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를 보다 리모콘으로 채널을 돌리는데,
TV 뉴스에 신기해 보이는 가 딱 걸린거예요.
SBS 8시 뉴스가 소개하길, 그때 한 전시가 눈길을 잡아 끌더라고요. 이게 뭐지? 싶게.
앵커가 말하길, ‘디지털 명화 전시회’라고 하더라고요.
이게 뭐지? 디지털하고 그림이 어떻게 만나지?
요런 궁금증이 막 머리 속을 스치는데,
디지털 TV나 프로젝터 화면에 비추는 그림이
이렇게 대박 선명할 수가!
그래서 당장, 미술관 나들이를 좋아하라 하는 여자친구와
얘술의 전당 나들이에 나섰답니다.
그리고 두둥! 평일 저녁에 찾은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신기하게도 가족단위 관객들이 꽤 많았어요.
뉴스에선 교육용으로 아주 좋다고 소개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아주 어린 꼬마 아이들이나 초등학생들이
디지털 TV 모니터를 초로롱총 뚫어지게 쳐다보더라고요.
그 얼굴이 어찌나 귀엽던지.
온 가족이 단란하게 미술관을 찾은 모습을 보니,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 앞에 도착하니,
무실내가 시원해서 일단 좋더라고요^^
그리고, 전시관 앞에 포스터랑 전시 광고가 ‘간지’나게 우릴 맞아주더군요.
짤리 시작되 무더위와 여름 장마가 음...디지털 TV들 안에서 명화들이 휙휙 바뀌는 것이...
더 신기한 건, ‘영리한 초상화’였답니다.
화면 앞에 서면, 명화로 구성된 자그마한 화면 속에
관람객 얼굴이 쏘옥 들어가게 만들 수 있었어요.
그걸 셀카로 찍으면 자기만의 초상화 완성!
이게 바로 인터렉티브 기술이라고 하더라고요.
야, 이거 대박 신기한 걸, ‘오기 잘했어’란 맘을 먹고
드디어 두근두근 전시실로 입장!
바로, 그 전에 대여한 오디오 가이드의 이어폰을
여자친구와 사이 좋게 나눠 듣기 시작했죠.
뭔가 친절한 설명이 귀에 쏙쏙 들어올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랄까.
아니나 다를까, 원래 미술에 관심이 많은 여자친군 몰라도
미술이라곤 TV에서나 접할까 말까인 저에게 이 오디오 가이드는
천상의 목소리더라고요...흐흐흐.
근데, 오디오 가이드 밖으로 음악들이 들려오는 게 좀 이상했는데요,
여자친구는 ‘시크릿뮤지엄’ 전시가 디지털도 중요하지만,
그림에 맞는 음악이 깔려 있어 더 특별하다고 하더라고요.
아흐, 제 무식을 탓하며 그림들을 찬찬히 둘러 보기 시작했어요.
첫 섹션은 ‘선’이었는데, ‘데생의 기본은 선이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똭! 박히더군요.
그리고 굉장히 큰 화면이 눈에 띄었어요.
제목이 ‘호라티우스의 맹세’였죠, 아마.
설명엔 3의 구도가 중요하다, 라고 되어 있는데
진짜 영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 인물들이 굉장히 드라마틱하게 그려져 있더라고요.
화면은 인물 하나하나, 그림의 선 터치 하나하나를 쫙 따라가고.
아, 구도가 이런 거구나, 선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니까요.
와, 그리고 여성의 신체를 황홀하게 그림 그림도 있엇어요.
앵그르의 ‘오달리스크’ 였던 거 같은데, 미술 책에서만 보던 그림을
재현된 디지털 화면으로 보니 진짜 여성의 신체가 아름답더라고요^^
관능적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란 생각도 들고. 후후.
여자 친구 몰래 자세히 ‘감상’ 하느라 좀 힘들었는데,
뭐 옆 남성 관람객을 보니 저만 그런 것도 아니더라고요.
그때, 다음 섹션이 뭔가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예쁘게 생기신 안내 도우미 분이 ‘색’ 섹션이라 알려 주시더라요.
고맙기도 하셔라! 이런 도우미 분들이 많아서 제 기분도 좋아졌답니다.
‘색’ 섹션에서 역시 눈에 들어오는 건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여신이었어요.
강렬한 색채도 그렇거니와 진짜 전쟁 한 복판에 온 듯한 음악 소리,
모니터와 겹쳐져 조명되는 디테일한 그림들이 진짜 신기하게 다가왔어요.
아, 이래서 디지털 전시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던데요?
와, 생각해 보니 진짜 신기한 작품은 ‘빛’ 섹션에 있었어요.
윌리엄 터너의 무슨 기차...였는데...
큰 모니터 안에 달리는 기차를 그린 그림이었는데,
디지털 화면 속에선 진짜 비가 내리고 안개가 끼고,
거기에 기차가 진짜 지나가는 것 같은 효과가 정말 실감나더라고요.
마치 3D 효과를 보는 것 같았는데,
그림 속에 하나의 스토리텔링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랄까.
옆에서 같이 감상하던 아이들도 ‘우와, 우와’를 연발하고 있더라고요^^
아, 진짜 스토리가 숨쉬는 작품은 ‘그림자’ 섹션에도 있었어요 .
조지프 라이프의 ‘공기펌프에 넣은 새를 가지고 한 실험’이란 작품이었는데요.
그림이 진짜 풍성한 거에요. 보름달 안에 무슨 실험을 하는 사람들인데,
어둠 속에서 짓고 있는 그 진지한 얼굴들이
디지털 화면으로 하나하나 클로즈업 되는데,
이건 무슨 호러영화가 따로 없더라고요. 실험실의 긴장이 그대로 전달돼서...ㅠㅠ
긴장감 넘치는 음악과 함께 3개의 모니터에서 하나하나 비춰지니까,
진짜 짧은 단편영화를 보는 것 같더라니까요.
여자친구는 이 ‘디지털전시회’가 화가들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고 했어요.
그게 무슨 뜻인가, 싶었는데‘시간’ 섹션에 있는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란 유명한 작품을 보니 그 뜻이 확 와닿더라고요.
4개 스크린에서 번갈아 가며 점층인지 점강인지하는 기법으로
그림 속 인물들을 비춰주는데, 아, 화가가 지금 우리 위치에서
인물들을 보고 그렸구나 생각하니, 그 세심함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소리에 집중해 보니, 천에 무언가 닿는 소리가 났는데,
여자친구그는 그게 천에 붓이 닿는 소리라고 일러 줬어요.
저의 무식함을 일깨워 준 ‘시크릿뮤지엄’에게 감사를!
제가 진짜 감동한 작품은
바로 반 고흐의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이었어요.
아, 감탄 또 감탄! 이건 진짜 직접 보지 않으면 모를 환상적인 체험이랄까!
전시장의 천장을 포함해 그 높이까지 펼쳐져 있는 4면의 대형 스크린!
여기에 푸른 빛이 감도는 고흐의 ‘별밤’이 그대로 재현돼 있더라고요.
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 강물 소리가 진짜
‘환상적’이어서 ‘대,단,하다’를 연발할 수 밖에 없었어요.
아마, 이 작품 하나만 감상한 것으로도
‘시크릿뮤지엄’에 와 볼만 하단 생각이 절로 들걸요.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요.
아, 그리고 마지막 작품을 빼 놓을 수 없겠네요.
아놀드 뵈클린의 ‘죽음의 섬’이었는데,
3D 안경으로 감상하는 작품이었거든요.
섬으로 들어가는 배가 실감나게 3D로 구현돼 있었어요.
넘실거리는 강물도 물론이고요.
음울하면서 신비한 이 작품이 의도하는 분위기가
몇 배는 더 잘 느껴지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30개 넘는 작품들 감상 완료!
천천히 모든 작품을 다 감상하는데 2시도도 넘게 걸렸는데요.
디지털 화면으로 찬찬히 비춰주는 ‘시크릿뮤지엄’의 감상법을 그대로 따라가니까,
여자친구를 따라 가면 그렇게 지루할 수 없던 미술관의 시간이 빨리 흐르던걸요?ㅎㅎ
근데 3D로 구현된 작품들도 그렇고,
살짝 작품들을 먼저 공부하고 가면 더 좋을 것 같긴 하더라고요.
뭐 그래도 오디오 가이드도 있고,
작품 옆에 제목과 함께 전시된 설명들만으로도
머리에 쏙쏙 들어오니까 걱정은 안 하셔도 될거예요.
뭐, 어린 아이들도 잘 즐기고 그랬으니까요^^
여자 친구는 고갱 전도 보고 왔다고 하는데,
‘시크릿뮤지엄’이 더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라고요.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작품 이해가 쉽지 않았다고 하면서.
검색해 보니, 제목이 ‘낙원을 그린 화가 고갱 그리고 그 이후’더라고요.
여자친구는 이 ‘시크릿뮤지엄’으로 회화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고갱 전을 보는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얘기해줬어요.
저는 뭐 고개만 끄덕끄덕^^
전시를 다 보고, 도록이 있나 구경하는데,
진짜 알차더라고요. 가격이 2만원이어서 놀랐는데, 그 정도 가겨게 만 하던데요.
작품 하나하나 꼼꼼한 설명에 두깨도 왠만한 전공서적 저리가라였어요.
그리고 티셔츠부터 액자, 명함집, 퍼즐 등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많아서, 그거 둘러보는데도 한참이 걸렸답니다.
역시 명화들이라서 그런지 뭔가 기품이 있는 것이...ㅎ
그래서 조금 용기를 내서, 도록도 사고, 티셔츠도 하나 구입했답니다.
도록은 미술에 관심이 많은 여자친구에게 주고,
저는 티셔츠를 가졌지요!
‘디지털 명화 오디세이’라는 부제가 딱 어울리는 ‘시크릿뮤지엄’은
9월 22일까지 열린데요.
12일 개막하고 저는 일찌감치 다녀왔지만, 앞으로도 시간이 많으니
꼭 한 번 둘러보셔도 절대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자세한 정보는 www.secretmuseum.co.kr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