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이야기는 제가 유심깊게 봤어던 글을 발췌하여 올려 드리는 글 입니다.
중복 된 글 이 포함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글에 대한 태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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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냐 귀신이냐?
다리가 후덜거렸고,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나는 조용히 몸을 뒤로 돌려 네모 모양으로 불빛이 몰려있는 복도의 끄트머리를 바라보았다.
'나는 너를 볼 수 있지만 너는 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 누군지 모르는 저 상대는 어둠 속에 묻혀있는 나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나무토막처럼 꼿꼿한 자세로 숨소리조차 죽여가며 불빛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째깍..째깍..째깍.."
소름끼치도록 무서운 적막감이 주변을 감싸자 멀리 떨어진 채 보이지도 않는 현관의 시계 초침소리가
들려왔다.
"째깍..째깍..째깍.."
먼저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발이 떼어지지 않았다.
저 밝은 곳으로 나가는 순간 누군가 입을 쩍 벌리고 웃으며 기다리고 있을 것 같은 두려움.....
"째깍..째깍..째깍.."
내 심장 박동은 초침의 진동수보다 두 배는 빠른 것 같았다.
'기다리자. 누군인지 확인이나 하자.'
그러나 저 불빛 속을 가로지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바람.........바람.......맞다!!! 바람!!'
극도의 두려움을 없애고자, 나의 머리가 찾아낸 방울 소리의 원인은 바람이었다.
가끔 강한 바람이 불면 현관의 문이 흔들리면서 방울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바람소리인가 보다.'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내자 바닥으로부터 발이 떨어졌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최대한 소리를 죽이면서 걷고 있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나는 얼굴부터 천천히 들이밀었다.
아무 것도 없다.
나는 뒤를 돌아 볼 틈도 없이 학원을 부리나케 빠져 나갔다.
"김 선생...어디 아퍼?"
"예?"
시무룩한 표정으로 노트북 모니터를 멍하니 응시하고 있는 나를 보고 원장이 입을 열었다.
"얼굴색이 안 좋아."
"아...예..어제 잠을 좀 설쳐서...."
"그러게 너무 무리하지 말라니까. 강사처럼 말로 먹고사는 직업은 건강 잃으면 끝이야."
원장의 말에 내 옆에 있는 생물 선생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김 선생님, 제가 비타민 하나 드릴까요? 아침에 엄마가 챙겨준건데.."
생물 선생은 이쁜 얼굴은 아니지만 항상 마음 씀씀이는 천사 같았다.
"아뇨. 그냥 조금 피곤할 뿐입니다."
나는 둘을 향해 억지스런 미소를 한 번 보낸 후 무엇이 펼쳐져 있는지 관심도 없는 모니터를 다시
멍하니 응시했다.
"어제 새벽에 무슨 일 있었어?"
원장의 말에 나는 그제서야 눈과 귀가 열리는 듯 했다.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는 생물 선생은 원장의 뜬금없는 말에 나와 원장을 번갈아가며 쳐다보았다.
"그게 말입니다. 아무 것도 아닌 것 같은데...기분이 묘하게 심란스럽습니다."
"뭘 봤는데?"
"특별히 뭘 본 것 아닌데...."
이 때 생물 선생이 신기한 듯이 듣고 있더니 나에게 물었다.
"어제 학원에서 귀신이라도 보셨어요?"
"아뇨...그냥 학원에 늦게까지 있는데...누군가 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찝찝하더라구요."
"아휴...무서워라. 김선생님 그러게 그냥 일찍일찍 들어가시지.
귀신이 아니라 도둑이나 강도면 어떡해요?"
"그러게요..."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모니터를 응시했다.
다소 침울해 있는 나를 위해 원장은 다독거리는 말을 던졌다.
"힘내라구.
피곤하면 쓰잘데없는 게 신경쓰이게 하지.
그냥 아무것도 아닌 그림자가 지나가도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
원장의 말에 나는 다시 한 번 귀가 번적 뜨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원장에게 물었다.
"전 그림자 얘기 한 적이 없는데요. 원장님."
나의 물음에 원장은 당황한 듯 어색한 웃음을 보이더니 되물었다.
"어제 전화로 그러지 않았나?"
"전 옆 방에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했지 그림자 얘기는 한 적이 없습니다."
"그랬나?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보군. 신경쓰지마. 허허...."
원장의 말에도 나는 여전히 원장의 어색한 웃음이 신경쓰였다.
나는 이 어색한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담배 하나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서 학원 밖으로 나섰다.
"김 선생님. 담배 안 끊으실 거예요?"
마누라 같은 성화를 부리는 생물 선생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흡연장소로 향했다.
치기공 회사의 현관문을 지날 쯤 화장실에서 나오는 그 회사의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사람의 얼굴을 보고도 전혀 미소짓지 않는 얼굴,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의심스러움에 가득찬 눈빛...
평소 늘 마주쳤던 얼굴이지만 오늘은 더더욱 수상하게 보였다.
그러고 보니 1년 동안 네다섯명의 이 회사 직원들과 말 한마디 섞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무슨 비밀조직처럼 자기들끼리만 수근대며, 길낄거리며 웃고, 낯선 이에게는
가벼운 눈인사 한 번 주지 않았다.
다들 이상해 보인다.
그리고 조금 전 원장의 그 어색한 웃음은 뭔가?
의심이 자꾸 의심을 낳는 것 같았다.
"괜찮냐?"
맥주 한 잔도 제대로 들이키지 않고 초점잃은 눈빛을 하고 있는 나에게 친구가 물었다.
"맥주 한 잔 하자고 해놓고, 술도 안 마시고 말도 안하고 뭐하고 있냐?"
"야... 민수야. 어젯밤 학원에 1시 넘어까지 있었는데 좀 기분 나쁜 일을 겪어서 말야."
"뭔데?"
나는 그간의 일을 친구인 민수에게 모두 털어놓았다.
심각하게 얘기하는 나와는 달리 민수는 아무 것도 아닌 냥 너털웃음을 보였다.
"에이....뭐야. 귀신을 본 것도 아니고, 사람을 본 것도 아니고...그냥 그림자 하나 지나간 거하고,
방울소리가 전부잖아. 나이먹고 뭐하는겨?"
"아이...그런데..기분이 너무 찝찝하다니까..."
"너 올나이트로 밤샘 근무 안해 봤구나. 바빠봐라. 귀신이 다 뭐냐? 신경 쓸 여력도 없다.
차라리 귀신이 나타나서 놀아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니가 안 겪어봐서 그래.."
내 말에 민수는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올리더니 말을 이었다.
"하하하...다음에 귀신 나타나면 이렇게 손 한번 흔들어줘.
하이 귀신!!, 나 사람!! 난 생머리에 소복 차림 싫어함!!"
민수의 장난에 나도 어쩌지 못하는 쓴웃음이 지어졌다.
"오늘도 늦게 가나?"
"예. 원장님."
"요새 컨디션도 안 좋은 것 같은데 일찍 들어가지?"
"내일 고3 수업이라 수업 준비를 해야 됩니다."
"그래? 그럼 나 먼저 들어가지..에어컨 점검하고 가는 것 잊지 말고."
이젠 나를 걱정해주는 원장까지 의심스럽다.
원장이 뭘 감추고 있는 걸까?
그러고 보니 원장이 나보다 늦게 가는 걸 최근에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책을 펼치고 문제를 풀어보는 와중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나는 불이 켜져있는 각 강의실을 돌며 에어컨이 모두 꺼져 있는지 확인했다.
그리고 교무실만 남겨 놓은 채, 강의실의 불을 모두 끄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교재에 집중하고 싶었지만 쉽게 되지 않았다.
"아...젠장. 집중 안되네."
그런데 갑자기 불현듯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학원문을 열고 나가 치기공 회사의 현관문을 바라 보았다.
그리고 머리를 아래로 내려 문 아래 틈사이로 빠져나오는 빛이 있는지 관찰하였다.
어두웠다.
그 어떤 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빛 대신 허탈한 웃음이 입에서 터져 나왔다.
힘겹게 머리를 아래로 내리고 문틈을 쳐다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정신을 차린 나는 엘리베이터 옆의 창가로 다가가 담배 한모금을 빨아들였다.
마음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자 나는 천천히 학원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이젠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그다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다.
그리고 교무실로 향했다.
교무실로 들어서려는 순간 어둠 속에 묻힌 긴 복도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예상대로 여기서는 저쪽 편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만일 어제 누군가 들어왔다 하더라도 나를 전혀 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마음의 안정을 찾으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갑자기 공포로 돌변했다
어둠 속의 복도 저 편에서 차디 찬 기운이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조금 전에 에어컨 모두 껐는데...........
'젠장!!!! 이젠 입장이 어제와 반대가 되었네.'
무슨 용기가 나서일까?
학원 전체가 울릴만큼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튀어 나왔다.
"아...빌어먹을....여기 있으나 거기 있으나 무서운 건 마찬가지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