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핫한 홍대에서 친구들과 화실을 나누어쓰고 있는 그림그리는 사람입니다.
두달 전 여름, 길고양이를 들여 작업실에서(그림그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림=작업. 화실=작업실 이라고 보통 말합니다.) 키웠는데, 이 고양이와의 추억을 기록으로 정리해 남기고 싶은 마음에 구경만 하던 판에 글을 올려봅니다.
안쓰러워보여서 멸치와 소시지를 던져주니 잘 받아 먹더라구요. 며칠 지켜보고는 여차저차 고양이를 포획?하여 작업실에 들였습니다.
처음에는 별생각없이 좀 잘 먹이고 분양을 보내면 되지않을까 막연히 생각하고 저지른 일이었죠.
겁을 먹고는 구석에 숨어있다 처음으로 저희에게 안겼을 때도 많이 긴장하고 있더라구요.
세상이 뒤바뀌어 겁을 많이 먹었는지내려놓으면 자꾸 어디 구석으로 숨어들었어요.
작업실 특성상 숨을 곳이 너무 많아 한번 숨으면 찾을 수가 없더라구요.그래서 미안하지만 잠시 끈을 묶어 두기로 했습니다.
1단계 '처량하게 묶인 신세'
이 당시에는 사생활이라고는 없는 야박한 한 때,스티로폼박스에 생흙을 채워넣어 옆에 화장실을 만들어주니 알아서 응가도 잘 보더라구요.
이름은 숙종의 애묘 '금손'을 따서 금손이라고 지어줬죠.
길고양이 태생이지만 생김새나 표정이나 점잖은 몸가짐이 귀한 핏줄 같다며 ㅋㅋ
2단계 '끈이 네가 있는 곳을 알려주리라'
도망을 잘 안가게 되어 의자에 묶은 끈은 풀어줬어요.
그래도 구석 어디있는지 알아볼 수 있게 목끈은 남겨두었지요.
날 따라다니는 이 것은 무엇이다냥
붓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냥
3단계 '자유의 몸'
닷새쯤 되었을 무렵, 우리 주변에 와 머물길래 목에 묶은 줄도 풀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 즈음부터 저희는 금손이의 고귀한 생김새에 매혹 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다리가.....
길어도 너무 길어! ! !
고양이전용모래를 깔아준 업그레이드된 양철 화장실에 누워있어도
다리를 접어 숨겨도
숨길수 없는 모델 뺨치게 쭉 뻗은 팔다리와 나비처럼 커다란 귀 !
심지어 잠을 잘 때도 쭉 뻗은 다리를 자랑하듯이 쭉쭉
범상치 않은 몸매와 위엄있는? 표정에,
집에 데려가 키울 환경이 안되어 분양보내기로 했던 작업실 식구들의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번 흔들렸습니다.
그래도 병원에 데려가 검사받고 분양 보내고자, 일주일 조금 넘은 때에
가방에 넣어 데려갔지요.
고양이는 처음이라 어떻게 할 지 몰라 그냥 이렇게 목만 내밀고 안고 갔습니다.
미안해 ㅠ_ㅠㅋㅋ
의사선생님의 말씀으로는
피부병도 없고 귀도 깨끗한 매우 건강한 상태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나이는 아직 유치가 있는 걸로 보아 세달 반쯤 되었다고.
몸무게는 그럼 "1kg이 넘을까~?" 하고 달아보니,
"""1.8kg"""
3개월령이 5개월령의 몸무게를 지닌 슈퍼초우량묘 였습니다. ![]()
팔다리도 무척 길고
발도 무척 크고
귀도 무척 큰
미래에는 매우매우 커다란 고양이가 될 것이라 예언해주셨습니다.
그리고 털무늬는 꼬리 끝까지 가필드인 전형적인 코리안숏헤어인데
체형은 동남아나 이집트같이 더운 지방의 고양이와 같다며 (온난화의 영향인가???)
저희와 함께 신기해해주셨습니다.![]()
아주 건강하고 성격도 좋고 잘생기고 특이한 아이라, 들인게 행운이라는 기분좋은 말씀을 듣고
종합접종과 회충약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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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희는 고민이 더욱 깊어갔습니다......
함께 지내는 시간이 하루하루 길어질 수록
'이 아이를 떠나보낼 수 있을까, 작업실에서 키울 수 있을까,
작업실을 이전하거나 모두 뿔뿔히 흩어지면 어떡하지' 등등
금손이의 털이 윤기가 흘러갈수록 우리의 마음은 고민으로 시름시름 ~~___~~
그런 것도 모르고 작업실에 완벽히 적응하여 심드렁한 금손이는
잠만 잘자고
팔다리만 자꾸 늘려가고
그림 그리는데 뒤에 숨어서 붓질하는 소리따라 캔버스를 툭툭 치고
곰돌이와 생사를 다투고
햇살 받는 양산 아래 목욕 치장하느라 바쁘고
애교?도 부리고
창 밖을 보며 다사다난했던 3개월 묘생을 되짚어보며 사색에 잠겼다가
사냥본능을 발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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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용 프로필 사진은 그저 소장용으로 두기로 하였습니다. ^^
사람을 잘 물지도 않는 얌전한 성격에
그림과 그림도구들은 건들지 않는 영특함에
그르릉그르릉 긁어달라며 드러눕는 사랑스러움과
볼 때마다 감탄과 질투를 부르는 미모에 결국 굴복하여,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끝까지 책임을 지고 키우겠다는 작업실 식구 큰형님의 굳은 결심 끝에
금손이는 작업실에서 계속 지내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8월, 우리 작업실에 온기와 생기를 불어넣어준 길고양이 금손이는
작업실 식구로 고급유기농사료와 고급 고양이모래와 사생활 보장되는 고급하우스형 화장실까지 !!!!!!ㅋㅋㅋ
득템하며 현재 퓨마로 쑥쑥 자라나고 있습니다.
이제부턴 영화로운 금손이 화보를 쭈-욱
뭐하세요?
잔다
진짜?
근데 나는 사실, 사자...
나는 졸립지아니아니하다냥
작업실 공식 최고미남
내가 좀 생겼지요.
옆선도 빠지지 않지
고양이의 정석은 이렇게 생긴거라
하지만 나는 사자라니까
그럼 이만 갈수록 기운이 빠져서 ㅋㅋ
급작스럽게
안녕!!!
마무리는 훈훈하게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가을날 보내세요~ ^> ^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