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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우리, 널 기억하다.> # 01

kukuma |2013.04.08 23:08
조회 168 |추천 1

Chapter 1. “헤어진 우리, 널 기억하다.”

 

그녀와 헤어진지 9개월이 되어간다.

주변 사람들은 식상함을 알면서도 당연하듯이 똑같은 말을 되풀이 한다.

 


“더 좋은 사람 만나게 될거야.”

“이제는 잊을 때가 됐어. 다른 사람 만나봐.”

“몇 년 헤어지고 다시 만난 사람들도 있다더라. 기다려봐” 라는..

 


경험담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연당한 사람에게 해주기에 좋은 말> 같은 책이라도 

함께 읽은 듯이 말하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난 그저 “그래요. 그렇겠죠.”라며 슬며시 웃으며 속마음을 회피한다.

 

사랑을 해보고 이별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남들이 해주는 말이 정녕 사실일지언정 그 말이 조금의 위로도, 아무런 힘도 되지 못하다는 것을.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잊지 못하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끔찍하고 괴로운지를. 


눈을 뜨면 잘 잤냐는 인사와 함께 오늘도 사랑한다는 문자로 하루를 시작하고, 

매일 밤 이어져 오던 통화를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어떤 말로 표현 할 수 있을까.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 장소들, 공기, 대화, 느낌, 감촉, 모든 것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리고 그 생생한 느낌들을 언젠가 다시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오늘도 심장을 짓누르고 있다.

 

그녀에게 더 잘 해주겠다는 말, 슬프게 하지 않겠다는 약속,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다짐, 

사랑한다는 고백도 지금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지금 내가 그녈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녀와의 기억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처음 만난 그 순간들, 그리고 그녀에게 보여주지 못했던 마음들을 기억해 보려 한다. 


그녀에게 난 언제나 바보 같은 오빠였기에,

바보같이 그녀와 함께한 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그 시간들을 글로 적어본다.

 

 

 

 

 

 

 

 





 

Chapter 2. “널 만나기 전의 나”

 

난 26년간 한 명의 여자도 사귀어보지 못한 흔히 말하는 모태솔로이다. 

마음이 갔던 몇 명의 여자는 있었지만 사랑으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기에 

사랑이라는 감정은 아직 나에게 찾아온 적이 없던 감정이었다.

 


키 180, 몸무게 75, 식스팩이나 딱딱한 가슴은 없었지만 

보통 남자들보단 조금 넓은 등판 때문에 옷걸이도 제법 괜찮은 편이었고, 

부모님이 선물해주신 중저음의 부드러운 목소리 때문에 보이스도 매력적이었다. 


외모적으로는 특별히 뛰어난 점은 없지만 적당한 턱선, 조금은 높은 콧대. 

그리고 쌍꺼풀 없이 처진 눈이 개인적으로는 콤플렉스이지만 사람들은 그게 매력이라고 하곤 했다. 


아, 그리고 어머니를 닮아 피부는 웬만한 여자들만큼 흰 피부는 나 스스로도 만족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보니 개인적으로 나 스스로를 못났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쌍꺼풀 수술은 오랫동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지금도 있지만) 

고백도 수십 번 많이 받아 봤고, 만나달라고 울며 매달린 여자까지 있었다.

 



그렇지만 이 여자와 사랑하고 싶다. 

아니, 사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사람은 없었다.


누군가 좋아하는 여자가 생기면 1년 정도를 지켜보고 결정하자는 

쓸데없는 신중함 때문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한번 만나는 여자와 결혼까지 하겠다는 지나치게 이상적인 결혼관도 한 몫한 것 같다.

 



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도 나를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지금은 그저 나를 설명하는 부분이기에 참고 읽다보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얘기하자면,

 26년간 솔로로 지내온 건 사랑에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있었지만, 

사랑에 성공할 만큼 내 마음을 흔들었던 여자도 없었음을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나중에 연애 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부분인데, 

외향적인 성격보다는 내향적인 성격이 조금 더 강하다보니 

학창시절 여자 아이들의 고민을 상담해주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자 아이들과 가깝게 지내는 것이 내게는 너무 당연하게만 느껴졌다. 

그 친구들을 이성으로 느끼지 않다보니, 친구들 역시 내게 서스럼 없이 이런 저런 고민을 얘기해 왔고 자주 어울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여자 친구들이 남자 친구들보다 많아졌다.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초식남(?)의 느낌이랄까. 


이런 경험과 성향이 그녀에게 상처를 주리라곤 상상도 못했지만...

 

 

 

 



 

 

Chapter 3. 우연한 만남

 

2011년. 그 해는 대학원에 입학하게 된 해였고, 학부와 붙어있던 대학원인지라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왔다는 기분에 한껏 설레임에 부풀어 있었다. 다시 학부시절 새내기로 돌아간 것처럼 신나게 학교를 다녔고, 대학원에 와서는 공부를 열심히 하리라 다짐하며 의지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4월의 어느 날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승범 형의 전화였다. 

학부시절 함께 학생회를 했던 과회장 형이었다.

 



“아, 현렬아. 다음 주에 학부아이들 학과 전체 MT가 있어. 우리랑 같이 일했던 후배 정현이가 이제 회장이 됐다. 정현이가 과 회장으로 처음으로 시작하는 공식 행사니깐 우리가 가서 응원 좀 해주자. 같이 갈거지?”

 


응원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어린 친구들이 노는 곳에 굳이 나이 많은 선배가 간다고 환영받을까하는 걱정이 앞서서 거절부터 했다. 그다지 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해야 할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승범 형은 끈질기게 날 설득했고,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가겠다고 승낙했다.

 


학과 전체 MT, 일명 ‘모꼬지’가 시작하는 당일 원년 학생회 멤버들이 약속 장소로 속속들이 모였다. 

함께 출발할 모든 멤버들이 모였고, 오랜만에 모인 멤버들인지라 한참을 왁자지껄 떠들다보니 모꼬지 장소까지는 금새 도착하였다. 


웃으며 대화에 참여하긴 했지만, 사실 그때까지도 그렇게 마음이 내키지는 않았다. 

집에서 해야 할 일들 걱정, 괜히 후배들한테 노땅 취급당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들이 떠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모꼬지 장소에 도착하니 학생회로 섬기는 후배들이 대선배들을 맞이하듯이 

입구까지 나와서 우리를 맞이했고 선배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방으로 안내했다. 

학교에 다닐 때 선배 대접을 받긴 했지만, 

졸업생의 입장으로 이런 대우를 받다보니 여간 어색한 것이 아니었다. 



구석에 아무렇게 가방을 던져 놓고 모두 약속이나 한 듯이 이불을 깔고 누워서 대학시절 얘기를 하면서 수다를 이어갔다. 인사하러 찾아오는 후배들에게 이제 다 컸다느니, 열심히 해라는 등의 선배 느낌 나는 격려를 하고나니, 역시 괜히 온 것 같다는 후회가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냥 그 자리가 너무 부끄러웠던 것 같다.

 


계속해서 원년 학생회 멤버들은 방에서 시간을 얼마간 보냈고, 학과생들은 아래 층 대강당에 모여서 모임을 이어가고 있었다. 


얼마쯤 시간이 지나자 한명의 후배가 방으로 찾아와 이제 선배님들 소개하는 시간이 있으니 아래층으로 내려와 달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웬지 들떠서 내려갔지만, 나는 여전히 어색하고 낯설어서 쭈뼛쭈뼛하게 따라 내려가 대강당 뒤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과 회장인 정현이가 원년 학생회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하고, 우리를 앞으로 불렀다. 

끔찍하도록 어색했지만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기 위해서 애써 계속 웃고 있었던 것 같다. 


전 회장이었던 승범 형을 시작으로 차례차례 간략한 자기소개를 하고 드디어 내 순서가 왔다. 

뭐라고 말했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굉장히 짧게 인사를 마쳤던 것 같다. 

그렇게 어색한 순간이 끝나고 원년 학생회는 다시 2층으로 주섬주섬 올라가 후배들이 가져다 준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었다.

 


그러다 후배 중에 나보다 1살이 많은 민식 형이 방으로 들어왔다.

 

“현렬아, 잠깐 나와봐.”

 

그게 다였다. 


그리고 나 역시 별 생각 없이 민식 형을 따라 나갔다. 



복도에서는 민식 형과 얼굴을 모르는 몇몇 후배들, 그리고 11학번 새내기로 보이는 학생들이 기웃 거렸다.

나는 민식 형과 나란히 자리에 앉아서 기억나지 않는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그러다 갑자기 누군가를 부르자 신입생으로 보이는 앳되 보이는 여자 아이가 빗자루를 들고 쪼르르 달려와서 꾸벅 인사를 했다. 


방 청소를 하다가 달려 온 것 같긴 했는데, 그 아이가 왜 달려와서 인사를 했는지는 몰랐었다. 

꾸벅 인사를 한 여자 아이는 부끄러운 듯이 다시 달려왔던 곳으로 돌아갔고, 

그제야 민식 형은 그 아이가 내게 인사를 하고 싶었다고 말해주었다.

 


“아직 죽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내 입으로 말하긴 민망하지만,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어서 크게 마음 두지는 않았다. 

그날 어떤 신입생들은 같이 사진을 찍자고 달려왔고, 연락처를 달라는 후배들도 있었다. 

모두에게 웃으며 응해주었지만, 


역시 큰 의미를 두진 않았다.

 



그런데, 왜였을까..? 


모든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누워서 눈을 부치려 하는데 

빗자루를 들고 꾸벅 인사를 했던 여자 아이의 모습이 떠나질 않았다. 


어깨까지 내려온 긴 생머리, 아기 같은 얼굴, 진한 눈썹, 

빗자루를 들고 달려오던 종종 걸음, 부끄러워하며 되돌아가던 모습. 


그런 생각을 하다가 순간 그 아이와 난 6살 차이가 난다는 걸 생각하니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이제 대학원 1학년, 그 아이는 대학교 1학년이 막 된 신입생이었기에 

그 아이를 생각하는 것이 죄스럽게까지 느껴졌다. 


그래서 그냥 “이쁜 친구네.” 하는 생각에 그치며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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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라도 이 글을 계속해서 봐주는 분이 계시면 계속해서 연재하려고 합니다.

대화의 토시 하나까지는 정확하지 않겠지만, 가명의 인물들을 제외하곤 95% 실화입니다.

사랑에 실패한 분, 그리고 저처럼 다시 연결되기를 기다리는 분들과 마음을 공유하고 싶네요.

추천수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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