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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이 죄인가요?

진격의 노안 |2013.05.08 22:59
조회 146 |추천 0

편의상 음슴체로 쓰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음.

난 좀 삭았음.

인생을 힘들게 보낸듯함.

성인이 된 지금은 좀 덜하지만 학창시절엔 더했음.

나의 삭음은 중3때 피크를 쳐서 고딩 때를 거쳐 쭉 유지가 됬음.

남자가 가장 멍청해지는 시기인 중2때 너무 멍청해져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말 그대로 질풍과 노도처럼 보냈더니

 중3땐 이미 돌이킬 수가 없어 진듯함.

 

내 입으로 고백하기 수치스럽지만

음지에서 사흘간 삭힌 흑산도 홍어처럼 아주 화끈하게 삭았음.

 

그래도 난 중3때 좀 정신차리고 그럭저럭 공부하는 척하며 살고 했던 것 같음.

공부를 할라면 문구가 필요하지 않겠음?

 

그래서 문방구를 자주 갔음. 동네에 내가 자주 가는 문방구가 있었음.

자주 가다 보니 주인집 아저씨가 내가 가면 잘 알아보고 친절하게 대해주셨음.

항상 중딩인 내게도 존댓말을 쓰셨음. 난 그런 아저씨가 좋은 분이라 생각했음.

예의가 바르시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하신 분이라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음.

 

어느 날 평소처럼 문방구에 가서 필요한 공책이랑 단어장 비스무리 한 걸 샀음.

아저씨 역시 평소처럼 온화한 미소를 띄우며 내게 잘해주셨음.

그리고 계산을 하시며 내게 정중한 목소리로 여쭈시는 거임.

 

 

 

 

“로또 한번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난 귀를 의심하며 아저씨를 쳐다봤음. 그 눈엔 진심과 친절함이 담겨있었음. 내가 미성년자일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안하시는 거 같았음. 나 역시 정중하게 사양했고

 

그 다음부터 그 문방구는 안ㅋ감ㅋ 아저씨의 친절함은 당시의 내겐 너무 잔혹했음.

문구가 필요할 땐 멀리 걷더라도 손님이 많아서 자주가도 날 못 알아보는 곳으로 갔음.

 

문방구를 들락날락하며 공부하는 척했지만 틈틈이 친구들과 몰래 놀았음.

로또 긁을 것 같은 얼굴이지만 난 역시 유치하고 장난치기 좋아하는 중딩이었음.

 

어느 저녁에 친구들이랑 쪽팔려 게임을 하고 놀았음.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덧붙이자면 쪽팔려는 가위바위보해서 진 사람이

사회적으로 매우 쪽팔리는 짓을 해야 하는 굉장히 잔인하고 무자비한 게임임.

쉽게 말해서 아동용 러시안룰렛이라 하겠음.

 

다행히 그날 따라 가위바위보 운빨이 잘 먹혀서 난 안걸리고 계속 친구들만 걸림.

한놈은 마트에서 카트를 타고 홀로 팔을 내저으며 카트라이더를 해야만 했고

딴 놈은 편의점 알바 누나한테 핸펀번호를 물어봄.

첫번째 녀석은 그냥 사람들이 보며 “뭐 장난칠 때지. 좋을 떄다.” 하며 이해해줬고

알바누나는 어린애가 귀엽다고 웃었음.

내가 걸렸으면 어찌됬을까. 마트에선 광인 취급을 받았을 거고

알바 누나한텐 분명 정중한 까임을 당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음.

난 그날 나의 운빨에 감사하며 친구들 몰래 가슴을 떨었음.

 

이제 게임도 막바지에 이르러서 더 이상 쎈게 떠오르지 않았음.

막판에 내가 걸렸는데 친구들에 비하면 별거 아닌 거였음.

걍 지나가던 아줌마한테 “엄마!” 이러면 되는 거 였음.

난 아이디어가 고갈된 녀석들의 창의력을 비웃으며 그냥 자연스럽게 아줌마한테 가서 엄마라고 불렀음.

그런데 아줌마의 표정은 경악을 금치 못하는 듯 했음.

나도 괜히 뻘쭘해져서 걍 “아..잘못봤어요. 죄송합니다.” 이럼.

아줌마께선 나를 계속 이상하게 쳐다보다가 뒤를 돌면서 한마디했음.

 

 

 

 “아...아직 40대 초반 밖에 안됬는데…”우리엄마도 40대 초반인데? 갑작스레 쪽팔림이 몰려왔음.

보통 쪽팔려의 무서움은 그 행위에서 오는 감당키 힘든 수치를 당하는 것인데

그날 나는 나의 면상이 감당키 힘들어서 쪽팔렸음.

 

그날 난 장난기를 잃었음.

 

그때는 가을이었고 조금 시간이 지나자 겨울이 왔음. 난 눈을 좋아해서 겨울을 좋아라 함.

보통은 학원이 끝나고 밤에 추워서 바로 택시를 타고 집에 가는데 그날따라 거리가 맘에 들었음.

그래서 조금 걷기로 함.

사춘기 소년의 감수성이 가득한 눈으로 눈길을 바라보다가

가로등불에 비치는 함박눈에 매료되어 서있었음.

지나가던 어떤 인상 좋으신 아저씨께서 날 바라보시곤 말을 거셨음.

역시 눈 내리는 풍경의 아름다움은 세대를 초월하는 감동을 주나 보다 생각했음.

아저씨께서 물어보심.

 

 

 

“저기 저도 담배 좀 태우려 그러는데 라이터 있으세요?”

내가 입김을 뿜으면서 가만히 서있는게 담배 피면서 인생의 쓴맛을 되새김질하는 걸로 보였던 모양임.

 

걍 택시 탔음.

택시 타고 집에 가는데 아까 있었던 일이 아직은 약간 웃기기도 해서 웃음을 머금고 바깥을 보고 있었음.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내가 기분이 좋아 보이니까 자꾸 말을 거심.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러셔서 겨울을 좋아한다 그럼.

 아저씨가 눈 내리면 운전하는게 힘들어진다 그러시며 어른되면 너도 이해할 거라 하심.

날 오랜만에 미성년자 취급해주시는 착한 아저씨였음. 그래서 기분이 한결 나아짐.

 그러시면서 아저씨가 올해 몇학년이냐 여쭈심. 3학년이라 그러니까

 

 

 

“아, 고3 올라가? 공부하느라 고생하네.” 하며 안쓰럽게 말하심. 아저씨의 그 한마디가 날 더 맘고생하게 한다는 걸 전혀 모르시는 듯함.

생각해보면 그래도 로또나 담배 보단 나은 케이스이긴 함.

 

어쨌든 그날 난 감수성을 잃었음. 택시에서 내려서 집 가는데 눈이고 뭐고 조카 춥고 짜증남.

 

이제 고딩이되서 또 올만에 택시타는 일이 생겼음.

주말에 집 갔다가 고등학교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이었음.

난 “ㅇㅇ고등학교요.” 이러고 걍 가만히 있었음.

사실 중딩이후로 아저씨들과는 말을 잘 안함.

그들은 뭔가 나한테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아서 피하게 됬음.

그런데 아저씨가 그날따라 말을 자꾸 거심. 그렇다고 내가 싸가지 없게 무시하긴 좀 그래서 같이 대화를 좀 함. 그러다가 아저씨께서 물어보심.

 

 

 

“이번 대선 때 누구 뽑으실 생각이세요?”

개당황함. 택시를 고등학교로 몰고 가시면서도 내가 고등학생일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신듯함. 기숙사 사감인 줄 알았나.

 

그날 이후로 난 정치라면 치를 떨게 됬음.

 

어느 날 친구랑 밖에서 춘천닭갈비를 먹으며 그 얘기를 함. 친구는 개 좋아했음.

이놈은 좀 동안인 편이라 내 심정에 조금도 공감하지 못하고 그 비열한 베이비 페이스로 파안대소를 함.

그러다 갑자기 나한테 술을 시켜보라는 거임. 내가 그래도 민증 검사할 거라고. 싫다고 함.

친구놈이 웃다가 서빙하시는 여자분을 부름. 그러면서 다짜고짜 날 가리키면서

“몇 살로 보여요?” 라고 물어봄. 이놈이 애새끼같이 생겨서 그런가 붙임성이 좋음.

 

여자분은 좀 당황하며 약간 고민하는 듯싶었음. 나이를 낮게 불러서 친절을 베풀고 싶었나 봄.

 

“22살이요.” 라고 말함. 친구 또 개 좋아함.

“그러면 술 시키면 줄 거 같아요 안 줄 거 같아요?” 그걸 또 물어봄.

“주죠.”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음.

친구가 나 사실 고등학생이라 말하자 “아..네.” 이러고 감.

 

그날부터 난 사랑하던 춘천닭갈비와 이별을 했음. 애초에 가본 적도 없는 춘천에 애착을 가질 이유가 없어 보였음.

닭에 양념 묻히는 것도 싫었음. 앞으론 후라이드 치킨에 소금만 찍어서 먹기로 함.

 

밥 먹고 나서 씁쓸했음. 그런데 내 친구는 동안인 주제에(?) 술이 또 쳐먹고 싶었나 봄.

안 어울리게 좀 노는 놈이었음. 나한테 편의점가서 소주 한번 사보라함.

니 액면가를 믿으라고 직원을 교란시키기에 아주 훌륭한 액면가라고 설득함.

당시에만 해도 난 나름 순진했음. 맥주는 몰라도 소주는 써서 싫었음.

그러나 그날의 씁쓸함엔 소주가 더 잘 어울릴 듯 했음. 밑져야 본전이니 난 홀로 편의점에 들감.

들어가자마자 참이슬 두 병을 들고 한숨을 쉬었음.

사실 한숨이라기보다 떨려서 숨이 좀 가빠진 거였음.

편의점의 여자 알바는 날 보더니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없이 가격표를 찍었음.

내가 실연당했거나 취업에 실패한 듯 했나 봄.

 한층 더 씁쓸해진 마음으로 난 소주 두 병을 들고 친구와 함께 공원으로 향했음.

 

그날 마신 소주의 쓴맛은 단순한 쓴맛이 아니었음. 난 소주의 쓴맛이 어찌하여 사람의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는지 깨닫게 됬음.

 

 구질구질하게 말이 길었던 것 같음. 현재 푸념을 늘어놓고 있는 난 24살임.

 다행히 고딩이후로 계속 삭은 건 아니라 요즘은 내 얼굴이 세대를 뛰어넘진 않음.

그래도 가끔 30대로 보는 사람도 있음. ㅠㅠ

나 역시 장난기를 잃고 감수성을 잃고 소주맛을 알고 하면서 중년의 마음이 되가는 듯함.

김광석과 심수봉노래가 좋음. 역시 우리민족은 한의 정서임.

 

 

이 글을 천진함을 간직하고 싶어하는 10대 아저씨들에게 받치겠음. 부디 그 얼굴로도 천진함과 순수함을 간직했으면 함.

그러나 어느날 자신이 밴 배게에서 아빠 배게와 비슷한 냄새가 나기 시작하면 이미 끝난거임.

청춘에 작별을 고할 때란 걸 직시해야함.

 

 

그렇게 나의 청춘은 18살의 나이로 막을 내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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