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혼자 앓다가 익명의 힘을 빌어 결혼/연애 선배님들께 진정한 자문 구하고 싶어 글을 써요
맞춤법이나 오타있더라도 이해해주세요
아마도 긴 글이 될거 같네요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외국에서 태어나 쭈욱 타지에서 살아온 스무살 중반 여자입니다
외국인 남친과는 고등학교때부터 친한 친구로 지내다
대학에 와서 커플이되었구요
저보다 두살 많습니다
그야말로 좋은시절 다 남친하고 보내고
한 6개월전부터 권태기인가? 라고 느낄정도로 정말 심하게 많이도 싸웠습니다
만난지 거의 7년이 되어가고
한 4-5년이 될때부터는 결혼을 전제로 만났다고 할정도로 올인했구요
대학에 가서 첨 사귄 남자니 저한테는 남친이란 존재, 이 남자가 처음입니다
처음 1-2년은 서로 알아가고 맞춰주는 단계라고 생각하면
3년째 되는해부터는 서로가 편해지고 그냥 같이 있는 시간이 너무 좋았습니다
싸우면 금방 화해하고
연애에 서툰 저에게 먼저 다가와 미안하다며 손을 내미는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점차 햇수가 늘어가고 나이도 들고 성숙해지며 자연스레 '결혼' 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했고
우리 나중에 결혼하면, 또는 우리 아이들은 이렇게 키우자 라는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걸 전제로 만나다보니 때때로 "이런건 결혼하면 문제가 될텐데" 라는 생각들이 스쳐지나가기도 했습니다. 둘의 집안이 너무 다르고 정말 정 반대인지라 가족의 반대도 처음엔 심하다면 심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사람을 겪다 보니 제 가족들도 이제는 이 사람을 제 짝으로 받아들이고 예뻐해 주십니다. 종교관도 처음엔 달랐지만 이사람이 많이 제게 맞춰주었고 저와 사귀려면 그런건 자기가 고칠수 있다면서 오히려 웃어주었습니다. 6년째 되던 해쯤부터는 같이 약혼 반지도 보러 다녔었구요.
어쩌면 이 사람이 저에게 맞춰주는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저도 한 성깔 하는지라 정말 이남자 아니면 누가 날 감당해주지? 라는 생각도 가끔씩은 했었어요. 그런데 한 6개월 전 부터 갑자기 결혼 이야기만 나오면 준비가 안되었다는둥, 왜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는둥,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둥... 이런 이야기들만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하신 가정에서 자라서 그럴꺼야, 아니면 남자들은 원래 결혼준비 하기 시작하면 한번쯤은 겁먹는다더라... 저 혼자 최면을 걸어봤지만 어쩔수 없더군요.
왜 갑자기 이렇게 바뀌었나...그냥 내가 좀더 참지 라는 생각에 그때부터 결혼에 결짜도 꺼내지 않았습니다.모아둔 돈도 있고 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지만 준비하는 과정, 또 결혼 후에 필요한것들, 모두다 생각해보니 나도 준비가 안되었나보다, 그냥 그렇게 편하게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 이사람 없는 제 삶이 너무 두려웠구요. 그냥 곁에 있는것 많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잦은 싸움이 계속되었고 둘다 지쳐갔나봅니다. 싸울때면 전 이기적으로 내가 맞는건데 넌 왜 내생각과 다르니? 라는식으로 다그쳤고 그 사람은 이제 저에게 더이상 맞춰줄수 없을것 같다며 여태까지와는 정 다른모습으로 절 다그쳤습니다. 이제와서 제가 제일 후회되는 것은 이사람이 날 이해해 줄때 나도 한발자국 물러설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늦은거 같네요.
그렇게 싸우고 싸우다 제가 너무 지쳐 잠깐 우리 시간을 갖자고 했습니다. 둘이 상의끝에 2주간 연락 일절 하지 않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고 그때부터 전 폐인이 되어갔습니다. 이사람 아니면 안될거 같고 이사람이 다른 여자와 있는 상상만 하면 정말 가슴이 너무 아프고 부럽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몇일 가지못해 전 더이상 못하겠다고, 내가 잘못했다고, 2주는 너무 길다고 먼저 전화를 걸었고 그사람의 대답은 "벌써?" 였습니다. 저 없이도 잘 지내고 있었고 자기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서요. 그래서 약속한 2주가 지나길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만났을땐 그 사람은 제가 알던 그가 아니었습니다. 절 꼭 안아주며 괜찮을거라고 이야기 해주던 입에선 자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아직 준비가 안됬다는 그말뿐이었습니다. 절 바라보는 눈빛도 차갑기만 했고 이 남자가 날 사랑하긴 했나? 라는 생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이 저에게 다시 시작해 보자고, 처음부터 천천히, 결혼은 생각지 말고 그냥 우리 예쁘게 사귀었던 때로 돌아가자고 했습니다. 이 남자 놓치기 싫어서 전 좋다고 했고 열심히 지난날 못했던것들, 또 너무 내 이기적인 맘으로 모질게 했던것들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정말 잘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돌아온건 차가운 눈빛과 짧은 대답뿐. 제가 보고싶다는 문자나 오늘 만날수 있어? 라는 말을 하면 "나도." "응." 이런식의 대화였습니다. 만날수 있다고해서 기쁘고 설레는 맘으로 그의 집에 가면 "왔어?" 라는 인사 정도, 그 다음엔 계속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음악을 크게 틀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게 한두번이 아니다 보니 전 "내가 지금 여기 왜 이러고 있나..." 라는 생각도 하고 먼저 간다고 하고 나오려고 해도 잡으려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구요. 그러다 한번은 제가 정말 왜 그러냐고 물었습니다. 처음 사귀던때로 돌아가자고 그랬지 않냐고, 지금 이 모습은 오빠가 날 처음 만났을때가 아니라고 했고 그 사람은 제가 너무 칭얼거리고 자신의 숨을 조이고 있다며 좀 놓아달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이사람이 좋아서 알겠다며 내가 더 잘하겠다며, 하지만 날 좋아하는 기색을 보여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몇일은 정말 전과 비슷하게 저에게 잘 해주었고 문자도 꼬박꼬박 먼저 보내주기도 하고...아, 내가 잘못해서 그랬구나...이사람 나땜에 힘들었구나. 저만 바뀌면 되는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몇일 가지않아서 우리는 더 서먹서먹 해졌고 절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것처럼 느껴지고 전 더 외로워져만 갔습니다. 지난 주말 그사람 집에갔는데 제가 묻는말에만 대답하고 음악만 크게 틀고 컴퓨터를 쳐다 보고 있길래 저 정말 지친다고, 얼마나 더 해야하는지 어떻게 더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울먹 거리며 이야기 했더니 이사람 저보고 왜 그렇게 감정적으로 이야기 하느냐고 그게 뭐 울일이냐고 물어보더군요. 너무 속상해서 전 많은걸 바라는게 아니라 그냥 말한마디 따뜻하게 해 주고 가끔가다 안아주는거면 된다고 했더니 지금은 너무 멀리 왔고 너무 많이 바뀌어서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할거라고 그러데요. 그러면서 우리 잠깐 시간을 가졌을때 자기는 자신인생을 되돌아봤다며 우선순위도 많이 바뀌어서 더이상 제가 윗순위에 없다구요.
정말 사랑했던 사람이 저한테 이렇게 바뀔수가 있나 생각도 들고 너무 울어 구역질까지 나면서 점심 먹은것도 다 토해버리고...이러고 있는데 이 남자 저한테 그렇게 감정적으로 이야기 할 문제가 아니라며 한 15분 이후에 다시 이야기 하자며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그때의 허탈함이란 정말...글쓰면서도 눈물이 나네요. 전에 같으면 말없이 다가와 안아주고 괜찮으냐고 다독여 주었을껄 저의 서투른 연애가 저사람을 저렇게 힘들게 했나...하고 후회도 되고 정말 제가 싫었어요.
진정한 후에 이야기 해보니 그 사람 저에게 한참 설명을 하더니 이러데요. 나도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너와 결혼 하고 싶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옛날엔 너와 미래를 꿈꾸었지만 지금은 미래도 불투명 하고 너와 미래가 있는지 조차 모르겠다. 왜 갑자기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솔직한 심정은 그렇다. 니가 원한다면 계속 만나고 사귀면서 너와의 미래가 있는지 찾아보겠지만 그건 얼마 남지 않은 20대를 너도 나도 낭비하는거 같다. 선택은 니가 해라. 이정도?
저 정말 흔들렸어요. 이사람 아니면 안될거 같고 우리가 했던 모든이야기들 그리고 추억때문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군요. 제가 몇번을 붙잡았지만 돌아오는 답은 똑같았어요. 그러다 그사람이 다시한번 선방을 날리더군요. "너와는 미래가 안보여. 우린 너무 다르고 자라온 환경도 너무 달라. 난 더이상 날 바꾸고 싶지 않고 날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미래가 안보인다는 말에 전 미래가 보이지도 않는데 우리 뭐하는거냐고, 그러면 헤어지자고 울면서 말했고 제가 한말에 좀 흔들리는거 같더라구요.
결국 오빠가 결정하라고, 난 오빠가 미래가 보이지 않으면 더이상 자신 없다고, 우리 둘다 미래가 보이는 사람을 찾아야되지 않겠냐고 해놓고 울며 그 집을 나왔어요. 자기 마음 정리되면 연락 한다는데, 글쎄요...저 어떻게 하는게 맞는건지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으로는 정 반대네요. 그날 밤 얼마나 울었는지, 그담날도 생각만 하면 울었는데 이상하게도 그 다음날 부터는 눈물도 안나네요. 그냥 슬프고, 분하고, 제가 못해준것만 생각나고...그냥 이별을 받아 들이고 있는것 같아요. 연락오고 다시 시작하면 안되는거겠죠? 미래가 안보인다는 이야기까지 했었는데 갑자기 연락와 미래가 보인다고 해도 너무 우스운거같고...7년이란 세월 너무 아깝지만 이건 아닌가보다, 스스로 그렇게 다독이고 있어요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결혼하면 힘들것 같다...라는 점이 자꾸 생각나네요. 어쩌면 지금 맘 아프고 평생 행복하는게 낫지 결혼해서 외롭고 힘들면 평생 그거 어떻게 참아요. 연락 오면...받아주면 안되는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