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네이트판에서 ‘첫 만남 이야기‘ 라는 주제로 판춘문예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섣불리 글 쓸 용기를 못 냈던 22살 여대생입니다. 저는 다른 분들처럼
글을 아주 찰지고(?) 재밌게 쓰는 재주가 없답니당ㅠ_ㅠ
그래서 솔직히 이번에 전 장원은 둘째치고 본선 진출조차도 꿈 꾸지 않는답니다. (되면 좋겠지만....ㅎ.ㅎ)
그냥 저는 제가, 이번에 드디어 눈팅만 하던 판에 용기 내어 글을 올렸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려고요.
제게 가장 의미 있었던 첫 만남은 무엇이었을까. 참 많이도, 오래도 생각했습니다.
다른 톡커분들처럼 동물을 길러본 적도 없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도
저는 낯을 정말 많이 가려서 처음 만난 사람이나 친하지 않은 사람과는 말도 잘 못 하고 눈도 잘 못 마주치거든요. 특별한 만남이랄 게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누가 봐도 와 이건 기상천외한 만남이다, 운명이다 하는 특이한 첫 만남의 경험도 전무합니다.
ㅠㅠㅠ
그러다가 갑자기, 정말 불현듯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던 만남이 떠오르더라구요.
고등학교 때 너무나도 좋아했던, 국어 선생님 이야기입니다.
그다지 특이할 것도, 재미있지도 않지만, 당시엔 진심으로 활활 불타오르던(?) 선생님에 대한 감정을, 결국
말 한번 못 해보고 끝난 서글픈 짝사랑(?) 이야기를
한번 적어나 보고 싶었습니다.ㅎ.ㅎ
예쁘게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형식은 편지체입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예전에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제 마음을 이렇게 네이트판을 통해서나마 전해 보려 합니다.
아, 물론 이 글을 읽더라도 너무 부담 안 가지셔도 됩니다. 저도 이제 정말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생겼고
무엇보다도 선생님은 하나의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계신 어엿한 가장이시니까요. 지금 와서 뭐 어떻게 해보고 싶다 라는 나쁜 마음으로
하는 고백이 저얼~~~~대 아니에요. 그냥 한때는 이랬었다, 라는 추억 이야길 한다고 생각해주셨음 해요.
선생님은 아마 제가 선생님을 좋아했었는지도 모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 제가 그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조차도
어쩌면 모르셨을수도 있겠네요. 전 그 당시에, 너무너무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에 선생님께 말 한번 제대로 걸어보지 못한 소심함으로 점철된
얌전하기 그지없는 여학생이였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을 처음 만났던 날이 기억납니다.
전 사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2년 도합 18년 동안 만나뵈었던 선생님들과 특별한 사제 관계를 맺어본 기억이 전혀 없었습니다.
물론 존경했던 선생님은 당연히 몇 분 있었지요. 하지만 그분들 역시 절 좋아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고, 저도 존경하는 마음을 딱히 그분들에게
표현해본 적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선생님이 정말 처음이였어요.
3학년에 올라간 후 첫 국어 시간, 교실 문을 조용히 열고 들어오시는 선생님을 처음 본 순간 저는 느꼈습니다.
“...와 우리 삼촌 닮았어, 우리 삼촌!”
ㅋㅋㅋ죄송합니다. 하지만 진짜 첫 인상은 저희 삼촌과 많이 흡사하셨어요. 막 닮은 건 아닌데 이상하게 분위기가 비슷한거 같은 느낌 아실런지요.
하여튼 그게 바로 선생님에 대한 제 첫 느낌이였습니다.
워낙에 국어 시간을 좋아했던 저였고, 제가 좋아하는 삼촌을 닮으신 선생님이 수업을 하시니 금상첨화! 전 정말 수업시간에 맹세코!단 한번도
딴 짓을 하지 않고 수업에만 집중했었지요.
그런데, 갑작스레 이상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첨엔 삼촌 같아서 마냥 정감만 갔었던 선생님이 ‘남자’ 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에요.
정장과 세미 정장을 항상 즐겨 입으시고, 책을 읽으실 때마다 살짝 내려오는 뿔테 안경을 손가락으로 멋스럽게(?)
들어 올리시는 지적인 모습, 수업시간을 체크하기 위해 손목을 살짝 걷어 은빛 체인 시계를 확인하시는 모습,
점잖은 걸음걸이, 성우 같은 중저음의 좋은 목소리(제 친한 친구는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살짝 이건 콩깍지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당)까지.......선생님의 하나 하나가 다 너무나도 멋있게 느껴지는 겁니다.
그뿐인가요, 국어 시간에 선생님이 자습을 주시면, 전 자습에 집중하지 못하고 선생님의 모습만 바라보았습니다.
샤프로 무언가를 막 적고 계시는 모습, 피곤해서 잠시 안경을 벗은 채 눈을 지그시 잠는 모습까지도 너무 멋있더라구요. ㅋㅋㅋ
완전 귀중한 공부시간 1시간과 맞바꿔도 솔직히 아깝다는 생각 하나도 안 들었습니다 . 너무 멋있다 멋있다 하고 제가 중얼중얼거리면 제 짝꿍이자 절친이였던 k양은
“아오....야 공부나 좀 해라 제발. 한심해 한심해 , 저 선생님이 뭐가 좋다는 거냐 대체.” 라며 늘 핀잔을 주곤 했어요.
하지만 주변에서 아무리 뭐라고 해도, 선생님에 대한 제 무한한 사랑은 접기가 힘들더라구요.
또 언젠가 한 번은 복도에서 마주치면 부끄러워서 평소엔 인사 한 번도 제대로 못하다가, 하루는 큰 맘 먹고 인사를 드렸는데,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받아주시는 모습을 보고 그날은 하루종일 그 생각만 했던 기억도 나네요.
아마 그 때 얼굴도 많이 빨개졌을 텐데, 선생님은 아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지나치셨겠죠?
선생님이 계신 교무실로 일부러 꺼리 만들어 찾아간 적도 굉장히 많았었습니다. 사실 저희 담임 선생님이 계신 교무실과 완전 반대편에, 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교무실에 계셨기 때문에, 매번 고난이도의 미션을 하는 거 같은 기분도 들었어요. 그 교무실에 계셨던, 저를 잘 알고 계시는 영어 선생님께 질문할 것이 많은 것처럼 하고 교무실에 정말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기억이 나요. 바보같이, 정작 선생님께는 직접 질문을 하러 가지 못했었지요. 아마, 그 정도의 용기도 내지 못할 정도로 부끄러웠었던거 같아요. 학생이 모르는 것이 있으면 선생님께 질문 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텐데 말이지요.
솔직히 말하면!!
나중에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선생님과 첫 연애 한번 해 볼수도 있으려나! 하는 정말 무시무시한 상상까지 할 정도로, 선생님을 이 정도로
좋아했습니당!!!!^.^
그 때부터였을 거에요. 선생님의 모습에서 점점 제 삼촌의 이미지가
지워져 가고 있었던 거.
저는 선생님께 저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비루하게나마 이런 여학생이 이 고등학교 몇학년 몇반에 있다 라는걸요.
근데 제 소극적인 성격으로 어디 그게 가능한가요
결국 제가 선택한 방법은 ‘국어 공부를 엄청나게 열심히 하자, 그래서 성적을 올리자‘ 라는 것이였습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혈안이 된 저는 진짜 다른 과목은 버리더라도 독서만큼은 잘 봐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시달렸습니다.
(물론 언어 모의고사 점수도 눈에 띄게 잘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덤이였습니다.)
진짜 그 때처럼 국어 공부를 열정적으로 한 떄는 전무후무, 딱 그 순간 뿐이였을 겁니다.
근데 이렇게 선생님 하나만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국어 공부에 매진하던 저에게,
엄청나게 충격적인 사실이 전해져 왔습니다.
바로 선생님은, 총각 선생님이 아닌, 건장한 사내아이 둘을 슬하에 두고 계신
유 부 남
....이셨다는 사실.....
ㅋㅋㅋㅋㅋ저 잠깐 웃어도 될까요. 이 때 제가 겪었던 패닉의 크기는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었습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솔직히 표현을 못하겠어요. 그저 웃음만 나올 정도로....그 사실은 정말 가히 충격적이였습니다.
남몰래 꿈꿔왔던 선생님과의 발칙한(?) 로맨스는 여기서 장렬하게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아 불쌍한 나의 짝사랑....무참히 짓밟혀 버린 나의 첫사랑 ㅋㅋㅋ
그 사실을 안 이후로 한 일주일간은 국어 공부를 잠시 내려놓았던 기억이 나네요.
일주일? 별거 아니네 싶으실 수도 있겠지만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고 3에겐 치명적인 기간입니다....그 점 감안해 주시길....
(물론 정확히 일주일 후부터는 대학에 가야 하니까 다시 맘 굳게 잡고 공부했습니당.)
선생님, 여기서부터는 약간 고해성사 하는 느낌으로 쓰겠습니다.
선생님이 이미 결혼하셨다는 이야길 듣고도, 그 후로도 전 선생님을 정말 계속 남몰래 좋아했습니다.
선생님의 사모님 되시는 분을 살짝 질투하고 부러워하기도 했었구요.ㅎ.ㅎ
아니, 제 친구들은 심지어 ‘어떻게 그 얘길 듣고도 오히려 더 전보다도 상황이 심각하냐’ 라는 말까지 했으니
그 정도가 어땠는지 대충 짐작가시죠?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의 귀여운 두 아드님과 아름다우신 사모님께...정말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정말 아니에요! 그때 사춘기 여고생의 치기어린 마음으로 그랬던 거 같아요.)
와, 이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까, 정말 제가 선생님을 무척이나 많이 좋아했었다는게 다시 한번 실감이 나네요.
어휴. 아마 이런 식으로 그 당시 선생님을 향했던 제 외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려면 끝도 없을 겁니다.
더 길어지면 선생님도 읽기 지루하실수도 있을 테니까, 여기서 줄일게요.
선생님, 지금 선생님을 향한 제 마음은 정말 순도 100%의 존경심이랍니다. 선생님으로 인해 국어 공부에 미친듯이 매진한 결과,
전 수능 언어 영역에서 당당히 90점이 넘는 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고, 3학년 내내 내신 국어는 올 1등급을 유지했습니다. 논술전형으로 대학에 합격도 하여
덕분에 만족스러운 입시결과도 얻었구요.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그리고, 음...하나 더, 선생님이 궁금해 하실수도 있으니까 적어 보는데요.
지금 남자친구는, 선생님과는 정 반대 스타일이에요.ㅋㅋㅋ ‘내가 비록 선생님의 사랑은 쟁취하지 못했지만, 대학 가서는 반드시
선생님이랑 비슷한 스타일의 남학생을 만나 꼭 그 사랑만은 얻고 말리라‘ 라는 다짐을 정말 굳게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정말 완전 정 반대 스타일이에요. 제 친구들도 다들 ‘ 야, 네 남친이랑 그 쌤이랑 안닮음ㅋㅋㅋ’ 하며 놀라했었어요.
선생님, 지금은 어디 학교에서 근무하고 계신지도 잘 모르지만, 너무너무 보고 싶습니다.
요즘도 가끔, 문득문득 선생님이 생각이 납니다. 어디 계실까, 잘 지내고 계실까,
사실 스승의 날이 돌아올 때마다 몇 번이고 찾아가 뵙고 싶다는 생각 했었지만, 선생님은 저를 모르는데 뜬금없이 찾아가
선생님을 좋아했었다며 불쑥 선물 내미는 것도 우스울 거 같아 결국 포기했었거든요.
솔직히 앞으로도, 전 선생님을 찾아가 뵙긴 힘들 거 같아요. ㅠㅠ 소녀, 너무 소심한 탓이옵니다.....
부디 하시는 일마다 다 잘 되시고, 몸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또 선생님 가정에도 무한한 복이 깃들기를 항상 진심으로 기도하겠습니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그리고 많이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