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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시가 진정 행복해지려면

하얀남자 |2013.06.03 23:11
조회 67 |추천 0

■ 행복 없는 행복도시

 

 행복도시. 정부세종청사 시대의 개막을 맞아 세종특별자치시(이하 세종시)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를 표방하며 만든 캐치프레이즈다.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줄여 행복도시라는 기발한 작명센스를 발휘했지만, 정작 행복도시에서 상주하는 공무원들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불만과 원성만 커져가는 모습이다. 때마침 발표된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조사에 따르면, 전국에서 세종시의 흡연·음주율이 가장 높다고 한다. 세종시의 공무원들이 주구장창 술 담배로 불만을 푼다는 우스개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의 원성을 샀을까. 첫째로 턱없이 부족한 주변 인프라를 꼽을 수 있다. 현재 세종시에는 7개의 공공기관 청사와 2만 9000채의 아파트만 지어져 있을 뿐 교통·상업·교육·문화·의료 등의 기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자녀의 교육 차 서울에 처자식을 남겨두고 홀로 기러기 생활을 하는 공무원들이 많다. 외로움을 달래주는 건 한 잔의 술이요, 나오는 건 나라님에 대한 원망이다. 독신의 젊은 공무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도시의 라이프 스타일을 누리다 세종시의 허허벌판에 오니 답답한 건 둘째요, 연애할 기회도 없다며 푸념이다.

 두 번째로 행정의 비효율 문제를 들 수 있다. 현재까지 세종청사에 입주한 정부부처는 국무총리실과 국무조정실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등이다. 이외의 부처는 서울청사와 과천청사, 대전청사 등에 분산되어 있다. 한마디로 ‘한 가족 네 지붕’ 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부처가 한곳에 모여 있으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정부부처가 분산되다보니 각종 국무회의와 대통령보고, 국회보고 차 총리와 장관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이 뻔질나게 서울을 오가게 됐다. 길 위에서 낭비되는 행정비용이 너무 커진 것이다. 실제로 한국행정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정부부처의 분산에 따라 발생하는 국정비효율의 부수비용은 한 해에만 12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공무원들의 출장비용과 서울사무소 설치·운영비용, 정책 수요자의 방문비용과 같은 협의적 부수비용만 추산한 것이다. 만약 정책품질저하와 국가경쟁력 저하 같은 광의의 개념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면 그 비용은 대폭 커질 것이다.

 

■ 행정수도를 추진했던 각국의 선례

 

 세종시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란 목적 면에서 브라질의 브라질리아와 호주 캔버라를 참고했고, 도시건설 기법 면에서는 말레이시아의 푸트라자야를 벤치마크 했다. 그리고 현재 겪고 있는 행정의 비효율 문제는 독일의 베를린-본과 닮아있다.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중심복합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선 앞서 행정수도를 추진했던 이들 국가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은 1960년 상파울루를 중심으로 동부해안에 치우쳐진 국가기능을 분산하고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해 내륙지역에 신수도 브라질리아를 건설했다. 결과적으로 중부내륙지역의 개발이라는 당초 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 그러나 도시의 산업 기능과 지원기능이 부족한 탓에 상당수 공무원들이 여전히 상파울루 같은 동부해안에 거주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러다보니 주말엔 도시 공동화 현상 등의 문제점이 나타났다.

 독일은 통일 이후 서독의 임시수도였던 본의 정부부처 중 상당부분을 베를린으로 이전했다. 그러나 본에도 6개 부처를 남겨 둠으로써 1국-2행정수도 체제를 갖추게 된다. 문제점은 여기서 부터였다. 공무원들이 부처 간 정책조정과 대면회의 등을 위해 600km에 달하는 베를린과 본을 수시로 왕복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본 소재 부처의 장관들 역시 베를린에 상주하는 일이 많아지면서 부처의 장악력이 떨어졌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러한 브라질리아와 베를린-본의 사례는 세종시가 현재도 겪고 있는 문제와 상당부분 맥을 같이 한다. 두 선례를 반면교사 삼아 세종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호주의 캔버라와 말레이시아 푸트라자야의 경우는 세종시가 긍정적으로 눈여겨 봐야할 부분이 많은 행정수도이다. 호주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 이후 시드니와 맬버른의 위치상 중간에 캔버라를 건설했다. 두 도시 간 갈등을 절충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한다. 이후 개발기간 동안 여러 차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건설의 일관성은 유지했다. 이로써 캔버라는 행정·문화 기능을 중심으로 조성되었고, 자족기능을 위한 시설은 위성도시로 분산시켜 도심 팽창과 수도의 비대화를 막았다. 이로써 캔버라는 쾌적성과 여유를 갖춘 행정·문화도시로 세계적인 행정수도의 표본이 되었다. 세종시는 행정뿐만 아니라 문화와 경제까지 아우르는 자족력을 갖춘 명품도시를 지향한다. 물론 캔버라가 산업기반이 취약하다는 평은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도시계획을 진행·발전시키고, 쾌적한 환경에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도시환경을 조성했다는 점은 세종시 건설을 추진하며 벤치마크 할 필요가 있다.

 푸트라자야는 말레이시아가 14년에 걸쳐 이전시킨 행정수도이다. 초기엔 전시행정이란 비판도 받았지만,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각종 문화행사를 유치하고 상업지구를 정착시켰으며, 국민들도 전폭적 신뢰를 보냈다. 그 결과 지금은 말레이시아의 관문으로써 그 위상을 공고히 하고 있다. 푸트라자야는 세종시가 그 청사진을 그릴 때부터 롤 모델로 삼았던 도시이다. 올 초 세종시와 푸트라자야가 도시건설에 대한 상호교류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적극적으로 벤치마크하고 있다. 푸트라자야의 사례는 세종시가 자족기능을 살려 행정중심복합도시로써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그리고 이를 뒷받침 하는 국민적 지지가 필요함을 시사한다.

 

■ 이제는 세종시가 행복해져야 한다.

 

 현재까지의 결과야 어찌됐건 정부세종청사 시대는 막을 올렸다. 과거 정국을 뜨겁게 달궜던 세종시 이전에 대한 찬반논란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이제는 지금까지 나타난 세종시 문제점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여, 수도권 과밀화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본래 취지를 달성하기위해 전 방위적 노력을 경주할 때다. 외국 행정수도 건설의 성공사례에서 살필 수 있듯이 세종시가 진정한 행복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장기적인 접근과 정·관·민의 전폭적 지지가 필요하다. 국무회의의 세종청사 개최 정례화, 불필요한 국회출석의 서면대체와 적극적인 화상회의 면답과 같은 행정적 관행의 개선은 꾸준하게 이루어 나가야 한다. 현재 세종시의 상주여건을 악화시키는 부족한 인프라의 구축도 조속히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는 정부의 재정지원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또한 고위관리부터 세종청사에 오래 상주하면서 본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만 부처의 하위 공무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도 세종시의 성공을 위해 지지를 보내야 한다. 더 이상의 소모적 논쟁은 무의미 하다. 국민들의 혈세가 진정으로 그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 또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기위해, 세종시는 행복도시가 되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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