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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 어떤가요?

용용이 |2013.03.27 12:57
조회 303 |추천 3

내가 스물네살이 되던 생일날은,
나의 첫사랑이자 결혼까지 약속했던 오래된 연인 윤희가 먼저 하늘나라로 간 날이기도 하다....

 

나는 충격과 그리움으로 몇 년을 혼이 빠진 사람처럼 살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겨우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와 같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중,

 

오래전 익숙했던 향기를 맡게 되었다....

 

 

 

마거리트...향...

 

 

 

오래전 하늘나라로 간 첫사랑 윤희의 그 특유의 향기...

 

" 마거리트....향기야....'마음 속에 감춘 사랑' 이라는 슬픈 꽃말을 가진...."

 

한동안 잊고지내온 윤희의 말투와 그 특유의 마거리트 향기가 떠올랐다..

 

나는 그 독특한 향을 쫓아 마트 안을 미친 듯이 배회하다가,,
곧 윤희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러고 있는 자신에 한탄했다...

 

하지만

코끝으로 계속해서 전해지는 마거리트 향기....

 

오랫동안 죽은 첫사랑을 잊고 지내왔던 나는...

그 이후로 윤희와의 기억을 차츰 차츰 더듬게 되었다...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추억들에 다시금 미소도 지었지만,

 

도무지 생각나지 않는 한 가지,

 

 

 

 

 

'도대체...윤희가 왜 죽은거지?....'

 

 

 

 

윤희가 죽은 이유가 도무지 생각 나질 않았다.

 

나는 궁금함을 못이기는 성격이라...

퇴근 후 잠시 본가에 들려
방 안 서랍에 숨겨놓았던, 오래 된 상자 하나를 열었다.

 

윤희와 찍은 사진,
편지,
그리고 작은 선물들..

그리고

색이 바랜 구형 핸드폰 하나.

 

윤희의 장례식이 끝나던 날,
유품으로 건네받은 윤희의 핸드폰 이였다.

 

나는 집에 굴러다니는 구형 핸드폰 충전기를 연결하여,
조심스레 핸드폰을 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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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생각나지 않았다.

핸드폰을 보게되면 윤희가 죽은 이유를 알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허탈해져 마음이 답답하였다.

 

 

얼마후 나는 가장 친한 친구 태우를 만났다.
태우는 나의 대학 동기이자
윤희의 선배이기도 하다....

 

"태우야...윤희 있잖아....최윤희...그 애가 뭐 때문에 죽었지?...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태우는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고,
음식점 계산서 한 귀퉁이에 무엇을 하나 적어주었다.

 

 

 

 

 

- 학동역 4번출구, 마거리트 93 -

 

 

 

 

 

"여길 한번 가봐라...그럼 알 수 있을거다..."

 

나는 태우가 써준 쪽지에 '마거리트' 란 단어를 보고 놀랐다.


하지만 다시금 바쁜 일상에 치여

윤희에 대한 추억과 궁금증도 조금씩 사라져 갔다.

그러던 중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고,

 

"여자들은 보통 생일에 뭐 받으면 좋아해?..."

"에이...과장님도...당연히 가방이죠...."

"가방은 너무 비싸고...우리 와이프는 감동적인 걸 좋아해서...뭐 없을까?..."

"그럼...탄생석이나...탄생화 같은거....어때요?..."

"탄생화? 탄생석은 알겠는데....탄생화 라는 것도 있어?..."

 

그리고
문득 마거리트가 다시 생각났다.

 

마거리트도 탄생화 일까?....

 

궁금해진 나는 인터넷으로 '마거리트 탄생화'를 검색해 보았다.

 

"있다...마거리트....9월 3일...."

 

오래전 죽었던 첫사랑 윤희가 다시금 나를 사로잡았다.

 

9월 3일

 

그리고 지갑을 뒤져,

얼마전 태우가 주었던 쪽지를 펼쳐 보았다.

 

마거리트 93.....

 

첫사랑 윤희의 향기...

마거리트...

그리고

 

9월 3일...

 

'핸드폰...윤희의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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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0903?

 

집으로 돌아온 나는 서랍안에 숨겨놓았던 윤희의 핸드폰을 조심스레 다시 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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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이 풀렸다.

 

'윤희가 왜 죽었는지...알 수 있을까?....'

 

유일하게 남겨져 있는 문자 메세지 하나,

 

 

 

 

-미안해...날 용서하고 날 잊어줘...미안해-

 

 

 

 

보낸이가,

 

 

 

 

태훈 오빠


 

 

 

태훈...태훈...태훈이형....

대학 시절...
유난히 내가 믿고 따르던 선배...이태훈...

 

왜 그 형이 윤희한테 이런 메세지를 보냈을까?....

 

날짜를 보니,


 

 

 

2003년 7월 28일 오후 10시 31분

 

 

 

 

7월 28일.

나의 생일이자,

 

윤희가 죽던 그날..

 

윤희가 죽던 그 날에,

태훈이 형이 윤희에게 자기를 잊어달라고 했다.

 

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태우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태훈이형 혹시 연락 되냐?...."
"태훈이형?....."
"태훈이형 말야...우리 대학교때..."
"..야...지난번에 적어준 쪽지 있지?....마거리트 93....기여코 거기 가 본 거야?..."

 

지갑을 뒤적거려 태우의 쪽지를 다시 보았다.

 

 

 

 

학동역 4번출구

마거리트

구십 삼.

 

 

 

 

나는 집을 나와 차를 몰고 허겁지겁 학동역으로 향했다.

 

최윤희.

 

그리고

 

태훈이 형.

 

뭐지....?


그때..

생일에 맞춰
군대 말년 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학교를 찾아갔을 때,

 

"형 여자 향수 써?..."
"향수..? 나 향수 안쓰는데?..."
"이거 마거리트 향기 인데...."

 

태훈이형에게서 나던 윤희의 그 독특한 마거리트 향....

 

그리고

나를 잊어달라는 메세지.

 

말년휴가를 나와 학교를 찾아갔던 그날...바로 그날에...

 

 

 

 

 

 

 

첫사랑 윤희가 죽었다.

 

 

 

 

 

 

 

태훈이형과 윤희 사이에서 그 날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머리가 어지러웠다...


학동역 4번출구 앞에 차를 대고,
 

주위를 살폈다.

 

가까운 곳에 '마거리트 93' 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아담하게 꾸며진 꽃집 같았다.

 

"오빠...난 졸업하면 플로리스트가 될거야..."
"플로리스트? 그게 뭔데....?..."

 

첫사랑 윤희의 꿈이였던 작고 이쁜 꽃 집...


"태훈이형...윤희랑 같이 있었어?..."
"아..아니...왜?.."
"형한테 윤희 냄새나....마거리트...향"
"그래?...."
"...그나저나..얘는 어디 가있는거야....서방님 휴가 나왔는데...형...핸드폰 좀 빌려줘봐..."

 

과거 윤희가 죽던 날의 기억이 조금씩 조금씩 떠올랐다...

 

차에서 내려 천천히 마거리트라고 쓰여있는 꽃집을 향해 다가갔다.


 

그 날,
첫사랑 윤희가 죽던 그 날,
태훈에게 핸드폰을 빌려서 윤희의 번호를 눌렀다.

 



그때..
윤희가 죽던 그날에,
태훈이형의 핸드폰에 윤희 번호는

 

 

로 저장되어 있었다.


나는 학동역 마거리트라는 꽃집 밖에서 조심스레 안을 들여다 보았다.

주인인듯한 사람이 있었지만,

수많은 꽃들에 가려 보이지가 않았다.

 

" 어~ 오빠...나 지금 수업 끝났어...어디야?..."


그때,
태훈이형 핸드폰으로 들려오던 윤희의 활기찼던 목소리.


" 나야. 나....휴가 나왔어.... 어디야?..."


아무말이 없던 윤희.

 

나의

첫사랑....

 

그리고

 

태훈이 형.


그 날 윤희가 죽던 날.


 

 

 

 

난 뭘 보았던 걸까?

 

 

 

 

 

 

 

난 뭘 알았던 걸까?


 

 

 

 

 

나는 마거리트라는 꽃집 앞 창문앞에서 까치발을 들어 안을 계속 살폈다.

서서히 드러나는 한 남자.

 

태훈...

태훈이형 이였다...


"최윤희! 너 대체 뭐야....."

 

그때 윤희가 죽던 그 날에 결국 그녀를 만났다.

그리고 요란하게 울리던 그녀의 핸드폰

 

-태훈 오빠-

 

강제로 뺐어서 전화를 받아버렸다....

 

"미안해..진호야...이러면 정말 안되는데...그런데...나 윤희 없으면 못살거 같아..."

"형....형이 나한테 이러면 안되잖아..."

 

그때.
첫사랑 윤희가 죽던 그 날에,

 

 

 

 

 

 

 

윤희와 태훈이형이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근데,


그 날 윤희는 왜 죽은걸까...

 

조심스레...

마거리트라는 꽃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어서 오세요~"

 

짧은 인사와 함께..
태훈이형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순간...

시간이 멈춘 듯...

 

우두커니 마주보고 한참을 서있었다...

 

독특한 마거리트 향.

 

그리고
그리고.....

그날...

첫사랑 윤희가 죽던 그날,

 

"형이 나한테 이러면 안되잖아..."

 

태훈이형에게 소리치고 그대로 집으로 와버렸다.

어떻게 할 수 가 없었다.

 

손에 들려있는 윤희의 핸드폰.

이를 갈며 태훈이형과 윤희가 주고받은 문자와 사진을 지워버렸다....

 

어떻하면 널 지울 수 있을까?
어떻하면....

 

그때,
윤희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왔다.

 

발신자

 

태훈오빠

 

-미안해...날 용서하고 날 잊어줘...미안해-

 

그래..
이 문자를 보고..

 

 

 

 

죽였지.

내가 죽였지...

내가 최윤희를 죽였지..


 

 

 

꽃집안에서

10년만에 다시 만난,
태훈이형과 나는 말없이 계속 서있었다....


 

 

 

 

'내가 죽였지...최윤희를....이제 알겠다....'


 

 

 

 

잠시 후 한 여자가 태훈이형 옆으로 다가왔다....


 

 

 

최윤희....

 

 

 

 

분명하게

살아서...

 

태훈이형 옆에 서있는 최윤희...


 

 

 

나의 첫사랑....


 

 

 

 

'내가 죽였지...그 때....너를....내가 살려고...너를 죽였지....죽었다....죽었다....죽은 거야...죽은 거야.. 너는 없는 거야....'

 

 

 

 

 

 

- 기억. 당신은 얼마나 믿고 있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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