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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해서 여기에다 쓰는 내 룸메에게 보내는 편지.

제발좀 우... |2012.12.24 05:55
조회 342 |추천 2

나름 같이 살았고, 정 붙였다고 생각했는데 넌 아니더라. 솔직히 서로 보탬이되는걸로 봐서 내가 더 했고, 또 딱히 바라는 것 없이 베풀었다고 생각했어. 그게 난 정이라고 생각했고, 같이 사는 사람끼리 그 정도는 해줘도 되는거 아닌가 했어.

 

방학 때 돌아온날, 청소하다보니 내 가방 안에 니 물건만 들어있더라. 말도 없이 내 가방을 쓰고는 제대로 정리도 안하고 바닥에 던져두고 간거지. 청소 겨우 다 하고나서 씻고 나오니까 내 헤어드라이기가 없더라. 한참을 찾아도 안보여서 엄마한테까지 전화해서 물어보고 찾았는데도 없더라.

 

그런데 그게 태국에서 돌아온 니 여행가방안에 들어있더라. 나한테 말도 없이 가져가서는 미안하단 말도 없이 돌려준거 넌 기억은 하나? 그 자리에서 내가 너보고 ‘사과해’라고 말할 수 도 있었지만, 그런 작은 일에 원리원칙을 적용하는건 쪼잔한거라고 생각해서 넘어갔어. 기분 나빳지만 너 나름 미안해 하고 있을 꺼라고 생각했다고. 근데 이런거 다 내 착각.

 

요리재료살때는 넌 요리안하니까 필요없다고 재료값 한 번 준적 없으면서, 내가 요리하면 당연히 니 몫이 있을 꺼라고 생각할 때에도 진심 ‘뭐 저런게 다있나’’했어. 근데 이런거로 ‘야 너 돈안냈으니까 먹지마.’라고 말하는게 더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어. 나 혼자 사서 나 혼자 한 요리 같이좀 먹으면 어떤가하는 질문 내 스스로 하면서 내가 잘못된건가 싶기도 할 정도로 넌 정말 당연스럽게 먹더라. 이런 말 하는것도 손오글거릴정도로 유치해.

 

 

 

 

 

 

청소하다보면 내 물건 니 물건 신경안쓰고 치웠는데, 넌 나 없이 청소한거 손가락으로 셀수 있을걸? 왜나면 너 혼자 청소 할 때 마다 나한테 자랑했으니까. 그게 그렇게 대단한건가 싶을 만큼. 바닥에 널부러진게 다 니 화장품이었을 때도 있고, 빨래다해서 널어보니 내 양말 두 켤레말곤 다 니 옷이었을 때도 있었어. 그런데 우리 같이 살잖아. 같이 사는 사람 옷 좀 같이 빨아주고, 물건좀 정리해주는게 그렇게 큰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너도 같은 생각일 줄 알았지. 근데 그게 내거 니 껄 해줄때만 그렇게 생각한다는 걸 몰랐다.

 

 

 

너 혼자 첨으로 빨래해서 다 널었던 날 나한테 뭘 바라는건지 ‘빨래했는데 니 꺼 밖에 없더라.’ 그랬던건 기억도 안나지? 그래서 나도 너한테 ‘너 이불 빨았어.’하고 일일이 말하기 시작했어. 그때 넌 무슨생각했을지 궁금하다. 거기다 너가 뭐 하나 하면 꼭 내가 뭐하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것도 난 싫었음. 처음엔 내가 청소기를 돌리면 난 너가 당연히 바닥을 닦던가 가구에 먼지를 닦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안 그러더라.

 

 

 

 

 

언젠가 한번 물티슈 한통을 다 써서 바닥을 닦았다고 자랑하던날. 그 물티슈사 하나에 6000원인걸 넌 알았을까 싶다. 애초에 바닥전체를 물티슈로 닦았다는것도 이해안됨. 수건가 안보였으면 수건중에 낡은거 골라서 수건로 쓰면되잖아.

 

 

 

 

내가 화장실에 휴지를 다쓰고 다시 안채워 놓거나, 보일러를 켜두고 나가거나, 불다 껏는데 화장실불을 안끄면 넌 그때 마다 나한테 ‘너 뭐 안했더라.’하고 말하지. 그런데 너도 적지 않다는걸 모르더라. 내가 한번은 ‘너도 그랬잖아’하고 말하면 넌 ‘언제 그랬냐, 난 그런적 없다. 난 꼼꼼하다‘는 식으로 말을하지. 그래서 방학에 김해에 온날 사진부터 찍었어. 안찍어놓고 다 치우면 또 넌 별로 심하지 않았는데 왜 그렇게 예민하냐는 투로 말할테니까.

 

 

사람이 음식을 먹었으면, 그 자리를 확인하고 안보이더라도 한번 닦아야한다고 배웠다. 언제 부턴가 상차리려고 식탁보면 더러웠어. 내가 깜박했는가보다하고 넘어가다가 너 집에와서 먹는거봤지. 상에는 니 화장품들 때문에 공간이 없어서 맨바닥에 앉아 먹더만. 음료수랑 간편식으로 먹고나서 거울확인하고, 화장실 갔다가 바닥에 있는 용기를 버리더라. 그리고 그 다음 샤워하러 들어감. 바닥에 부스러기랑 음료수 흘린 것 들 그대로 두고. 그걸 못본건가 싶어서 내가 치웠음. 방금 청소한 바닥에 그렇게 흘려놔서 기분 안 좋았지만, 못본거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 근데 그게 습관이란걸 알게 된건 그 후에 일이다. 또 똑같이 행동하고 먹은자리 확인안하는거 보고 우유흘린거 닦으라니까 되게 기분나빠하면서 못봤다그러고 닦더라. 넌 내가 이런 말 한게 싫었겠지. 싫은 티도 났고. 근데 그걸 그럼 내가 계속 치울수도 없자나. 그래서 너가 먹고 남은 음식 그 자리에 계속 방치할 때 언제까지 저러나 싶어서 나도 내꺼만 치웠더니, 곰팡이핀 컵, 옷 무더기 안에서 몇 달동안 상해서 녹색이된 귤봉지....신경을 못 쓰는게 아니라 안 쓰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것도 곰팡이 잘 생기는 여름도 아닌 계절에.

 

 

 

 

‘우리 침대빼고 책상들이자.’라는 말 했을 때, 첨에 반대했지. 바닥에서 자면 피곤하다고. 근데 너가 생각날때마다 말했지.‘침대빼고 책상넣자’고. 너가 어쩌나 싶어서 내 책상만 알아보고 있었어. 근데 그 말만 되풀이 할 뿐, 책상을 어떻게 너네집에서 가지고 올껀지, 침대를 어떻게 뺄건지 하는 생각은 전혀안하더라. 나보고 다 미룸.

 

 

2학기 개강 직전에 일단 내 책상부터 넣자고 생각해서 내가 전화해서 침대빼고, 내 책상 넣었어. 그런데 넌 여전히 아무런 생각이 없었고, 난 나혼자 니 말 때문에 생고생만 하는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짜증나서 너한테 물어보니까 넌 그때까지도 어떻게 할껀지 계획이 없드만. 나한테 돌아온 니 답은 ‘아빠가 바쁘셔서 책상을 못들고 온건데 그렇게 화내면 나도 억울해.’였어. 아버지께서 바쁘시기 때문에 책상을 못 옮길꺼란 생각을 왜 못했을까. 너네 아버진 항상 바쁘시다고, 그래서 우리 아빠랑 식사한번 할 시간이 없다고 너가 그랬었잖아. 결국 넌 ‘그런 생각’만 하고 말을 내 뱉었을 뿐 이었다는거.

 

 

 

 

난 같이 사는 사람이 생활에 불편을 느낀다고 생각해서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고치는줄 알았지. 이 쯤 되니 더 이상 너랑 같이 살기 싫더라. 10월에 당상 나가겠다니까 너가 미안하다고 더 신경쓰겠다고 그랬는데, 이번일 까지 해서 몇 번째냐. ‘집에 물이 없어.’라고 말하면서 제대로 생수 사온적 없고, 내가 사오면 또 그걸 마시고. 집에서 밥 안먹는다는 애가 내가 집에서 반찬가져오면 맛있다고 보름도 안되서 그거 다먹어버리고. 김자반은 내가 입대기도 전에 다먹은거 세 번 들고왔는데, 세 번 다 그래서 안들고옴. 미안하단 말 도없이 ‘너무 맛있어서 다먹어버렸어.’라고 말할 때 내가 그 타이밍에 화낼까? 내가 가져온 반찬 다먹었다고 화를내는게 정상인가? ‘그래 잘했어. 이미 다먹은거 어쩌겠어.’라고 처음에 넘어가니까 다음부턴 당연하게 다 먹데.‘미안함’이란 단어가 너한테 어떤 의미로 있는지도 의문간다.

 

 

 

니 남자친구랑 있는거 본 날. 난 니가 내 이불 빨아 줄줄 알았다. 밤마다 내 이불 덮으면서 찝찝하단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더라. 드라이를 하거나 빨려고 해도 이불이 그거 한 채 뿐이니까 그러지도 못하고. 내가 괜찮다고 하니까 진짜 괜찮은줄 아는 마인드도 이해안감. 전혀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이 없었다. 너가 집에 들어왔더니 내 남친이 반라로 니 이불위에서 니 이불 덮고 니 베게 베고 있는데 그 옆에 뜯겨진 콘돔봉지 있으면 너같음 기분이 어떨 것 같은데? 콘돔봉지만 안 봤어도 그렇게 찝찝하진 않았을 듯. 내 남자친구 와서 니 이불 쓰는 일 손가락에 꼽을수 있다. 그 마저도 미안한 마음가지고 항상 이불 빨았고. 이불 빤 이야기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니 이불 너무 더러워서 빤게 더 많다는거. 이거 또 말 안하면 모르겠지.

 

 

 

 

그러면서도 우리가 계약 끝날 때 너한테 선물을 뭘 로 할까 생각하면서 선물고르다보니 해피콜 행사에서 사은품받을 기회가 생겼다. 그래도 같이 ‘동고동락한 친구‘란 생각에 그 상자중에 제일 큰 해피콜 다이아몬드 3종 세트 너한테 보내면 ’너네 어머니가 좋아하시겠지’하면서, 어떻게 말을 할까 고민하던 것들도 다 바보같은 짓 인것 같이 느껴진다. 돈으로 얼마하는지 생각도차 안하고 그저 내 친구라는 사람한테 보탬되라는 생각만했는데, 이렇게 되니 가격도 궁금해지더라. 내가 ‘얼마짜리를 선물하는걸까‘하는 속물적인 생각이 들게되더라. 미리 이야기해봤자 넌 무겁다면서 집에 방치할게 뻔하니까 짐 뺄 때 너네 아버님 오시면 말하려했거든.

 

 

 

 

이렇게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일, 작은 일, 사소한일, 말하거나 따지면 유치한일들이 쌓이고 쌓이니까 참기가 힘들정도다. 모든게 처음부터 제대로 말 안한 나 혼자만의 책임인가? 판단이 힘들정도.

우리가 ‘잘 안 맞다.’는 말에 얼마나 많은게 담긴건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서 적었다. 초과한 가스비 전기세는 5만 7천 4백 20원이었지만, 너한테 5만원이라고 말했지. 만원도 안되는 돈 너 나가서 먹는데 보탬되라고 내가 말 안한거...너 입장에선 괜히 오지랖이고 착한척한 바보로 보인다는거 이제야 알겠다. 고양이 때매 3개월간 가스비 전기세 면제받은것도 그냥 니 한텐 ‘안해줘도 되는데 해준다니 받을께’라는 정도밖에 안됬다는 것도 이제야 알겠다.

 

 

 

 

 

고작 18만원에 기분이 나쁜게 아니라. 같이산 친구가 마지막 가는 날, 계약서 운운하며 십원이라도 더 이득보겠단 생각이 너무 기분이 나쁘다. 자기 자식만 자식이라고 생각하는 너네 집도 기분이 나빳다. 우리 부모님 너랑 같이 좋은거 먹으라고 비싸도 좋은 것들 가져다 주셨고(너랑 자취 안했으면 당면도 유기농이 있는줄은 몰랐음.) 너도 학생이니 평소 못먹고 다니는거 아니냐며 더 챙겨주려고 밥도 사주셨잖아. 나중에서야 넌 집에서 밥을 잘 안먹는다는거 알고, 나도 집에서 반찬들 안 챙겨왔지.

 

 

 

 

이사가는데 들어가는 많은 것들 너가 도움줄꺼라고는 바라지도 않았다. 처음에 너가 방학하면 바로 갈꺼라는 말에 겁나 기분좋았던거 넌 모를걸. 그만큼 난 학교친구로썬 너가 좋았지만 동거인으로썬 정말 질릴정도로 싫었다. 지금 내가 이 집을 나가는게 너한테서 도망치다 싶이 나간다는걸 모르는 것 같아서 몇자 써본다. 그날 너네 아빠랑 전화하던 날. 우리아빠한테 전화 돌릴까 하다가 안돌렸다. 고작 18만원가지고 싸워야하나 싶어서. 그냥 이 돈 주고 얼른 보내자는 생각먼저 들더라. 그 정도로 난 니가 싫었다. 돈을 주고라도 얼른 나오고 싶었다고.

 

 

 

대가를 바라지 않았던 것들이 생각해보니 난 너한테 뭔가를 바랬었나보다. 서운한일 생기니까 배신감들고 화나는거보면. 근데 내가 뭘 바랬는지 아직도 모르겠다. 이 편지를 너한테 보낼지 너네 집으로 보낼지 아직 판단이 안 선다. 오랜시간 후에는 이 일도 그냥 추억같은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너 얼굴 보는것도 힘들다.

열심히 준비한 캐나다 건강하게 잘 다녀와라. 가서는 쫌 다른 사람의 상황에서 생각해보는 걸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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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편지를 룸메집으로 보내면 룸메아버님 과음하실까바 못보내겠음.

추천수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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