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동네는 낡고 허름한 분위기에 시장과 유흥이 만나는 경계에 위치하고 있다.
유동인구는 꽤 있는편이긴 한데 (동네치곤..) 새로 문을 연 식당들이 살아남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는 동네인건지...
고향칼국수나 황금성 혹은 몇몇허름한 가게들은 근근히 오랜세월을 살아남는 반면에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짬뽕100도 망하고,
바로 집밑에 오리집도 리모델링까지 해가며 재기를 노렸지만 역시나 망했고..(맛 자체가 별로였다. 오리도 냄새나고)
짬뽕100 자리에 갈비탕과 냉면을 취급하는 한가락이란 가게도 내가 보기엔 위태위태...
처음 먹었을때야 큼지막한 뼈다구가 떡하니 들어있는 갈비탕도 뭔가 있어보였고(지금보니 이게 유행인가 어딜가나 흔히 볼수있는 스타일이지만..)
뛰어나진 않아도 꽤 괜찮은맛의 육쌈냉면도 맛있게 먹었지만(심지어 육쌈냉면은 한참전에 인기가 지났지?)
요즘보면
손님도 별로 없어뵈고...
그래도 먹을만한집이기에 잘 버텨줬으면 하는바램.
각설하고
오리집이 망하고 그 자리에 냉면집이 들어섰다.
먹거리X파일덕에 메밀100% 로 만든 면에 사람들의 관심이 폭주하는 이 시점에
내가 냉면집을 차린다면 무슨수를 써서든 메밀함량을 100%에 가깝게 만들어서 개업을 하겠지.
처음이 어렵지 따라하는건 그나마 조금 더 쉬우니까.
근데 이름이 순모밀 냉면 이란다.
혹시나 하는맘에 빨리 한번 가봐야하는데 조급증이 발동한다.
갯가재장 부모님 드릴려고 싸둔것 가져가라고 동생을 불러서 같이 저녁먹을겸 냉면집으로 향했다.

가게앞 수족관에 전복이 잔뜩있길래 뭐지? 싶었는데 전복굴국밥이랑 전복모밀칼국수를 판다.
이집... 좀 특이하다.
뭐가 특이한지는 모르겠지만 메뉴판을 보는순간 처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수육에 모밀물냉면하나 모밀비빔냉면 하나 주문한다.
주문하고나니 주방에서 제면기 돌아가는소리(추정)가 들린다.

모밀비빔냉면에 딸려나오는 온육수
아무생각없이 물컵에 따라먹은탓에 물을 못마셨다.
코끝에 살짝 분유? 혹은 프림향이 살짝 스치는듯한데...
나는 전문가가 아니니 섣부르게 얘기하진 않겠다.
일단 구수하고 간간하니 꿀떡꿀떡 잘넘어간다.


밑반찬이 깔리고..
수육을 시켜서 그런건지 냉면먹는데 황송하게도 배추김치가 2종류나 나온다.

따뜻한 비지가 인당 하나씩 나오는데 구수하니 맛있다.
건강해지는 기분

촉촉~한 수육이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양이 야박하지않다.
가격대비 야박한 놀부랑 원할망구는 반성해라.
메뉴판에 원산지표기가 되어있지 않아서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는 모르겠다만 맛은좋다.
여행가서 먹었던 천서리막국수나 부산의 쌍둥이돼지국밥집의 수육만큼이나 맛있다.
앞으로 나에게 보쌈은 무조건 요기.
물론 지금맛이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

잘 손질된 상추와 무말랭이

짜장면에게 단무지가 있다면
냉면에겐 무절임이 있다.
아작아작한 식감도 좋고 적당히 새콤하니 하나 집어먹으면 입맛이 돈다.

고추랑 마늘넣고 한쌈 크게 싸먹는다.
수육이 어쩜이리 고소한지...
수육한점에 위에 새우젓 3마리 얹어 먹으면 고소함이 더 배가된다.
보쌈먹을때 내가 좋아하는 섭취법이다.

나를 갸우뚱하게만든 물냉면.
면은 기대와는 다르게 메밀함량은 낮은듯하다.
일반적으로 먹는 냉면에 비해 조금 두꺼운듯한 면발(막국수정도)이 탄력있게 씹힌다.
툭툭 끊기는 면발을 기대했건만...
자주 얼굴도장찍고 단골이되면 돈을 더 지불할터이니 메밀함량 80프로 이상으로 부탁해볼 생각이다.
일단 면은 그렇다치고 육수가 참 아리까리하다.
처음에 마신 온육수가 차갑게 나오는데
동치미 국물도 안섞고 식초도 안섞었다.
새콤한맛도, 달콤한맛도 전혀없는 리얼 고기국물.
이것도 나름의 매력이다 싶어 그냥 내어주신 그대로의 맛을 순수하게 즐겼다.
한그릇에 만원도 넘는 서울의 유명 평양냉면집을 가본적이 없어서 그곳의 찝찌름하고 밋밋한.. 그 국물맛을 모르니 어찌 비교할방법이 없다.
우리나라 유명한 냉면집좀 이곳저곳 다녀보신분 있다면 이집 국물맛좀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
동생녀석의 모밀비빔냉면도 한젓가락 먹어보았는데 양념맛이 괜찮다.
물냉면마냥 특이함은 없어보였지만 기본에 충실한 잘 만든 비빔냉면의 맛.

그리고 이집 육쌈냉면마냥 양념갈비가 조금 나온다.
보기와다르게 불맛도 솔솔 나는게 냉면에 싸먹으니 맛있다.
전생에 무슨 좋은일을 했길래 요래 맛난집이 지척지간에 생긴건지 너무 감사할따름.
짬뽕100 앓이중인 나에게 주신 선물인갑다.
위치는 똘망똘망해 보이는 친구가 따봉을 하고있는곳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