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29 바보 곁을 지킨 우정과 의리의 생 오롯이 담아…1주기 추도식에서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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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금원 회장의 검찰 구속 직후인 2009년 4월 17일, 전직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 홈페이지에 글을 하나 올렸다. 미안함과 걱정이 뒤섞인 문장의 행간마다 한 사람의 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신의가 짙게 배어났다. 그래서 이 꾸밈없는 글 앞에서 사람들은 괜시리 마음이 울컥해졌다. ‘강금원이라는 사람’. 노무현 대통령이 글을 게시하며 사용한 제목이다. 그리고 이제는 강금원 회장의 일생을 돌아본 이 책의 제목이 되었다.
그렇다면 과연 강금원이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는 자존심과 의리로 뭉쳐진 바보였다. 그렇다. 자존심 강하고 의리 있다는 건 이 시대 바보의 제1조건이다. 처세보다 자존심을 중히 여기고, 시류에 편승하기보다 의리를 지키는 편을 택하는 사람들은 모두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다. 아니, 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런 것이 세상’이라고 내뱉어버리기엔 입 안에 남은 뒷맛이 너무 쓰다. ‘정치하는 사람한테 눈곱만큼도 신세질 일이 없는 사람’이었던 기업인 강금원이 새로운 가능성의 정치인 노무현을 후원하며 꿈꾸었던 세상은 그들이 없는 지금, 더욱 그리운 것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강금원이라는 사람이 꿈꾸었던 세상은 어떤 세상이었는가. 전북 부안의 몰락한 만석꾼 집안에서 태어난 강금원은 타고난 사업수완과 뛰어난 기술력으로 지역주의의 벽을 넘어 부산에서 사업의 전성기를 맞았다. 그리고 낙선을 계속하면서도 지역주의와 권위주의 극복의 소신을 굽히지 않는 정치인 노무현에 주목했다. 노무현이 실현하려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는 제품과 기술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펼쳐왔던 그가 꿈꾸어왔던 세상이기도 했다.
“노 의원처럼 확실한 사람, 선이 굵은 사람이 정치를 해야 합니다.”
“큰 정치를 하십시오. 애로 사항이 있으면 함께 풀어 나갑시다.” - 115쪽
이토록 눈물겨운 두 남자의 순애보
후원의 대가는 무거웠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 동안 그는 혹여 누가 될까 자신의 사업을 축소했다. 그 결과 “세계시장을 제패하던 창신섬유는 그 5년간 완전히 찌그러들고 말았”다. 참여정부 때를 포함, 두 차례 검찰 조사를 받았고 또 두 차례 구속되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노무현에 대한 그의 마음은 굳건했다. “대통령이 불행하게 되면 대통령이 소중하게 생각했던 가치도 다 무너진다”며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대통령선거 출마를 제안한 것도 그였고, 퇴임 후 1주일에 최소 한 번 이상, 늘 반듯한 정장 차림으로 봉하에 들르며 대통령과 시간을 보냈던 것도 그였다. 그런 그가 2009년 4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리고 그를 떠올리며 노무현이 써내려간 ‘강금원이라는 사람’을 감방 안에서 읽으며 강금원은 다시 노무현을 떠올렸고, 기어이 굵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뇌종양으로 투병 중이던 그가 노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들은 것은 차가운 감옥 안이었다. 뜨거운 울음이 터져나왔다.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은 이틀 후였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일찍 석방되었더라면 “대통령의 말벗이 되고 위로를 전하면서 함께 최악의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는 통곡했다. 그리고 분노했다. 3년이 지났고 그도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
아무런 특혜도 혜택도 받지 못한 그였지만 모든 권력을 내려놓은 힘없는 전직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했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은 무슨 거창한 이념을 위해서가 아니다.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민주주의도 결국에는 사람의 의리와 도리가 그 사회의 상식이 되고 국가의 법과 제도가 되는 세상일 것이다. (…) 그런 점에서 그의 도전이야말로 사람 사는 세상을 향한 선한 도전이었고, 그의 실천이야말로 민주주의를 향한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86쪽 안희정 지사의 편지 중에서
그리운 의리의 추억
생전 그의 육성과 주변의 증언을 토대로 쓴 이 책은 노 대통령의 글을 시작으로 1부에서 강금원 회장의 마지막을, 2부에서 그의 어린 시절과 노 대통령과의 인연을, 마지막 3부에서는 그의 일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집필은 윤태영 전 청와대 대변인이 맡았다. 그리고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회고와 더불어 대법원 상고이유서의 1차 정리 및 육성 녹취록 등을 함께 엮었다.
대부분 노무현의 뜰채로 낚은 이야기는 강금원이라는 사람을 살뜰히 이해하는 데 부족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 저런 사람을 옆에 둘 수 있었을까?” 싶어 부러웠다는 김병준 전 실장의 고백이 과장이 아니라는 걸, 왜 사람들이 그의 이름 앞에 ‘의리’라는 단어를 집어넣는지를 이 책은 너무나 잘 설명해 준다. 그래서 손에 쥔 이 책이 반갑고도 쓸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