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사이 내린 눈이 소복히 쌓여 온세상이 하얗게 물든 새해 첫 날 아침 입니다.
하지만 밤샘 근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퇴근 길 입니다.
몸은 고단하고 졸음이 밀려오지만 길냥이에게 밥을 주는 일을 거를 수는 없습니다. 터덜터덜 눈길을 걸어 길냥이가 있는 골목으로 가보니 오늘은 녀석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제 밥을 먹지 못해서 배가 많이 고팠나 봅니다. 저를 보자마자 얼른 밥을 달라고 빙글빙글 돌면서 시위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녀석이 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봅니다.
많이 늙어서 그런지 딱딱한 사료를 씹어 삼키는게 어려워 보입니다. 자꾸만 켁켁거리고 사료를 뱉어내기도 합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나이가 들고 늙으면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새 해 첫날 식사인데 어육캔이라도 사다주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녀석이 식사를 마치고 쌀쌀한 냉기만 있는 구석으로 돌아갑니다. 잠깐 이라도 구름이 걷혀서 아침햇살이 쏟아지면 조금이라도 따듯하게 쉴수 있을텐데 오늘은 그냥 찬 바닥에서 하루를 보낼것 같습니다.
일어나서 돌아서는데 녀석이 넌지시 바라봅니다.
몇걸음 가다 돌아보니 계속 바라보고 있습니다.
또 몇걸음 가다 돌아보니 아직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몇걸음 가서 돌아보니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녀석이 처량맞게 웅크리고 있습니다.
'미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