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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숨쉬는 이유인 네게서 이제 돌아서려고 한다.

내려놓음. |2013.07.03 17:25
조회 206 |추천 3

메마른 내 마음에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촉촉하고 따스한 빛으로 다가온 너,

 

하얀 장미 한 송이로

서툴게 네게 내 마음을 보인 후

거절하지 못한 채 머뭇거리는

너를 보고 멋쩍게 미소지었고,

 

불편해했던 네 마음을 알지만

어린 내 마음을 주체하지 못해

어설프게 강요아닌 강요를

열 번은 했던 것 같아.

 

그렇게 반 년이 흐르고 네 곁에서

그저 오빠로 머물기만 해도 좋다며

이것저것 모든 것을 함께 고민하고

네 주변에서 네 마음을 두드리는 많은

이들에 대해 본의아닌 격려와 상담으로

하룻밤을 지세우기도 했어.

 

그런 내 마음을 알아 주었을까?

네가 존재하게 된 특별한 날

선뜻 나에게 먼저 다가와주었지?

감사했고 또 난 세상을 다 가졌어.

극도의 기쁨은 벅참으로

눈물이 된다는 것을

적지않은 나이인 그때서야 알았다.

 

그렇게 손을 마주잡았던 너야

강한척 하지만 한없이 여렸던 너,

차보다 자전거를 좋아하던 너,

바보처럼 해맑게

사진찍는 것을 좋아하던 너,

길가던 달팽이를 한첨동안 서서

지켜보는 호기심이 많은 너,

여름을 너무나도 싫어했고

겨울에는 온몸을 떨었던 너,

힐보다 운동화를 좋아하던 너,

일 년에 손가락에 꼽을만큼

화장하기를 싫어했던 너,

야구의 도루도 모른채 활짝 웃으며

목청터져라 응원하던 너,

약한 몸도 잊은채 승부욕 하나로

독하게 이악물고 공부했던 너,

털털한척 하지만 한없이

여성스러웠던 너,

번화가 한 복판을 내 깔깔이를

입고 천진난만하게 돌아다니던 너,

노래를 잘하고 고기를 좋아하던 너,

여성들이 좋아하는 악세서리는

고사하고 흔한 지갑조차

들고 다니기 걸리적거려서

카드와 현금 등 필요용품만을

주섬주섬 들고 다녔던 너,

카페모카와 녹차빙수를 좋아한 너,

사진을 배운 나보다 

더 자연스러운 미소를 잘찍었던 너,

유난히 잘 놀라 심장마비 걸릴까

노심초사하게 만들었던 너,

빵과 절편을 참 좋아했던 너,

 

이러한 너를 떠올리면서 지금도 나는 그저 행복하다.

 

남자친구가 당신 가방을 드는 것이

죽을만큼 싫다던 너,

때로 무표정하고 힘든 표정을 짓는 내게

웃으면 행복하고 나는 특히나 웃는게

제일 예쁘다며 너스레를 떨던 너,

한 겨울 우리집도 모르고 온몸을

오들오들 떨며 보고싶다고

우리동네를 찾아오던 너,

유난히 술을 못마시는 나보다

더욱 유난히 술을 못마셔서

나를 항상 바짝 정신차리도록 만든 너,

내가 유일하게 잘하고

네가 너무나 좋아하던

떡볶이를 해주겠다고 한 내게

제발 해달라고 뾰루퉁했던 너,

 

때로 다투었을 때면 철없던 내게

진솔하게 먼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 애쓰던 너...

지금도 늘 고마워.

 

특정한 상황에서부터

비롯되어 서로가 지치고 멀어져

결국 이별을 맞게 되었던 그 순간,

그 크고 초롱초롱한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펑펑 흘리며

그 못마시던 소주를 혼자

한 병을 들이붓고 쓰러져

내게 업혀 집에 들어갔지...

 

너를 바래다 주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겨우 돌려 새벽공기를 마시며 길을 걷는데

머리가 텅텅비고 가슴이 멍하더라.

자리에 누웠을 때

뜬눈으로 두어시간 쯤 천장을

올려보다 문득 공기가 멈추고

그 무게 그대로 내 가슴을 옥죄어서

숨을 못 쉬어 꺽꺽거리며 며칠을 지샜어.

 

그 후 몇일동안 너네 집 앞에서

너를 기다리며 매달렸었다.

그 때는 내가 치기어린 마음에

그저 내 생각만하고

네 기분도 무시한 채 타국행을

준비하는 네게 주어진 짧은

휴식의 시간을 빼앗았던 것만 같아

지금에도 그때는 정말 미안했어.

 

그 후 나도 잠시 일상을 접어두고

여러곳을 헤매었는데 그 때

참 많은 것을 느꼈고

내가 너라는 보석을 담을 수 있는

그릇으로 거듭나기에는

아직 준비가 부족했다고 느꼈어.

사랑에 자격, 준비정도를 논하는 것은

아니라고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참 못나고 모난 놈이었다.

내가 네게 받은 사랑이라는 생명이

내 그릇에 넘쳐 흘렀기에

온전히 숙성시켜 돌려주지 못했어.

 

네가 타국에서 돌아와

내가 잠시 떠날즈음 소소하게 남겨

기념한 것들을 보고 고맙다는 말을 위해

여기저기 내 연락처를 수소문하여

연락했을 때 이렇게 내가 느끼고

깨달았던 것을, 여전히 참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털어놓고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렇지 못했어.

 

그렇게 일상으로의 복귀 후

여전히 나는 하루에도 여러번

너를 떠올리고 네가 아프지는 않을까,

늘 그렇듯 네 미래를 그리며

속삭이듯 이야기하고 싶어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이맘때즈음에 너는 또 더위를

얼마나 이악물고 버틸까,

이맘때즈음에 너는 조용한 카페에서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먹는

달콤한 허니점보브레드와

녹차빙수를 참 좋아할텐데 하며

당장 네게 달려가고 싶었어.

 

그렇게 해가 저물고 햇수가 늘어

왜 애인을 안만드느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멋쩍게 웃으며

'그럴 능력이 되야지^^? 하하'거리며

늘 능청스레 너스레를 떨지만

마음속엔 늘, 내 옆엔 바로 네가 있었어.

가끔 친구들에게 네가 너무나

보고싶다 하소연도 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휴대폰에

너의 번호를 두드리며

'보고싶다, 건강해야해'를

한참 휘적거리고 지우기를

열댓번은 하다 내려놓았어.

이미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는

네 평소의 주관과 근근히 들려오는

잘지낸다는 네 소식을 듣고,

 

이제 그만 내 가슴에서

한없이 힘을 주던 너를 내려놓기로 했어.

 

어디에 있든 항상 행복했으면 하고

그 해맑은 미소 많이 짓고,

좋아하는 밥, 고기만 먹지말고

건강생각해서 싫어하는 콩도 많이 먹고,

이불 걷어차지 말고

차더라도 배는 꼭 덮고 자고, 좋은 꿈꾸고.

 

누군가가 나보다 더 소중할 수

있었던 그 값진 순간들,

내가 존재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어서

다시 한 번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영원할듯 했던 사소한 약속들 마저

못지켜 죄송합니다.

-prenez soin de vous, bonnuit mon amor#

 

*신을 믿지 않는 내가 너를 위해 읊조렸던

라빈 드라나트 타고르의 기도야,

네 앞길에 항상 이 기도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지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지말고

고통을 이겨 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생의 싸움터에서 함께 싸울

동료를 보내 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 구원을 갈망하기보다

스스로 자유를 찾을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내 자신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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