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숲 -9-
정상규
|2013.05.24 21:52
조회 352 |추천 1
영원의 숲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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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의 숲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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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썩는내와, 비릿한 피 냄새가 무너진 천막에서 흘러 나와서 내 코를 찔러 움켜쥐게 만들었다. 손유진은 여기저기 찢어져 너덜너덜해지고, 다른 시체들의 피로 얼룩해진 천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올린 후, 뾰족한 관엽수 파편으로 땅에 고정시켰다.
"상태가 말이 아니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지요."
나와 현수가 고개를 끄덕인 후, 천막 세우는 것을 도왔다. 천막의 형태가 대충 갖춰질 쯤, 손유진이 우리에게 말했다.
"중앙에 하나만 더 박으면, 끄떡 없을거예요. 부탁드립니다. 저는 자위대와 연락할 방법 좀 찾고 와야 되겠습니다."
"네, 맡겨주세요."
손유진은 소총에 장착한 플래시를 천막 뒷 쪽으로 비추며, 우리에게 말했다. 현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에 떨어진 관엽수를 들어서 구멍이 뚫린 천장에 세운 뒤, 흙으로 된 땅에 있는 힘껏 박았다. 그제야, 천막은 제대로 된 형태로 갖추어졌다.
"이제야, 실감나네."
현수가 나를 바라보며 침대에 풀썩 앉은 뒤, 떨리는 손을 탈탈 털며 말했다.
"그러게 말이다."
나는 현수가 무엇이 실감나는지 충분히 예상이 갔다. 그것은 바로 윤아와 현지씨의 믿기지 않는 죽음이었다. 충분히 그럴만 했다.
"이대로 밤까지 쉬어야 되는게, 정말 엿같잖아......"
"네 말에 동감한다."
토막난 여러 사람들의 몸과, 압사당해 쪼그라들어 알아볼 수가 없는 살덩어리들은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를 풍겼고, 무엇보다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은 아직도 눈을 감고 누워있는 윤아와, 관엽수에 깔려 손만 삐져 나온 현지씨와 밤이 새도록 같이 있어야 된다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최소한 죽은 이들을, 어디엔가 묻어주어야만 했다. 그것이 죽은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매너였다.
"일단, 오늘밤은 이대로 자고 해가 뜨는 대로 시체들을 묻어주자."
"그러는 수 밖에 없겠다."
불도 없었고, 손유진의 플래시만으로는 시체들을 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밤에는 무슨 괴물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지경이었다.
나는 현수 뒷 쪽, 더러워진 침대 시트에 앉아 한숨을 푹 쉬었다. 욕지기가 나, 속이 심하게 좋지 않았던 냄새도 이제 코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불과 초저녁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일어날 줄 꿈에도 몰랐는데, 어떻게...... 썅......"
욕을 내뱉고는 침대 시트를 쾅 내리쳤다. 그러고는 눈을 감고 누워있는 윤아를 바라보았다. 몇 초 이상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게나 말이다......"
현수가 시트를 손으로 만지작거리며 한탄했다. 그러다가 말을 잇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일 기억나냐?"
뜬금없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았지만 녀석의 표정은 진지하면서도, 슬퍼보였다.
"그거 말하는거냐."
"그래. 죽을 뻔했던 것."
나는 녀석의 말대로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을 떠 올렸다. 잊을 수가 없는 기억이었다.
*
고등학교 2학년 당시, 나와 녀석은 정말로 죽을뻔한 적이 한번 있었다. 그것은 한 밤중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달이 진 어느 저녁, 녀석과 나는 학교 농구장에서 농구를 하고 있었는데 교문 앞 쪽으로 검은색 세단 하나가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냥, 지나가는 차이거니 하고 농구를 계속 하고 있었는데 그 세단은 나와 현수 옆에 정차해서 가만히 있었다.
"저, 차 뭔가 이상하지 않냐?"
"뭔, 차? 아 저 차? 그냥 잠깐 정차하는 거겠지, 뭐."
이상한 낌새를 끼친 내가 현수에게 물어봤지만 녀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던 농구를 계속 하기 시작했었다.
"뭐, 상관없겠지."
라며 나도 하던 농구를 계속 했었다.
그렇게 한 5분여 쯤이 지났을까, 세단의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남자 두 명이 내리는 것이었다. 두 손에는 정체 모를 재질로 된 박스를 들고서는 말이다.
"뭐냐. 저 떡대들?"
"그러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그제야, 우리는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고 하던 농구는 저 멀리 뒷전에 두고 오로지 떡대들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바라보고 있을 때 떡대들이 귀를 움켜 잡더니 신호를 받은 듯 고개를 끄덕였었다. 그러고는, 바로 상자를 바닥에 내려놓고 열기 시작했다.
그 때, 우리는 전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고 말았었다.
상자에서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주먹만한 괴기한 생명체가 우수수 튀어나와 특유의 뾰족한 날을 세우고 우리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씨불! 저게 뭐야?"
현수가 기겁을 하며 앞을 쳐다봤다. 그러고는 아주 잠시 뜸을 들이다가 들고 있던 농구공을 괴생명체들에게 집어 던졌다.
찌지직, 펑-
이라는 소리가 던진지 2초도 안되서 나버렸고, 농구공이라는 하나의 물체는 우리의 시야에서 순식간에 삭제가 되버렸었다.
"음......"
녀석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어......"
나도 피차일반의 표정으로 녀석을 바라보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녀석과 나는 소리를 질렀다.
"튀어, 신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는 교문을 향한 채 죽어라 달렸다. 내가 우연히 뒤를 돌아보았을 때, 뒤에는 괴생명체 떼거리들이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고 떡대 2명이 도망가는 우리를 무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 나와 현수는 1km를 달리고도 높은 건물의 10층까지를 계단으로 오르고 나서야, 그 괴생명체들을 쫓을수가 있었다.
우리가 그 거리를 다 달렸을 때, 그 괴생명체들은 바닥에 떨어져 죽어가고 있었는데 마치 모든 힘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었다.
"이런 것들한테 잡혔으면......"
"돼지고기 마냥, 토막토막 나서 썰렸겠지."
내가 그 말을 하고서도 몸서리가 쳐져 몸을 으으하며 심하게 떨었다. 녀석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침을 꼴깍 삼키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뭐냐? 아까 떡대들은 뭐고? 우리가 누구한테 원한 살 짓 했었나?"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이런 괴생명체들이 존재한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이건 둘째치고, 아까 떡대들의 정체는 무엇이었으며, 도대체 왜 우리에게 이런 짓을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이해가 가지가 않았다.
"이게 무슨 한 밤중에 날벼락이냐......"
"그러게나 말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집에나 가자."
녀석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그 이후로 한 밤 중에 그 학교에서 농구는 커녕 그 학교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았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나와 현수가 다니던 고등학교에는 운동 시설이 좋지가 않아서, 학교에서 꽤 먼 중학교의 농구장에서 농구를 했었던 점이었다. 나는 그 사건이 일어나고 검은색 차만 봐도 온 몸에 경련이 일어났고 떡대들만 보면 의심부터 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이마에 손을 얹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때 일이랑, 지금 이 사건이 관계가 있다고 말하고 싶은거냐?"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에 땀을 닦아냈다.
"그래."
"말도 안되는 소리."
내가 핀잔을 줬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소리야."
녀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쳐다보며 손을 올렸다.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반박을 했다.
"그래. 네 말대로 가능성 있다 치자. 아니 확실하다고 치자. 근데 확실하면? 그냥 그 때 일이랑 지금 이 사건들이 관계만 있을 뿐, 정작 알아야 할 것들은 하나도 모르잖아. 썅."
녀석이 내 말에 화가 난 듯, 침대시트를 주먹으로 쾅 쳤다. 얼마나 세게 쳤는지 침대 다리 하나가 부서져, 한 쪽으로 기울어졌다.
"띠겁게 말하지마라."
내가 녀석의 말에 비웃으며 대답했다.
"띠거우면 어쩔건데?"
녀석이 포효를 질렀다.
"이 X새가!"
녀석이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침대 위를 넘어서 나에게 저돌적으로 돌진했다. 그러고서는 내 멱살을 쥐어 잡고 주먹을 뒤로 젖혔다. 나는 반항하지 않고 때려 볼테면 때려 보라는 식으로 무표정한 얼굴로 녀석을 노려보았다.
"으아아앙!"
심각해진 분위기 속, 아기의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분명 녀석이 중앙 쪽 침대에 눕혀서 재웠을 터였는데 뭐가 부족한지 서럽게 울고 있었다.
나와 녀석은 동시에 아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동시에 한숨을 쉬고는 뒤로 돌아섰다.
"미안하다. 별 것 아닌거였는데.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그만."
녀석의 말에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아니. 내가 미안."
녀석은 피식 웃으며 울고 있는 아기에게 다가가 아기를 달래기 시작했다.
"근데 말이다. 보통 이런건 여자들이 하는거 아니냐? 예를 들면 유진씨......"
아기 달래는 것에 꽤 불만이 많았던것 처럼 보이는 녀석은 심드렁하게 거드름을 피웠다.
"부르셨습니까?"
우리 앞에는 소총 세 정을 멘 손유진이 언제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무덤덤한 표정을 지은 채,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