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화면의 꼬부랑 글씨로 써진 배너가 사라지고 한 사회자가 카메라 앵글에 들어온다. 만화에 나올법한 콧수염과 가르마를 탄 백발, 그리고 붉게 충혈된 눈, 꼬불꼬불거리는 손가락이 인상적이다. 표정은 마치 마약에 취한 듯, 몽롱해보이고 두 눈의 시선은 제각기 360도로 돌아가고 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하허허헣! 생방송 미, 미, 미,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 쇼! 쇼! 의 사회자, 미스터 신시엘입니다."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우레 같은 박수소리와 탄성소리 클로즈 업.
"오늘은 대망의 첫 화입니다! 에, 에, 에, 미스터 신시엘씨는 오늘 첫 회 기념으로 돌겠습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나선형으로 휘어진 두팔을 빙빙 돌리며 관객석에 난입하며 외쳤다. 이에, 수십명의 관객들이 금붕어 입같이 생긴 퉁퉁 부은 구개구를 O자 모양으로 만들었다. 카메라 앵글은 여전히 두 팔을 빙빙 돌리는 미스터 신시엘씨에게 향하고 있었다.
그렇게 무대를 한 바퀴 돌은 미스터 신시엘씨가 숨을 간헐적으로 쉬며 스튜디오로 돌아와, 두 팔을 번쩍 들었다.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 그 첫번째의 재밌는 쇼가 광고 후, 바로 시작합니다! 그 전에 두 눈 놓치지 마시고, 돌리지 마시고, 빼지 마세요! 껄껄껄!"
드라이아이스 연기 비슷한 희끄무리한 안개, 노란 불꽃의 거대한 폭죽, 터진 박 사이로 나오는 기이한 모양의 기다란 현수막. 그 현수막에 써져 있는 큼지막한 빨간글씨. 마치 누군가의 걸쭉한 피로 써진 것만 같은 글이었다.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 제 1화!)
배경음은 레죄 세레스의 '글루미 선데이'와 존 스텀프의 '죽음의 왈츠'를 역재생해서 리믹스 한 것 같은 음악이다.
* * *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
(잘레뜨 쀼전)
한 화장실. 모든 것이 백색으로 이루어져 있다. 흐르는 배경음은 'When The Love Falls'. 그 안에 거울을 바라보는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다. 남자의 두 눈은 노란색으로 빛이 났고 여자의 두 눈은 사팔뜨기처럼 보인다.
갑자기 흑백으로 페이드 아웃. 잠시 후, 페이드 인. 남자의 드릴 같은 턱 주위에 빨간 수염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바닥에는 방금 전까지 여자의 육신이라고 볼 수 없는 살덩어리들이 늘어져 있다.
남자가 바닥을 바라보다가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수염을 꼬부랑거리는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손을 뗐지만 수염은 여전히 붉은 선혈을 흐리며 나풀나풀거린다.
그 때, 뒤에 있던 화장실 문이 열리며 미끈미끈 거리는 오징어 모양의 생물이 들어온다. 구개구를 씰룩거리며 남자에게 무어라고 중얼거리는 것 같다.
"끌끌. 먹이를 잘 먹었구나. 이제는 수염을 깎을 때가 된 것 같다......"
생물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큰 소리로 웃는다. 그러고는 자신의 구개구를 크게 벌려 내부에 있던 손바닥 모양의 면도기를 꺼낸다. 색은 형광색이며 재질은 금강석같이 보인다.
면도기의 이름은 '잘레뜨 쀼전' 머나먼 곳에서 건너온 수입산이며 제목 밑 문구에는 이렇게 써져 있다.
(당신의 인중을 챙겨드립니다!)
생물체는 '잘레뜨 쀼전'을 들어서 남자의 턱에 가져다 대고는 전원을 켰다. 고속으로 돌아가는 톱니바퀴 비슷한 소리가 났고, 남자의 턱에 있던 붉은 수염이 밀려나가기 시작했다.어느 덧, 남자의 수염이 모두 밀리자 생물체가 끈적거리는 촉수로 남자의 얼굴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그의 얼굴에는 오일 비슷한 투명한 액체가 걸쭉하게 흘러내렸다.
"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
생물체가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남자는 소름끼치는 표정을 지었다.
페이드 아웃.
* * *
(해피해피 마트)
희뿌연 밤하늘. 그 하늘을 찌를듯이 높이 서 있는 마트 하나가 보인다. 마치 고대인들이 세우려고 노력했던 바벨탑을 연상시키는 것 같다.
그 밑에 있는 출입구에서는 이름을 알 수 없는 기이한 배경음과 같이 음산한 여성 로봇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해피, 해피 해피마트. 해피마트에 오신 지구인들을 환영합니다. 우리 해피해피마트는 고귀하답니다. 그러므로, 우리 지구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구비되어 있습니다!"
경쾌하면서도 어두운 배경음으로 바뀐다. 그리고 스플릿 스크린. 왼쪽 화면, 해피해피 마트 1층의 식품코너에서 괴상한 춤을 추고 있는 오징어 모양의 생물체들이 있다. 오른쪽 화면, 인간으로 추정되는 생물들이 자신의 목줄을 가리키며 왈왈 짓고 있다.
잠시 후, 스크린이 하나로 합쳐진다. 그리고 화면이 바뀌고 하얗게 질린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치 생긴 것이 팥이 터진 찹쌀떡에 동그란 눈알이 두 개 달린 것 같다.
"모든 것. 당신의 이상을 판매합니다......, 지금 당장 해피해피마트로 오십시오......"
찹쌀떡을 닮은 얼굴이 경쾌한 미소를 지었다. 그 바람에 하얀 입술이 쩍 벌어지며 누렇고 거대한 사각형 모양의 이빨이 드러났다. 그리고 웃음소리가 처음에 커졌다가 점차 옅어져간다. 꼬부라지고 큼지막한 노란 글씨로 써진 '해피해피 마트'가 찹쌀떡 얼굴에 겹친다.
천천히 페이드 아웃.
* * *
이 프로그램은 '잘레트 쀼전', '해피해피 마트'의 협찬을 받고 있습니다.
* * *
"꿀꺽. 꿀꺽. 꼬르륵. 꿀렁꿀렁."
미스터 신시엘씨가 빨간 물이 담긴 페트병의 주둥이를 불고 있다. 카메라 앵글이 그를 점점 클로즈업한다. 몇 번더 주둥이를 불던 미스터 신시엘씨가 그 낌새를 알아차리고 화들짝 놀라며 커다란 입을 벌려 페트병을 통째로 아그작 아그작 씹어 노랗게 질린 목구멍으로 넘긴다.
"과, 과, 과, 과, 광고 보고 오셨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와 함께 하고 계십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두 팔을 겨드랑이에 갖다대고 날개짓을 하며 푸드득거렸다.
"꼬끼오! 머, 머, 머, 머, 멍청한 닭은 하루에 수천 번 울고, 똑똑한 닭은 하루에 세 번 운다죠."
그가 360도로 돌아가는 두 눈을 꾹꾹 누르며 말을 이었다.
"그, 그, 그, 그 말은 우리는 과연 어떤 일이든 그 일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고 있을까라는 것입니다. 바보같이 수천 번 고민해서 일을 파탄내거나, 단 세 번 고민해서 그 일을 멋지게 해결할까요. 아마도 그건 개개인에 달린 것 같습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은근슬쩍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눈치를 살핀다. 그 바람에 회전하고 있던 두 눈알이 붉어졌다.
"우, 우, 우, 우, 우리......, 우리는 아마도 멍청한 닭이 된 것이겠죠?"
객석에 있던 오징어를 닮은 생물체들이 불만스럽다는 듯이 끈적끈적한 촉수를 리놀륨 바닥에 두드리며 야유를 보낸다. 미스터 신시엘씨는 움찔하며 나선형으로 휘어진 두 팔을 잡고 벌벌 떨며 그대로 일어나며 각진 머리를 빙빙 돌린다.
"껄껄! 이, 이, 이, 이, 이야기가 긴 것 같았습니다! 관객 여러분들 지루하셨지요? 그럼 이제 본격적인 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배경음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 객석들의 환호 소리와 촉수를 바닥에 두드리는 소리. 미스터 신시엘씨는 여전히 각진 머리를 빙빙 돌리며 나선형으로 휘어진 팔과 다리를 배배 꼬며 소리쳤다.
"오호호호호호! 자, 자, 자, 그럼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 오늘의 첫 게스트 미스터, 햨헠흌혴솤씨를 소개합니다!"
북소리와 실로폰의 정교한 교차 소리.노란 불꽃의 수 많은 폭죽. 객석에 있는 관객들의 고막이 찢어질 듯한 대성(大聲)의 고함. 흥분한 듯, 바닥을 마구 두드리는 촉수의 군림(軍林)소리. 스튜디오 천장에서 떨어지는 수 천개의 색종이 파편. 번쩍번쩍이는 희뿌연 조명.
그 것이 시작되고, 스튜디오 뒷 쪽에 있는 문에서 마치 공을 닮은 듯한 형상의 괴이한 모습의 신사가 미스터 신시엘 씨가 있는 방향으로 기어가고 있었다. 두 팔이 있어야 할 곳에는 스테인리스 금속으로 만들어진 인조 팔이 있었고(길이는 채, 5cm도 되지 않아서 장식용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두 다리는 마치 왜소증에 걸린 사람의 다리 같이 짧고 얇았다. 그렇게 한참이 걸려 신사는 미스터 신시엘씨 앞에 도착했다.
"제, 제, 제, 제,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각진 얼굴을 위아래로 흔들며 바닥을 바라보았다. 그러고서는 요구르트 색깔의 4마디 손가락을 요로코롬 번뜩인뒤, 피아노 치듯이 움직였다.
잠시 후, 햨헠흌헼솤씨가 알 수 없는 가죽으로 만들어진 소파위에 올라탔다.
"반, 반, 반, 반, 반, 반갑습니다.햨헠흌헼솤씨! 오늘의 첫 게스트이자, 첫 1회의 게스트십니다. 이렇게 자리에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핏빛 머리를 돌리며 나선형으로 휘어진 두 팔을 만세자세로 바꿨다. 햨헠흌헼솤씨는 얼굴 주름에 파묻혀져 있는 콩알만한 눈을 최대한 크게 뜨려고 애를 썼다.그는 소파 위에서 동그란 입을 쩍 하고
벌리더니 마치 기계음과 비슷한 목소리를 성대로 뿜어냈다.
"햨헠흌혴솤!"
햨헠흌헼솤씨가 스테인리스로 이루어진 두 팔을 빙빙 돌렸다. 끼긱거리는 쇳소리가 고막을 찌를듯, 날카로웠고 금방이라도 과부하로 연기가 피어오를 것 같이 보였다.
"허허허허헣! 긴, 긴, 긴, 긴 긴장하셨군요! 편하게 하셔도 됩니다! 집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우리들의 멋진 주인님들이 있는 집이라고 말입니다......."
빨간 입을 귀까지 올린 미스터 신시엘씨가 뾰족하고 누런 송곳니를 딱딱거렸다. 객석들에 있는 관객들은 만족스러워한다는 듯이 촉수를 맞부딪혀서 끈적끈적한 오일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헦혘!"
햨헠흌헼솤씨가 공 같이 생긴 떡진 머리를 마구 돌리며 괜찮다는 뜻을 내비췄다. 성대에서는 여전히 가래 끓는 듯한 목소리와 기계적인 음이 섞여서 들려왔다.
"하하. 그, 그, 그, 그, 그렇군요!"
미스터 신시엘씨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지으며 햨헠흌혴솤씨에게 노란 손을 건넸다. 분명히 악수하자는 의미였지만, 신사 햨헠흌혴솤씨에게는 5cm의 작은 팔과 집게 손가락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이고, 이거 죄, 죄, 죄, 죄, 죄송합니다."
동그란 눈을 부라리며 자신의 집게손을 노려보고 있는 햨헠흌헼솤씨에게 미스터 신시엘씨가 각진 머리를 쭈글쭈글한 검지 손가락으로 긁적였다.
"그럼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마치 트리플 악셀을 보는듯한 공중도약 회전을 하고 바닥에 다시 착지하며 햨헠흌헼솤씨를 가리켰다.
"흌헼?"
"네. 자, 자, 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객석에 있던 관객들이 모두 하나 같이 무어라고 똑같이 웅얼거리기 시작했다. 벙쪄있던 햨헠흌헼솤씨가 그 모습을 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괴상하게 생긴 몸집 덕분에 제대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오히려 소파에서 스튜디오 바닥으로 떨어져 구석으로 데굴데굴 굴러가, 벽에 부딪혔다.
"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
그 모습을 본 관객들이 하나같이 촉수를 미친듯이 바닥에 두드리며 웃어 재꼈다. 마치 광란의 도가니를 보는 것 같았다. 미스터 신시엘씨는 멋쩍은 듯 비정상적으로 길쭉한 다리를 탭댄스 추듯, 휘날렸다. 광란의 폭소가 3분 정도 지나고 멈췄을 때, 햨헠흌헼솤씨가 통통거리며 토끼 뜀박질을 시작했다.
"껶깎꼭! 꾺켴껚껚!"
피가래가 끓는 듯한 테너톤의 소리.그리고 그는 더 이상 바닥을 기지 않고 기니피그를 보는 듯한 제스쳐로 미스터 신시엘씨에게 무서운 속도로 다가가고 있었다. 카메라 앵글은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클로즈업 했다.
"햨햨썈햑햑!"
숨이 차 보였지만, 여전히 뛰고 있는 햨헠흌헼솤씨였다. 그렇게 해서 미스터 신시엘씨 앞에 도착한 그는 짧은 스테인리스 팔을 번쩍 들어 인사하는 제스쳐를 취했다. 그 모습. 방금 막 만들어진 깡통로봇이 인간에게 인사를 하는 것 같이 보였다.
"핰핰헠홐깕꺍껅핰헠흌헼소오오오오오옼옼!"
천둥 소리와 맞먹을 정도라고 해도 믿을 만큼의 큰 소음이 거대한 수치의 데시벨을 뚫고 스튜디오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단연, 신사 햨헠흌헼솤씨의 우렁차고도 씩씩한 자기소개였다.
"으어어어억! 괴, 괴, 괴, 굉장한 자기소개 입니다아아아아!"
미스터 신시엘씨가 용암빛 귓볼을 주름진 손바닥으로 뎅뎅거리며 흥미롭다는 듯, 눈알을 엄청난 속도로 360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객석의 관객들의 촉수 두드리는 소리가 우레같이 들려왔고 감탄했다는 듯한 외침이 객석 이 곳 저 곳에서 터져 나와 공기와 같이 조화되었다.
"혴혴꺍낅헠......"
햨헠흌헼솤씨가 겸손해하는 표정을 지으며 감사하다는 뜻을 내비췄다. 다시 한 번 객석에서 수 많은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역시 햐, 햐, 햐, 햐,햨헠흌헼솤씨입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그렇게 외치며 주변을 둘러봤다.
"뭐, 아, 아, 아, 앉을 상황이 아닌 것 같으니 다음으로 넘어가죠! 어떤가요? 수도에서 가장 유명한 지구지구 서커스단에서 마스코트를 맡고 있는 기분이 말입니다."
햨헠흌헼솤씨가 대답 대신에 공모양으로 몸을 만 뒤, 브레이크 댄스를 추다가 다시 기니피그 자세로 바꾸었다.
"허허허헣! 대, 대, 대, 대답 대신은 제스쳐라는 햨헠흌헼솤씨의 좌우명이 여기서 드러나는군요!"
배경음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한 450kg은 되어보이는 고도 비만의 중년 남성이 휘파람을 불며 거대한 은제 도구함을 밀면서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온다. 카메라 앵글은 그를 포착하고 있다.
"그, 그, 그, 그래서 저희, TV쇼측에서는 햨헠흌헼솤씨의 특기인 '동족 통조림 킬러는 여기있지요!'의 재료들을 준비해 봤습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소름끼치는 표정을 은제 도구함을 향해 찡긋했다. 그 것을 본 객석들의 관객들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를 얼싸안으며 기쁨의 쾌조를 불렀다. 관객들을 보는 햨헠흌헼숔씨의 표정은 상당히 굳은 표정이었다.
"도구함 오프으으으은!"
고도 비만의 중년 남성이 은제 도구함의 거대한 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손바닥만한 크기의 통조림들이 들어있었는데 수 백개 정도 되보였다.
"껄껄껄!"
그렇게 웃으며, 객석들에 있던 관객들이 스튜디오로 난입해 도구함 안에 있던 통조림들을 하나씩 꺼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마지막 관객이 마지막 통조림을 꺼내갔을 때, 고도 비만의 중년 남성이 도구함을 밀며 스튜디오에서 퇴장했다.
"미, 미, 미,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에서 처음으로 공짜로 공개하는 햨헠흌헼숔씨의 스페셜 쇼! '동족 통조림 킬러는 여기 있지요!'가 중간 광고 후, 바로 시작됩니다! 두 번 다시는 공짜로 보지 못하는 그 귀한 스페셜 쇼! 두 눈 놓치지 마시고, 돌리지 마시고, 빼지 마세요! 껄껄껄!"
* * *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
(지구지구 서커스단)
배경음. 상쾌한 오르골소리와 역재생한 여자의 방정맞은 웃음소리가 흘려퍼지고 있다. 아파트 두 채를 합쳐놓은 듯한 크기의 큰 천막텐트. 아주 빨갛고 주변에는 오징어를 닮은 생물체들이 줄을 들고 있다. 그 줄을 따라가 바라보니, 목줄을 하고 있는 인간이 동공이 풀린 표정으로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있다.
"자, 자, 시작합니다! 지구지구 서커스단 햨헠흌헼숔씨의 '동족 통조림 킬러는 여기 있지요!'가 여러분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천막안에서 그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자, 줄을 서고 있던 오징어 생물체들이 우르르 천막안으로 들어간다.
페이드 아웃. 천천히 페이드 인.
검은 화면에 햨헠흌헼숔씨의 동그랗고 바닥에 깔린 호떡같은 얼굴이 가득 찼다.
"햨헠흌헼숔!"
그리고 자막은 (저의 쇼를 보시려면 지금 당장, 지구지구 서커스단에 오십시오. 당신은 '동족 통조림 킬러는 여기 있지요'의 세계에 푹 빠지게 되실겁니다)였다.
페이드 아웃.
* * *
"여러분은 지금 TV 최초로 지구지구 서커스단의 마스코트 햨헠흌헼숔씨의 '동족 통조림 킬러는 여기 있지요'의 공짜 스페셜 쇼가 이루어지는 생방송.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미스터 신시엘씨가 경직된 표정으로 바닥에 누워있는 햨헠흌헼숔씨를 바라보며 외쳤다.
"햨헠흌헼숔씨 준비 되셨나요?"
"햐아아아아아아아아앜혀어어여옄!"
햨헠흌헼숔씨가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객석에 있던 관객들이 촉수에 들고 있는 동족 통조림을 천장 위로 높이 들었다. 관객들의 고함 역시 햨헠흌헼숔씨 못지 않았다.
"자, 자, 그, 그, 그, 특별한 쇼가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그럼 카운터를 세겠습니다!"
길쭉한 다리를 다그닥거리며 마이크에 침을 튀기는 미스터 신시엘씨가 각진 얼굴을 드러냈다.
"셋!"
관객들의 함성소리.
"둘!"
햨헠흌헼숔씨의 겁에 질려 파랗게 된 얼굴 클로즈 업.
"하나!"
미스터 신시엘씨와 관객들의 표정은 광적인 마조히스트의 얼굴 같다.
"햨헠꺜꺆꺜컄꺄아아아아아앜!"
그 때, 햨헠흌헼숔씨가 소리를 지르며 몸을 둥글게 말더니 공중으로 도약해 미스터 신시엘씨의 어깨에 올라탔다.
"으아아아악! 뭐야! 이 괴물아! 당장 내 몸에서 벗어나아아아!"
미스터 신시엘씨가 숨을 헐떡이며 나선형으로 휘어진 두 팔을 어깨에 올리려고 했지만 이미 꼬일대로 꼬인 팔은 그의 마음대로 움직이지를 않았다. 객석에 있던 관객들은 하나 같이 벙찐 표정으로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햐아아아아아아아캬아아아엌!"
햨헠흌헼숔씨가 극도로 겁에 질린 나머지 실성해, 두 집게 팔을 번쩍 들어서 미스터 신시엘씨의 두 동공에 있는 힘껏 꽂아 버렸다.
"끄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이 빌어먹을 괴물 자식! 으아아아아아악! 아퍼! 아프다구! 제기라아아아알!"
미스터 신시엘씨의 두 눈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왔다. 그의 긴다리는 균형을 잃고 바닥에 고꾸라졌다. 이 광경들을 지켜 본 관객들은 그제야 상황파악을 하고 자신의 구개구를 열어서 스위치 하나를 꺼냈다.
"드디어 미쳐버렸군! 제기랄! 동족 통조림을 그렇게 먹이는것이 아니었는데. 쓸만한 애완동물이었거늘...... 쯧쯧. 개조 비용만 해도......, 젠장! 이렇게 죽여야만 하다니!"
한 관객이 그 소리를 하고 촉수를 바닥에 팍하고 내리쳤다. 그리고 스위치의 버튼을 눌렀다.
"끼예예예예예예예예엨!"
버튼이 눌리고 햨헠흌헼숔씨가 갑자기 부리던 난동을 정지하고 소리를 지르며 콩알만한 눈알을 뒤집었다.잠시 후, 그는 온 몸이 산산조각나서 수 만개의 핏방울과 살점으로 분리되었다.
"바보같은! 게스트를 저렇게 불안정한 애완동물로 하니까 이 꼴이 나지! 젠장,이 방송은 실패군...... 내 투자금은 아쉽게도 날아가게 생겼네. 아이고, 서커스단에 투자한 돈도......"
한 관객이 고개를 저으며 구개구를 씰룩거렸다.
* * *
방송 문제로 미스터 신시엘씨의 이상한 TV쇼를 조기 종영합니다. 시청자 여러분의 양해 바랍니다.
* * *
-完.
출처 - 웃대 (청순한여자가좋아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