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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손민홍 |2012.12.10 02:40
조회 87 |추천 0

 

 

 

 

26년 _ 2012

 

조근현 작품

진구, 한혜진, 배수빈, 임슬옹, 이경영, 장광, 조덕제, 김의성

 

★★★

 

내가 이 영화 때문에 모 영화평론가와 트위터에서 언쟁까지 벌였다.

 

말들이 많다.

비평가들 뿐 만이 아니라 몇몇 영화 관계자들도

이 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피력하고 있다.

관객들은 좋아하는데 말이다.

 

'강풀' 원작 웹툰 중 최고 흥행작이 될 이 영화는

원래 2009년 즈음 <29년>이라는 제목, '이해영' 감독의 각본/감독,

'류승범', '김아중' 등의 캐스팅으로 영화화 될 '뻔' 했었다.

물론 임기 내내 영화판을 가뭄에 시달리게 했던 MB정부 하에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음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배우들은 떠나갔으며 영화는 결국 엎어졌다.

 

'수감자 인권' 운운하며 노후대책을 준비중인 MB가 팽을 맞이할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이 프로젝트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근데 29만원 짜리 대머리가 아직도 두 다리 뻗고 찍소리 내는 형국이라

투자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청어람'이 투자와 배급을 맡고

'인벤트 디'라는 중소 배급회사가 공동배급을 맡았다.

가수 '이승환'이 10억을 개인 투자했고

'제작두레'라 이름 붙여진 사상초유의 관객 투자 시스템을 도입했다.

엔드 크래딧이 무려 11분에 달하는 이유는 이들의 이름을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는 만들어졌고 개봉 후 현재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근데 그 과정에서 잡음이 많았다.

'최용배' 대표와 '이승환'은 투자하기에 앞서

18대 대선 전에 개봉을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고,

결국 4개월 이라는 짧은 시간안에 모든 촬영을 마쳐야 했던 것이다.

정치적 외압 혹은 물리적으로 영화를 촬영하기에 짧은 시간이라는 부담감이

기성 감독들로 하여금 감독 자리에 선뜻 나서지 못하게 만들었고,

결국 연출 경험이 전무한 '조근현' 미술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진두지휘했다.

그 스스로가 나섰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영화에 딴지를 거는 사람들은 바로 이 부분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정치적 이슈로 포장하고 이를 상업지향적 속물근성으로 이용해 먹은

투자/제작자의 그 얄팍한 상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거다.

 

그런데 이것들을 분리하지 않고 포괄적인 논리로

영화의 만듦새를 까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간혹 영등위가 납득하기 힘든 온갖 이유를 들어가며

피와 땀이 벤 창작물에 무차별 가위질을 할 때 그들은 뭐라고 외쳐댔는가?

영화는 영화로만 봐달라고 하지 않았나?

그 때의 영화로만 봐달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투자/제작자의 얄팍한 상업논리가 역겨워

현장에서 고생한 스탭들의 노고를 무시하는 게 말이 되는가?

웬 미술감독의 부족한 연출력만을 까면 되지

왜 거기다가 정치/상업 논리를 얹어 나불거리냐는 말이다.

그리고 연출이 아닌 미술감독이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스탭들과 땀 냄새 맡아가며 만들어 낸 결과물 치고는,

심지어 이 영화의 완성도가 그다지 나쁘지 않다.

 

물론 영화가 아쉽다는 의견에 일부분 동의하는 것도 있다.

이 영화가 광주 사태의 본질을 깊이있게 파고들기 보다

악의 근원에 서있는 '그 사람'에게 복수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다보니

다소 재미를 위한 플롯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광주에 대한 개인적인 기억이나 과거가 있는 사람에게는

모든 논리를 떠나 영화에 화가 날 수도, 아쉬움을 피력할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런데 내용이나 의도 자체가 그러한데

영화 자체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의 정치적, 상업적 이슈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보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는 논리로 덤비는

평론가들은 앞으로 평론 같은 거 안했으면 좋겠다.

정치성이 다분한 원작과 원작자가 있고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 한 제작자와 투자자가 있었을 뿐,

그것이 결코 현장에서 고생한 스탭들의 노고를 왜곡시켜서는 안된다.

 

나와 언쟁을 벌였던 영화평론가는 내가,

'아무도' 맡지 않으려했던 감독 자리를 한 미술감독이 맡아

4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 낸 결과물 치고는 괜찮은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위 '아무도'라는 단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여 나에게

'그게 사실이냐, 어디서 들었냐, 누가 그런 얘길 했냐'부터

심지어는 '<26년> 감독자리 공채냈었냐, 근데 지원자가 없었냐'와 같은

짜치는 멘트를 줄 세워 한 번에 던지면서 광분했다.

 

저 '아무도'가 정말 단 한 명도 없는...이라는 뜻이었겠나?

평소에 저런 말을 그렇게 받아들일 정도로 멍청해 보이지는 않았는데?

모 주간지에 평론도 하며 학생들까지 가르치던데?

정치적 외압이나 영화를 완성하기에 물리적으로 짧은 시간이

부담이 될 수도 있어 선뜻 맡기 어려운 자리라는 뜻으로

'아무도'라는 말을 사용했다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다 안다.

혹여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저런 유치한 멘트를 날려가며 덤빌 상황까진 아니었는데

자신에게 반하는 의견을 보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열폭하는 꼴이 너무 우스웠다.

저런 사람이 학생들은 어떻게 가르칠까?

거슬리는 질문이라도 하면 뭐라고 대답할까?

평소에 꼰대들 욕하는 스스로가 꼰대인 건 알고 있을까?

 

이 블로그에 글을 쓰기 위해 우리가 나눴던 대화를 찾아보려 했더니

나에게 보낸 멘션들을 모조리 지워버린 후 였다. 참으로 짜치다.

이런 사람들이 영화를 영화로만 볼 리가 없다.

보는 척만 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꼰대스러운 생각들을 하는거다.

 

나 역시 <26년>이 졸속으로 만들어진다는 얘길 듣고

굉장히 걱정했던 사람들 중에 하나다.

망할 놈의 이 정권도 정말 싫고 쳐죽일 놈의 대머리 할배는 더욱 싫다.

그래서 더더욱 이 영화가 좀 더 오랜시간 공들여 만들어지길 원했다.

그렇게 불안감을 안고 극장을 찾았고 이런 저런 아쉬움은 있으나

원작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리없이 각색된,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오락영화라는 것을 확인했다.

 

까는 건 좋다. 싫은 거 싫다고 까는데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단, 스스로 뭘 하고 있는건지는 명확하게 알고 살았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나는 배우 '진구'가 이 영화를 계기로

좀 더 후한 평가를 받게 되었으면 좋겠다.

 

the bbangzzib J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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