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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이 바람피운게 아닌, 내가 그 '상대'가 된다는것. (글이 길어요)

미리미 |2013.05.19 00:14
조회 274,848 |추천 524

헉..

 

그리 좋은일이 아닌걸로 톡이되다니 ..ㅠ

 

그래도 여러분들의 진심어린 댓글 덕분에 또다시 많은 힘을 얻고

함박웃음 짓고 있습니다 ^^

 

생각보다 이런일 겪으시고도 잘 이겨내신 분이 많다는걸 알게되니

왠지모를 힘이 나네요!

 

이세상에서 이런 나쁜사람들은 모조리 사라지고

행복한 핑크빛 사랑하는 커플들만 남기를 간절히 기원해봅니다.

 

읽어주신 분들, 댓글달아주신 분들 모두 행복하시고

꼭 마음이 맞는 좋은 인연 찾으시길 or 찾으셨길 바라겠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글쓴이 올림.

 

 

 

 

 

 

 

 

 

안녕하세요.

 

저는 평범한 여자사람입니다.

 

제가 작년말부터 올해 초까지 해외에 있을때, 잠시 같은일을 했던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는 3살 연상이었고, 굉장히 쎄보이게 생긴 얼굴이지만 은근히 자상한 면이있어

처음부터 저도 남자로써라기 보다는 친해지고 싶다는 호감이 드는 사람이었어요.

 

그러다 서로 연락처도 알지 못하고 헤어졌는데 약 3개월후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쳤고,

그사람과 저는 약 2주정도 몇번 술도 마시며 친해졌습니다.

 

그리고는 제가 잠시 귀국할 일이 있었는데, 귀국 일주일전, 그사람은 제게

'1년전에 만났던 그 여자친구를 아직도 못잊었다고 얘기한적 있지?

그 사람 이후로 누구를 만나도 진심으로 좋아한적이 없었어. 개 망나니처럼 아무나 만나고..

그런데 너는 내가 1년전 그사람을 만났을때 그 감정을 처음으로 느낀 사람이야.

그사람과 비교해서 미안해. 하지만 그 느낌만큼 너는 내게 너무 소중해'

 

라며 여자 일생에 들어볼까말까한 말을 지껄이며 고백을 했고, 저는 받아들였습니다.

 

나이도 나이이고 장소도 장소인지라 1주일만에 스킨십 진도도 나갈만큼 나갔지만

귀국할때는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았었어요.

 

'이사람이 그때잠깐 외로워서 그랬겠지' 하며 제가 한국에 있을 두달동안 기다릴거라는

확신은 갖지 못했었거든요.

 

하지만 이사람은 제가 귀국하고난 후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 3~4통 전화를 해가며

애정표현을 서슴치 않았고, 저는 그저 묵묵히 받아주기만 했어요.

 

어쩌다 제가 무심코 내뱉은 '사랑해' 한마디에 숨이 턱 막히며 좋아하던 그사람 목소리가.

새벽 4시에도 내 술주정 받아주려고 핸드폰을 귀옆에 두고잔다던 그 사람 투정이.

두달뒤 다시 돌아오면 근사하게 프로포즈 할거라던 그사람 약속이.

 

결국 아무것도 없는 부질없는 멍멍이소리였다는 것은 곧 알게 되었지요.

 

처음에는 '무슨~ 만난지 얼마나 됐다고 결혼얘기야~' 하시던 저희 어머니도,

이사람이 하루에 3~4번씩 전화하고 꼬박꼬박 잘하는 걸 보고 마음이 흔들렸을 정도로,

이사람은 정말 헌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꼬박꼬박 연락을 잘하던 그사람도, 일주일에 한번? 길면 이주에 한번.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고 하고서는 연락이 되지 않더라구요.

 

'오빠가 그동안 나에게 너무 잘했기때문에 내가 그것에 익숙해져서 이기적인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평소말고 술마실때 또는 친구들이랑 놀때 연락 안되는건 정말 싫다.'

 

라고 진심을 다해 타일렀지만 고쳐지지 않았고, 사건은 다음주에 일어났어요.

 

문득 저에게 집에 전기가 나가서

충전이 안되서 전화를 못할것 같다며 예고를 했고 바로 전화해보았지만

'전원이 꺼져있다'고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현여친과 어딜 다녀왔던것 같네요)

 

'전원이 꺼져있다'와 '연결이 되지않아'의 차이는 아시는분은 아실거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한 예감이 들었지만 과민반응이라 생각하고 넘어갔어요.

 

다음날은 그사람이 친구와 약속이 있다고 한날인데 그날까지 아무연락이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다음날, 기다리다못한 제가 전화를 했더니 엥? 신호음이 갑니다.

순간 당황하고 동시에 화가 나더라고요.

 

전화를 받더니 '지금 막' 켰다는 신뢰성없는 변명을 하면서 오히려 짜증을 내기에

'술마실때 연락안되는거 못고칠거면 오빠랑 못만나니까,

고칠수있으면 연락하고 못고치겠으면 연락하지마!' 하고 제가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 이후 그는 연락이 며칠동안 없었고, 저는 막연히 '헤어졌나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역시 이렇게 되는구나..' 하면서요.

 

차라리 그렇게 끝나는 편이 나았을까요..?

며칠 후 제가 그사람에게 카톡하나를 보냈습니다.

 

'헤어질때 헤어지더라도 얘기는 하고 끝내자. 영영 안볼사이도 아니잖아?'

 

그러자 보고도 답장이 없기에 돌아가서 마주칠 걱정을 하고있는데

이상한 번호로 전화가 왔습니다.

 

'저.. OO오빠 여자친군데요.'

 

첫 인사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당황하셨죠?' - (지금생각해보면 이여자도 한두번 겪은게 아닌것 같네요.)

하며 말을 이어가는 여자의 말을 그저 듣고 있을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도 보내신 카톡보고 알았구요. OO오빠는 그쪽이 자기를 좋아해서 쫓아다닌거라고 하네요.

한번도 만난적도 없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해서 확인전화 해봤어요.'

 

라고 하는데 기가차고 어이없어서 헛웃음만 나오더라구요.

 

그 전화하는데 그사람이 옆에서 자꾸 끊게 하려고 하는지 여자는 '하지마~ 왜그래?' 라며

대화를 간혹 주고받았고 그 대화만으로도 저는 더 비참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일단 끊었습니다.

그여자, 카톡이 옵니다. 'ㅋㅋ지금 같이있는데, 얘랑 얘기해보실래요?'

'ㅋㅋㅋ잘못했다네요 용서해달래요 ㅡㅡ'

이렇게 오네요.

 

 

그래서 그 여자 카톡으로, 그동안 그놈이 저에게 전화했던 내역 (하루 3~4통씩 1개월반이니

양이 어마어마 하더군요;;) 과 카카오톡 했던 내역을 전부 캡쳐해서

(카톡을 자주하지 않았어요. 카톡을 하려하면 바로 전화를 했었거든요. 참 치밀하네요)

보내주었습니다.

 

'언니 사진 보니까 이쁘신데. 그런놈 만나지마세요. 진심으로 같은 여자로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두분 헤어져봤자 저 이득볼거 없어요. 그놈은 언니에게 사랑을 말하면서 저에게 자기의 애를

낳아달라며 징징대고 매일매일 사랑한다 속삭였던 사람입니다.

저도 지금 너무 황당해서 손이 덜덜 떨리는데, 어쩌면 저보다는 언니가 훨씬 더 힘드실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의는 아니었지만 언니의 남자친구를 내남자라고 철썩같이 믿었어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며 그동안 그놈이 저에게 전화로 지껄였던 것들을 대충 설명해 주었어요.

여자는 카톡 확인은 해도 답장은 없더라고요

 

그리고 그놈에게도 캡쳐본을 보내주며,

'니가 나를 상등신으로 만들까봐 미리 다 캡쳐해놨다. 그동안 재밌었냐'

란 식으로 보냈지만 보고 무시하길래 저는 마침내 열이 오를대로 올랐습니다.

 

제가 있던 외국 도시에는 그 도시에 사는 한인들만의 커뮤니티 사이트가 있습니다.

그놈은 그곳에서 10년을 살아온 놈이니 아는 한인들이 많았죠.

 

여자친구라는 여자에게 다시 카톡했습니다.

 

'(커뮤니티사이트)에 올린다고 전해주세요.'

 

그러자 바로 그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미안하다. 죽을죄를 졌다. 용서해달라. 니가 여기 다시오면 니가 나를 때리든 발로 밟든

가만히 있겠다. 제발 용서해달라.'

 

사정사정 하길래 제가 할수있는 모진말을 전부다 쏟아내고 끊었습니다.

 

잠이 오지않아 늦은 새벽까지 뒤척이고 있는데,

그 여자에게서 새벽 5시에 카톡이 왔습니다,

 

'많이 당황하셨을텐데 정성껏 답해주고 충고해줘서 고마워요.

이사람이 무릎꿇고 울면서 비는데, 창피하지만 기회를 또한번 주기로 했어요. ^^;;

나중에 저 혼자있을때 시티에서 마주치면 아는척 해줄래요? :)'

 

ㅋㅋ. 그 당시에는 '이여자 참 바보같다' 하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그여자'의 행동보다 '그남자'의 거짓된 행동들의 빈자리가 너무 커서

그것들이 다 거짓이었다 생각하니 너무나 허망하고 기가 차서.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었던것 같습니다.

 

 

 

 

하지만요.

시간이 며칠 몇주 흐르고 이성을 되찾고 생각해보니,

차라리 지금 내입장보다는

내 남자친구가 바람핀 '그여자의 입장'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남자가 바람이 났을경우, 그사람을 용서해주든, 단칼에 헤어지든, 그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린 것이지요.

 

하지만 반대로 내가 그 바람을 '당한' 경우,

용서고 나발이고 나의 선택권은 아무것도 없이, 저는 아예 없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그렇다고 해서 제가 그놈에게 어떤 미련이 남은것은 '결코!' 아니지만서도,

'바람이었구나' 하는 시점에서부터 나의 생각과 기분따위는 결코 중요한게 아닌게 되버리는.

 

그런 허탈감이라고 할까요?

 

그 두사람이 헤어지든, 다시 손을잡든 그것은 두사람의 문제지요.

하지만 거기서 끝. 그 두사람의 문제만으로 완결이 되어버리는 이 불편한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이렇게 상처받고 비참해진 내 상황을 어디가서 토로할곳도 없다는 것.

'그여자'의 존재가 나에게도 큰 배신이고 상처임에는 틀림이 없는데

나는 그런 상처따위 혼자 감당하고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는것. 이쯤이면 이해하시려나요..

 

내가 원해서 소위 '세컨'이 된것도 아니었고.

(물론 그런놈들은 '세컨'에게 더 헌신을 다한다고 하기는 하지만..)

이사람에게서 정말 '헌신'을 느껴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도중에 이런 뒤통수.

나도 너무 억울하고 화가나지만

그여자의 '아는척 해줄래요? :)' 라는 억지 호의에도 한마디 대항하지 못하는 무력감.

 

친구들은 제 말을 듣고서는 그럽니다.

'그 남자도 쓰레기지만 니한테 아는척 해달라는 그 여자도 제정신은 아닌것같다'

 

그말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소위 '퍼스트'와 '세컨'의 차이를요.

 

원해서 그런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전 힘없는 '세컨'이었을뿐이니까요.

 

 

 

 

그일이 있은후 한달이 지난 지금은,

어쩌면 누구는 살면서 한번도 경험하지 못할 일을 겪었다고,

선택받은 사람이라고 하하호호 웃으며 얘길합니다.

 

물론 그일이 있고 하루뒤, 이틀 뒤, 1주일까지는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여자라고

한탄하고 다녔지만요...^^;;;;

 

이것도 다 인생경험 아니겠어요?

 

남자 보는 눈이 조금은 더 높아지지 않았을까 내심 기대해봅니다.

 

 

이상 잠못드는밤,

의도치않은 '세컨'의 무력감을 토로하려 주저리주저리 긴글을 끄적이고 가는 여자사람이었습니다..

좋은밤되세요안녕

추천수524
반대수10
베플ㅠㅠ|2013.05.19 00:35
전. 8년째 내남자라고 생각했던 사람의 13년째 연인에게 전화가 왔네요. 그남자가 대단한건지 여자둘이 멍청한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전 제가 정리했고 그들은 모르겠네요. 8년의 사랑. 크긴했지만 남은 제인생 개싸움에 끼어들고 싶지 않아서요.
베플|2013.05.19 00:47
딱히 질문글이 아닌 넋두리여서 댓글달기가 애매하지만 몇자 적습니다. 퍼스트와 세컨의 차이는 크죠. 그걸 제대로 느끼셨네요. 많이 힘드셨을것도 알겠네요. 인생경험 맞습니다. 자위로서 하는말이 아닌 진심으로 인생경험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날, 님의 자존감은 두단계 올라갈겁니다. 힘내세요.
베플루즈하게|2013.05.21 17:29
바람폈던 사람은 또 어딜가서나 그러기망정이지요.나도모르는 사이에 세컨이되어있었다니..참충격이였겠어요 조금이라도 빨리알아서 다행이라고생각하세요당신은 그쓰레기같은 사람한테 세컨이였을지모르지만미래에 만나게될 남자분께는 빛나는퍼스트일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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