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3년 된 따끈따끈 에서 쪼금 식은 부부입니다.
맞벌이고 출퇴근 시간은 비슷한데요.
남편이 요리를 진짜 좋아해요. 마스터쉐프 나가보고 싶어할 정도인데
그정도 기본기는 없는 편이라 ... 말리고 있어요
본인은 요리하는 거랑 설거지하는 게 제일 좋대요.
그런데 전 반대로 요리하는 거랑 설거지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요.
처음에 저 자취할때 남자친구가 놀러와서 냉장고보고 깜짝 놀랐어요,.
엄마가 싸준 김치 2종류에 스팸만 있었거든요.
요리도 해버릇해야 는다고 해서 몇달동안 주말에 해본적도 있는데
남편이 그냥 내가 해줄께. 할 정도로 레시피 보고도 요리를 못해요.
남편 말로는 감이 없대요 제가... 요리 센스 부족이라고.
결혼하자고 했을 때도 전 난 요리를 못해서..라고 걱정했더니 남편이
요리는 내가 할테니 걱정하지마라. 니 밥 얻어먹으려고 결혼하는 거 아니다.
왜 여자만 요리 한다고 생각하냐, 고 멋지게 말해줘서 감동받았어요,...
결혼해서도 지금까지 쭉 요리는 남편이 해오고 있고요. 남편이 그렇다고 어디
주방장이나 이런 직업은 아니고 그냥 회사원이예요.
남편이 요리하고 설거지 하면 저는 청소하고 빨래하고 집정리하고 저희는 나름
굉장히 분배 잘 해서 행동하고 있어요.
그런데 시댁에 갔을 때가 문제예요.
어머님이 시키는 거 하다 보면 매번 실수하고 맛이 없고 그냥 관심이 없으니까...
어머님이 대체 우리 아들 밥은 얻어먹는거냐고 하실때 좀 욱했는데 남편이 잘 스무스하게
넘겨서 더 뒷말은 안나왔지만..이게 무슨 죄라고 남편이 요리한다고 말을 못하는지
남편도 해야 할말은 아닌 것 같은지 시댁가서 내가 요리담당한다는 말은 안해요.
사회적으로 어긋나는 일인데 우리 둘만의 무언의 약속같아서 기분이 영..
그리고 친구들 만나도 얘 요리 못하는 걸로 유명했다고 밥은 해줘요? 하고 깔깔거리면
제가 우리 남편이 요리해 라고 하면 친구들이 엄청 놀리고..
우리 남편과 저는 순식간에 밥도 못얻어먹는 등신에 지할도리도 못하는 여자가 되요.
이건 제 친구들 뿐 아니라 남편 친구들을 만나도 똑같습니다.
그래도 이런 저를 지탱해주는 건 제 남편이예요. 우리 둘만 잘살면 되고 우리 둘만 행복하면
된다. 너는 요리 못해도 된다. 내가 요리하면 되지. 라고 말해줘요.
하지만 계속 이런 소리 듣다 보면 남편도 제가 한심해 지지 않을까 걱정되고요.
제가 좋아하는 결혼해도똑같네 라는 만화가 있어요.
거기서 만화가 커플이 결혼한 내용인데 거기도 남편분이 요리 전담해요.
아내 분이 저와 비슷한 고민을 하니까 남편이 이렇게 말해줘요.
"나는 요리하는 너보다 만화 그리고 니 할일 하는 니가 더 좋아" (비슷할거예요. 기억이 정확히;;)
우리 남편도 그랬어요.
니가 못하는 요리 하면서 스트레스 받는 것 보다 니가좋아하는 거 하면서 행복해 지라고
혹시 주변에서 남편이 요리한다고 하시면 제 글을 읽는 분들이라도
주변분을 농담조로 놀리지 말아주세요. 정말 너무너무 상처받고 힘들어요...
한국사회에서 여자는 요리 못하면 바보고.. 남자는 밥 못얻어먹으면 등신인가요..
노력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지만.. 제가 싫어하는 일을 굳이 노력까지 하면서 잘하고 싶지 않아요.
요리가 정말 손에도 안 익고 맛도 없고.. 하기가 싫은데 왜 자꾸 하라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요리 못하면 정말 여자도 아닌건가요?
속상한 마음에 주절주절 해보았어요.
제편 들어주셔도 좋고.. 비판해주셔도 좋고요.. 아직까지 한국사회는 여자가 요리해야 하는지..
너무 힘든 하루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