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 너와 함께하고 싶은 일
1. 직접 만든 팩 가지고 찜질방 가서 팩하기 2. 아침 일찍부터 만나서 하루 종일 놀기 3. 명동 돌아다니며 옷 구경하고 예쁜 옷 선물 해주기 4. 먹자 골목에서 길거리 음식 모조리 다 사먹기(현금 필수) 5. 스키장으로 보드 타러 가기 6. 여름엔 수영장 가기 7. 볼링 치러 가기 8. 탁구 치러 가기 9. 야구 보러 가기 10. 동물원 가기, 놀이동산도!! 11. 핸드폰 바꾸기 12. 염색해주기 13. 공원에서 오징어에 캔맥주 마시기 14. 배드민턴 치기 15. Wii 하러 가기 16. 날이 새도록 통화하기(00:00 ~ 06:00) 17. 심야 영화 보기 18. 테헤란로 가보기 19. 미술관 가기 20. 뮤지컬 보기 21. 스시 먹으러 가기 22. 아구찜 먹으러 가기 23. 커플 마사지 받기 24. 자동차 극장 가기 25. 놀다가 뜬금없이 막차 타고 여행 떠나기 (기차, 시외버스 등) 26. 재미로 궁합 보러 가기 27. 같이 클럽 가보기 28. 한강에서 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기
12년이 얼마 남지 않았잖아. 그래서 13년에도 오빠와 함께 하고 싶은 일을 혼자서 적어봤어. 너무 행복하고 들뜬 마음으로 생각나는 대로 적었어. 내가 위에 적은 것들 사진찍어서 보내줬잖아. 그랬더니 오빠한테 바로 전화가 왔어. 오빠 역시 들뜬 목소리였어. 여기까진 참 좋았지?
난 질투도 외로움도 많아서 항상 오빠가 나만 바라봐주길 바래. 나랑만 놀아주고 나랑만 이야기하고 나한테만 웃어주고 나한테만 사랑을 주는..
근데 내가 그동안 너무 귀찮게 굴었나봐.
오늘은 날 만나주지 않고 집에서 편히 쉬고 있는 생각에 집한테까지 질투가 났으니까.
집에 여동생이랑 조카까지 있으니 심심하지 않고 재밌게 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
항상 가족/친구밖에 모르던 내가, 오빠를 만나서는 평생 오빠밖에 모르는 내가 되었으니..
오빠를 만나지 않는 휴일은 그동안 내가 뭘하고 지냈나 싶을정도로 아무것도 할일이 떠오르지 않더라.
난 하루종일 방에 누워서 오빠 연락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오빠한테 연락이 와서 조금만 더 통화하고 싶었는데.. 금방 또 끊으려는 오빠의 말에 괜한 심통이 났네?
이따가 연락하겠단 말에 그냥 하지말라고 투정부리니까 왜 이렇게 휴일에 쉴때마다 힘들게 하냐며.. 차라리 이럴바엔 집에서 쉬는게 아니라 피곤해도 날 만나는게 낫겠다는 그 말에 난 그냥 아무말을 할 수 없었어.
아, 내가 오빠를 힘들게 했구나...
우리가 된지 벌써 541일째..
나를 쫒아다니던 오빠는 어느새 내가 오빠를 쫒아다니게 만들었고 통화 조금만 더 하자며 잠도 안재우던 오빠는 피곤하다며 9시만 되면 바로 잠들어 버리는 사람이 되었고 낮잠자는 시간도 아까우니 연락하고 만나자던 오빠는 4~5시간 정도 낮잠을 자는 잠만보가 되었고 데이트할때면 항상 집앞까지 데리러 오던 오빠는 이젠 우리 동네로 오는게 부담스러워졌고 집에갈때면 항상 바래다 주던 오빠는 전철역에서 바로 집에 가버리는 사람이 되었고 가끔 나를 빤히 쳐다봐 주며 예쁘다고 말해주던 오빠는 이젠 내가 빤히 쳐다봐도 날 쳐다봐주지고 않아.
오빠의 마지막 말한마디에 13년에 또 해야할일이 생겼어.
1. 놀아달라고 징징거리지 않기 2. 먼저 만나자고 말하지 않기 3. 만나지 않는 날엔 연락 자주 안하기 4. 일주일에 한 번 만나기 5. 비트윈 답장 늦어도 삐치지 않기 6. 전화오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기 7.. 집에 데려다 주지 않아도 서운해하지 않기 8. 피곤한 사람 붙잡고 통화해달라고 조르지 않기 9. 낮잠 잔다고 하면 쿨하게 냅두기 10. 친구들이랑 늦게까지 놀아도 뭐라하지 않기 11. 핸드폰 몰래 훔쳐보지 않기 12. 나혼자서도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13. 서운해도 울지 않기...
근데.. 28가지를 보다 13가지를 하는게 더 힘들 것 같다.
내 성격이 참 이상해서 그런지 남들이 보면 아무렇지도 않을법한 오빠의 사소한 말한마디 한마디에 나는 펑펑 우는 울보가 되었어.
예전에 오빠가 했던말 기억나? 마음의 작은 콩이 있는데 그 콩이 너무 커서 하늘 끝까지 줄기를 뻗어 타고 올라갔다고 그래서 나는 그 줄기만 타고 잘 올라오면 된다고 했잖아.
그 줄기를 타고 구름까지 올라온 것 같은데 구름 위로 올라가면.. 밑이 보이지 않잖아. 무서워서.. 나 그냥 조금씩 다시 밑으로 내려가볼게.
그 내려가는 길에 가시에 찔려서 상처가 나도 조금씩 조금씩 내딛다보면 괜찮아 질거야.
그래도 사랑해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려갈게.. 우리 둘다 아프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