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갈피

뭐라구요?-3

그라시아스 |2013.06.07 21:37
조회 620 |추천 4

제 이야기는 제가 유심깊게 봤어던 글을 발췌하여 올려 드리는 글 입니다.

 

중복 된 글 이 포함 되어 있을 수도 있으니, 글에 대한 태클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출처 - 다음카페(하드론)님 -

 

 

 

---------------------------------------------------------------------------------------------

 

 

누군가를 쫒아내듯 버럭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금새 불판 위에 올려진 마른 오징어처럼 오그라들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홀을 감싸고 있었다.


저 어두운 통로에 누가 있는걸까?


이 싸늘한 기운의 정체는 무엇인가?

 

"거기.....누..누구 있어요?"

 

나의 부름에 아무런 대답이 없자 나는 천천히 뒤걸음을 치며 강의실 전원이 있는 현관문을 향했다.


그리고 재빨리 뒤로 돌아 불을 켜려고 하는 순간....

 

"뭐라구요?"

 

헉.....낯선 여자 목소리.......


내가 잘못 들은걸까?


복도쪽을 향하고 있는 오른쪽 뺨이 얼어붙는 듯 했다.

 

'아......미치겠다.'

 

나는 재빨리 전원 버튼을 눌러 모든 강의실의 불을 밝혔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 다시 그 복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누구예요? 누구 있어요?"

 

그 때 우산 보관대에 꽂혀있는 우산 한 개가 눈에 들어 왔다.


나는 그 우산을 집어들어 타석에 들어선 타자처럼 배팅 자세를 취했다.

 

"누..누구예요? 거기..누구 있어요?"

 

나의 부름에도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환하게 밝혀진 저 복도 끝까지 사람의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나는 천천히 모든 강의실 내부를 하나씩 둘러보았다.

 

"누..누구 있어요?"

 

계속해서 누군가를 불러내며 그 소리의 정체를 찾으려 했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당분간 학원에서 잔업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아마 내가 제일 먼저 퇴근하게 될 것이다.


정신병에 걸릴 것 같다.


분명히 여자 목소리가 들렸는데....


환청인가?


나는 서둘러 짐을 챙겼다.


그리고 후다닥 학원문을 나섰다.

 

 

 

"원장님 저한테 뭐 숨기는 것 있죠?"

 

"뭔 말이야?"

 

"이 학원에 뭐 있죠?"

 

나의 뜬금없는 말에 원장이 잠시 내 얼굴을 살폈다.

 

"이 학원에 뭔가 있어요. 밤만 되면 나타나는..."

 

생물 선생이 오늘은 출근하지 않는다.


그래서 난 원장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고 싶었다.


나의 물음에 원장은 여전히 입을 굳게 다문 채 내 얼굴만 살피고 있었다.

 

"전에는 못 느꼈는데...다 들 이상해요. 그냥 모르겠어요.


모두가 저만 빼놓고 다 알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뭘 봤는데?"

 

원장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원장님께 전화한 날은 사람 그림자를 봤습니다.


그냥 옆의 회사 사람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 기분이 나빴어요.


그리고 제가 강의실을 돌고 있는데 현관의 방울 소리까지 나는 것 아닙니까?


게다가 오늘 새벽엔 여자 목소리까지 들리더라니까요.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원장님도 뭔가 알죠?


그렇죠?"

 

원장은 환풍기를 켜더니 조용히 담배 한대를 꺼내더니 입에 물었다.


교무실과 붙어있는 원장실이라 금연이지만 심각한 일이 있거나 할 때는 종종 원장은 원장실에서

담배를 피운다.


원장은 담배 한모금을 깊게 빨더니 입을 열었다.

 

"여름에만 잠시 겪는 일이야.."

 

"그렇군요. 알고 계셨군요. 그런데 왜 말해주시지 않았죠?

 


나는 배신당한 기분이 잠시 들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표출할 때가 아니었다.

 

"후후..."

 

원장의 허탈한 웃음과 함께 입속에서 담배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그냥 듣고 있어.


5년 전에 이 학원이 처음 들어왔을 때 옆의 치기공 회사 자리는 비어 있었지.


몇 개월 동안 비어 있길래 궁금해서 관리사무소에 물어보니까 그냥 입주 신청자가 없다는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건물 외벽에 임대문의 광고까지 대문짝만하게 붙여놨고, 여기가 외진 곳도 아닌데


몇 달 동안 비어 있다는게 너무 이상한거야.


그냥 나는 모른 채 살았어.


그런데 그 이유를 한참 뒤에야 알게 되었지.


그것도 고3 졸업하고 알바 뛰러 온 학생한테 말야"

 


나는 진지한 표정의 원장 얼굴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바로 옆 자리가 무슨 악귀를 쫓는 사이비 교회였데.


그 학생은 내가 과외하면서 데리고 있었던 녀석인데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겪어본 사람처럼


잘 알고 있더라고.


실제로 할머니가 거기를 얼마 동안 다녔었나봐.


그래서 가족들하고 불화도 생기고.


통성기도 같은 걸 하고, 악귀를 쫓아낸다면서 사람을 이리저리 내치기도 하고,


죽은 사람 염하는 듯이 줄로 묶기도 했나봐.


그 놈의 주술같은 통성기도 때문에 옆의 입주자들의 항의가 쏟아지니까 시간을 밤 열시 이후로 미룬거야.


그런데 거기를 자주 들락거리던 젊은 여자가 있었는데 약간 정신 박약 증세가 있었나봐.


그런데 그 교회 목사가 여자의 부모를 설득하여 여자가 그런 것은 악귀의 소행이라면서


매일같이 퇴마의식을 하는 걸 권유했대.


퇴마의식이라고 하기엔 너무 보잘것 없는 것이었지.


그냥 여자를 무릎 꿇게 하고 뺨을 때리거나 눕혀서 발로 밟거나 이런 것들이라고 하더군.


작두를 타는 무당이 해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거야.


여자의 온 몸이 시퍼렇게 멍들어가는데도 그 부모는 고칠 수 있다는 일념하에 계속 그 교회를 보낸거야.


며칠 동안을 그렇게 했는데 어떻게 되었겠나?"

 


"죽었군요."

 

"그래...죽었어.


당시에 일간지에도 난 사건이라 소문이 삽시간에 퍼진거지."


그런데 왜 나만 바보스럽게 몰랐는지 후회가 되기도 해."

 

"학원을 옮기시지 그랬어요?"

 

"그 사실을 한 참 뒤에 안데다가 학원이 어느 정도 안정화될 때였어.


게다가 1년 계약인데 계약 만료가 얼마 남지 않은 데다가 당시엔 다시 학원을 옮길 돈도 없었어.


여기 임대료가 주택가도 없는 길건너편보다 100만원이나 싸다는 것 알고 있나?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면 여긴 정말 학원으로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거야.


그건 그렇고 그 여자 사인이 뭔지 아나?"

 

"내출혈 같은거 아닌가요?"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그게 아니라 아사(餓死)라더군.


굶어죽는 것 말야."

 

"굶어 죽었다구요?"

 

"악귀가 입을 통해서 전달된다면서 퇴마식이 있는 얼마 동안은 물 한모금 먹지 못하게 했나봐.


다 들 미친거지. 그런데 종교적 신념이 삶보다 앞선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겐 영광스런 죽음일지도 몰라.


그 목사는 결국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됐어."

 

"예? 고작 과실치사 혐의요?"

 

"그건 법정에서 가려졌겠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어.


그 여자가 죽은 날이 이 맘때 쯤이야."

 

원장은 피우던 담배를 재떨이에 짓이겼다.


나는 원장의 말을 가로챘다.

 


"이 맘때 쯤 그 여자가 나타나는군요?"

 


"그래...나도 처음엔 믿지 않았어.


여기에 학원을 차리고 몇 개월간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


물론 그 때는 그 여자가 나타날 시기는 아니었어.


나도 그 모든 사실을 알바 뛰러 온 그 녀석에게 듣기 전이었으니까.


어느 날이었지.


시험을 무지하게 늦게 본 학교가 하나 있었어.


1학기 기말고사를 7월 말에 보더라고.


그리고 바로 방학이고 말이야.


그 학교애들 때문에 거의 한 달 동안 학원이 새벽 두시까지 개방되었어.


지금이야 심야학습제한 때문에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때는 자습한다고 하면


새벽 2시고, 3시고 개방되었지.


그런데 새벽 시간 때 자습하던 한 학생이 이상한 말을 하는거야.


학원에 여자 샘을 뽑았냐고.


그 땐 내가 수학하고 남자 과학 선생 달랑 둘이었는데.


내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그 학생은 아주 가끔씩 스치듯 낯선 젊은 여자가 보인다는거야.


난 그냥 학생 찾으러 온 학부모를 학생이 착각한 걸로 생각했지.


그런데 그 학생이 더더욱 이상한 말을 하더라구.


조용히 공부하고 있으면 아주 가끔씩 어떤 여자의 묻는 소리가 들린데...


뭐라구요? 이러면서 말야."

 

나는 마른침을 한 번 꼴깍 삼켰다.

 

"헉...제가 어제 들은 말입니다."

 

나의 심장이 오그라드는 듯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원장은 면도도 제대로 안한 산적같은 얼굴을

내게 가까이 하더니 속삭였다.

 

"더 쇼킹한 얘기 하나 해줄까?


그 여자가 퇴마의식을 할 때 그 사이비 목사한테 머리와 뺨을 엄청나게 맞았나봐.


그래서 한 쪽 귀가 잘 안들렸었는데 그래서 누가 말을 걸 때마다 습관적으로 그랬대.


뭐라구요? 말이야."

 

찬물에 젖은 수건이 등짝이 닿는 것처럼 한기가 느껴졌다.


그런데 나도 쇼킹한 얘기를 원장에게 해주고 싶은 게 한 가지 있다.


사실 지금은 그 여자보다 내 앞에 가까이 있는 원장 얼굴이 더 무섭다.

 

 

 


-계속-

추천수4
반대수0

공감많은 뉴스 시사

더보기

뉴스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