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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실수.

허벅다리 |2013.05.03 16:44
조회 310 |추천 1

안녕하세요.

첫 번째 실수입니다. 때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입니다. 저는 대학에 막 진학하여 6개월만에 모태솔로를 벗어던지고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3/4분기부터 시작된 저희의 연애는 별탈없이 이어지는 듯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정이 돌아왔고 각자 시골집으로 내려가있는 동안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보고 싶어 죽겠다는 문자질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여친의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계속 일했더니 허리도 너무 아프구...금방 배가 고파졌어.'

순간 저의 머리 속에 그녀가 버섯전을 좋아한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한 글자라도 문자에 더 담아넣기 위해 띄어쓰기 따위는 버려둔 채, 모든 글자를 꾹꾹 붙여서 입력했습니다.

'전 부쳐 먹어.'

전을 부쳐서 따뜻할 때 먹으라는 저의 마음이 담긴 문자였죠. 보내고 나서도 나의 자상함에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의 답장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문자가 전달된지 한참이 지나도 여친의 문자는 오지 않았습니다. 제가 무슨 일 있냐고 바쁘냐고 물어보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어떻게 그런 말을...'

알고보니 띄어쓰기를 생략한 저의 문자를 그녀는 이렇게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전부 쳐 먹어'

 

두 번째 실수입니다. 8년이 지나 그녀와 저는 결혼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이벤트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퇴근하는 길에 꽃다발을 사서 그녀에게 건네며 프러포즈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이라 꽃집이 거의 문을 닫은 상태였지만,저희 동네를 모두 뒤져서 결국 문을 연 꽃집을 한 군데 발견했습니다. 평소 노란색을 좋아하는 저는 일반적인 빨간 장미보다 조금 더 특별하게 생긴 노란 장미에 시선이 꽂혔습니다. 점원 언니께서 물어보시더군요.

"여자친구분한테 선물하시게요?"

그리고 장미를 추천해주시더군요. 퇴근 이후라 그런지 빨간 장미들은 검붉게 색깔이 변해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노란 장미 주세요."하고 제 취향을 담아서 말했습니다.

점원 언니는 약간 미묘한 표정을 몇 초 저에게 보이더니, 별 말 없이 노란 장미를 포장해 줬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여친의 집 앞으로 간 저는 당당하게 사온 장미와 선물을 꺼내며 고백했습니다.

그런데 꽃다발을 받는 여친의 표정이 아까 점원 언니의 표정과 비슷하더군요. 나중에 들어보니 노란 장미의 꽃말은 '이별'이라더군요.

 

세 번째 실수입니다. 저와 여친은 긴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밤 신혼집에서 은은한 향초와 함께 한껏 분위기를 내고 있었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신혼생활이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하고 새삼 느끼면서 대한민국의 출산율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다면 더 좋겠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이번엔 피임을 하기로 했습니다. 어두운 불빛 아래에서도 저는 능숙하게 '그것'의 겉봉을 더듬더듬 찾았습니다. 한 쪽 끝을 입에 물고 다른 손으로 비닐을 찢어 벗겼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와이프가 말했습니다.

"자기 입에서 거품나. 어디 아파?"

이상했습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윽고 저도 제 입에서 엄청난 거품이 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비닐포장을 뜯었던 그것은 '그것'이 아니라 발포비타민이었습니다. 발포비타민은 물기가 닿자마자 미친듯이 거품을 뿜어내기 시작했고, 저는 민망함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악! 이게 뭐야!"

저는 당황스러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발포비타민을 집어던졌습니다.

아직도 집사람은 잠자리에서 가끔씩 '그거 발포비타민 아닌지 잘 봐봐'라며 저를 놀리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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