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22...세의 어정쩡한 빠른88년생 군인입니다.
사실 군인이라고 하기엔 역시 어정쩡한 의무소방대원으로 복무중입니다.
보통의 남자들이 저와 같은 일을 저지르지 않기를 바라면서 반성하며 글을 씁니다.
입대전 까지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지금에와서야 그녀가 절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리고 제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게 되었지만 입대 전까지 정말 철없이 지냈었죠.
저와 그녀는 같은 지방의 동갑내기 대학생 커플이었습니다.
작년 초에 친구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고, 서로 작정이라도 한 듯이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학기가 시작되고 학교가 서울이라 전 서울로 올라오게되었고
주말에 밖에 만날 수 없는 원거리 연애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버거웠던지 얼마안가 처음 이별을 하게되었죠.
작년 여름. 한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그녀를 다시 보았고
그때 뭔가 가슴속에서 꽉 막혔던 것이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 저사람이 내 인연이 틀림없구나.
유치하지만 이런생각이 머리를 지배했었지요.
그리고 우린 다시만났습니다.
저는 학교를 3학기째에 휴학을 해서 (성적이 많이 안좋아서 학교에서 짤릴 위기에 처하자;)
집에 내려와있었기 때문에 이전과 같은 문제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전 또다른 몇가지 문제를 안고 사는 멍청이가 되었습니다.
막상 다시 사귀게 되자 마음이 바로 전같지가 않은 겁니다.
아니 마음은 이전과 같았지만 제 머리가 그것을 마구 덮어버린 것일수도 있구요.
거기에 저희 어머니께서..(이런 핑계를 대는 것 조차 엄청 찌질하지만)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또 거기서 외적인 압력을 받았습니다.
스물한살이 적은 나이도 아니지만 제 자신은 상당히 어렸나 봅니다.
또다른 문제중 하나는 컴퓨터 게임입니다.
작년 중에 학교 동기들의 꼬심을 받아 W모게임에 완전 빠져 있었던 저는
저와 마찬가지로 게임에 빠져있던 동기들과 마찬가지로
거의 메신져 수준으로 게임을 켜고 살았고 그러다보니
그녀와 보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만난다 하더라도 게임 얘기만 죽창 꺼내기도 했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저도 제 자신이 이해가 안갈 정도로..
다른 커플들과 마찬가지로 돈문제도 약간은 있었고
끈기도 없고 근성도 없는 제 마음 문제도 있었습니다.
뭔가 깜짝 이벤트 같은건 항상 시도에 그치고 말았지요...
한번이라도 제대로 된 선물이라던가 근사한 이벤트같은걸 해본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술이었습니다.
저는 술만 먹으면 몹시 솔직해 지는 타입입니다.
원래 솔직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숨겨야할 부분들까지
심지어 제가 위에 열거한 그런문제들 하나하나까지 그녀에게 다 말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그녀를 별로 안좋게 생각한다 부터 전에 만났던 여자들 얘기를 포함하여
온갖 숨겨야할 센스가 필요한 것들을 그녀에게 주입하다시피 말했으니
아마 그정도면 달라이라마도 질릴겁니다.
결국 조금씩 틀어지게 되었고.
(사실 제가 모든걸 틀어지게 했지만)
전 저를 이해하지 못하는 그녀를 탓하며 입대 직전에는 바람까지 피웠습니다.
익명성의 방패 아래서 제가 바람피운 친구에게도 정말 사죄하고 싶습니다.
헤어지고..
저는 입대후 그 지옥같은 소방훈련까지 겪으면서
이전보단 조금 자란 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저에 대해서 심한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건 너무 늦은 후회였지요.
그녀는 지금 같은 과의 정말 괜찮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있습니다. (하고 있는 것 처럼 보입니다.)
다시 그녀를 만나고 싶은 욕심이 가득했지만
저는 정말 안된다고 생각하며 진심을 다해 그녀의 행복을 기도했었습니다.
그런데 꼭 그렇게 그녀의 행복을 기도하고 난 하루의 밤에는 항상 그녀가 제 꿈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에는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약간의 열도 있습니다.
가슴이 에리다고 해야할까 자꾸 지릿지릿 거려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해야 하는 청소도 제대로 하질 못합니다.
같이 생활 하는 선임분들이 걱정해 주실 정도로..
시간이 가면 잊혀질 거라고 많은사람들이 말하고
저도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이 가혹한 일이 얼마나 갈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오늘아침에는 문득 그녀의 꿈을 꾸지 않은게 천만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느꼈습니다.
후.. 쓰다보니 너무 두서가 없네요.
모자라고 쓸데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대한민국의 많은 행복한 남자분들
저와 같은 후회를 하지 않도록 지금 그녀들에게 올인 하세요..
물론 저만큼 모자란 남자분들이 이나라엔 없을거라 생각하지만서도..
+그리고 지금도 우리나라를 지키고 계시는 장병여러분
고생하시는 전/의경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의무소방 여러분
전역하는 그날까지 힘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