지."
... 라는 글이었습니다.
그 뉴스에 나오는 남자는
학벌, 직업, 재산, 뭐 하나부터 열가지 다 허위로 꾸며내서
일명 사기결혼한 케이스였어요.
그건 분명 엄연한 범죄구요.
근데 저런 남자랑
나랑 동급인가 ?
.. 라는 생각이 확 스치더군요
심지어 나는 이제 뭐 어떻게 할수도없는데.
그냥 나는 독신으로 혼자사는게 그나마 양심적인걸까.
그냥
나 스스로의 가치와 자존감은
지구 멘틀 바닥까지 치고내려갈만큼 떨어진 상태입니다.
물론 정말 잘못한일이고
누구 탓할 생각도 없지만
그래도..
솔직히 클럽에서 원나잇해서? 바닷가에서 아무남자랑 놀다가?
그렇게 문란하게 놀다가 임신한것도아니고
내가 진정 사랑했던 사람의 아이를 가졌지만
차마 부모님과의 인연을 등지는 불효는 못하고
결국 낙태를 선택했습니다.
그때 부모님이 져주셨다면
이미 돌잔치도 했을텐데 ..
지금도 뭐 ..
답이없네요
무슨 소리를 듣고싶어서
여기다가 이렇게 길디긴말을 주절주절 썼는지
저 자신도 이해가 안됩니다만..
한가지만 여쭤보고싶어요.
저는 다른 좋은사람만나서 결혼하면 안되는걸까요?
솔직히 결혼전에, 나 낙태했었다고 어떻게말하나요
그냥 숨긴채로 .. 결혼하는거죠 ..
저 처럼 낙태했던 여자는
나이트에서 원나잇하고 다니는 여자들보다도 못한 존재인걸까요?
........
뭐가 맞는지 모르겠네요
솔직히 친구들도 셋이나 알고있고.
그 친구들을 못믿진않지만
세상일에 무덤까지 가져가는 비밀이란게 있긴할런지
어떻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