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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군사정권…추악한 탐욕과 반인륜적 만행:주색잡기로 찌든 독재자의 밤 ⑥

참의부 |2013.10.30 18:29
조회 197 |추천 0

☞ 박근혜 행정부와 새누리당, 더 정확하게는 서남수 교육부장관과 박승춘 보훈처장, 그리고 뉴라이트교과서포럼에 의해 조직된 한국현대사학회가 찬양·칭송·미화하기 위해 왜곡·날조·은폐시키려 하는 18년 장기집권 박정희 독재권력의 어두운 진실을 적나라하게 ‘까발린’ 김재홍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교수의 최신 저서《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 저자의 직접적 경험과 치밀한 취재를 통해 친일파의 후예, 군사정변 세력이 조작한 잘못된 신화와 삐뚤어진 우상을 깨고 우리 스스로 바른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해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다!

 

◆ “야, 그 얘긴 하지 마!”

 

박정희의 사생활 문란이 10·26사건의 직접원인 중 하나였다는 것을 처음 감지한 사람은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를 담당한 변호인 강신옥이었다. 강신옥 변호사는 박선호의 박정희 살해 가담 동기와 그날의 행적 등을 정리하다가 처음부터 품었던 의문이 풀려감을 느꼈다. 유신독재체제의 핵심권력자들이 모인 술자리에 동석했다는 여인들……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이 바깥에서 술자리 여자를 구해오는 ‘채홍사(採紅使)’ 역할을 직업이다시피 맡아 해야 할 만큼 박정희의 주색잡기 행각은 이미 골수에 미친 병이 되어 있었다.

 

1979년 12월 11일 공판.

 

오전에 박선호·박홍주 등 중앙정보부장의 심복들에 대한 검찰관 사실심리가 끝난 데 이어 변호인(강신옥) 반대신문이 시작됐다.

 

변호인 강신옥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피고인의 대륜중학교 은사라는 것은 알고 있는데 언제 어떤 과목을 가르쳤습니까?”

 

피고인 박선호 “저희 중학교 2학년 때 체육담당이었습니다.”

 

변호인 “피고인은 대륜중학교를 졸업하고 해병 간부후보 16기로 입대했는데 동기생 가운데 진급이 가장 빨랐고, 6개월간 교육받는 해병대학에서는 1등으로 졸업했다는데, 이번 사건으로 죽은 청와대의 정인형 경초처장과 해병 간부후보 동기지요? 피고인은 해병대 장교를 오래 했는데 타군보다 특히 강조하는 해병대 정신을 갖고 계십니까?”

 

피고인 “모든 훈련이나 정신면에서 항상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해병대 생활을 통해서 아직까지 상관의 명령에 불복하거나 배신해본 일도 없습니다.”

 

변호인 “피고는 정보부 총무과장에서 부산지부 정보과장을 하다가 정보부를 그만뒀는데 김 부장이 부임해서 다시 불러 해외에 나가라고 해서 현대건설 사우디 안전과장으로 1년간 근무하고 사직한 후 개인사업을 시작했지요? 장사도 잘되는데 1978년 8월초 김 부장이 불러서 정보부에서 다시 일해 달라고 했다는데….”

 

피고인 “부장님이 정보부에서 근무하도록 바로 명령하셨습니다. 당시 사업을 그만두기에는 좀 아까운 감은 있었지만 부장님께서 지시하셨기 때문에 모든 것을 정리했습니다.”

 

변호인 “피고인이 관리하는 다섯 개 연회장은 대통령이 혼자 사용하시거나 이번에 사건이 생겼을 때와 같이 대통령, 경호실장, 비서실장, 중앙정보부장 이 네 사람이 연회를 가질 때 사용하는 장소라는데 사실입니까?”

 

피고인 “네, 그렇습니다.”

 

변호인 “궁정동 연회가 있으면 청와대 경호실 경호처장 정인형이 피고인에게 전화로 연락을 주는데, 대통령 혼자 올 때는 ‘소행사’라고 말하고 대통령, 경호실장, 비서실장, 정보부장이 올 때는 ‘대행사’라고 한다는데…….”

 

피고인 “그렇습니다만 그 행사관계는 참고로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때 박선호의 진술은 목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소리가 됐다. 뭔가 꺼리는 말투가 역력했다. 강신옥 변호사는 여기서 더 바짝 다그쳤다. 박정희 대통령의 부도덕성과 타락상이 부각될수록 ‘10·26거사’가 명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 “아까 검찰관 신문 시에 얘기하다 말았는데 당일 몇 시 몇 분에 플라자 호텔에 간 일이 있죠?”

 

피고인 “네…….”

 

변호인 “거기에 간 것은 그 날 연회를 도와줄 여자를 데리러 간 거죠?”

 

잠시 군사법정에 침묵이 흐르는 사이에 “야, 그 얘긴 하지 마!” 하는 작은 외침이 박선호의 등 뒤에서 터졌다. 피고인석 맨 앞줄에 앉아 있던 김재규가 박선호의 답변을 제지하는 목소리였다. 김재규는 법정진술에서 박정희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했다. 그는 유신체제와 박정희의 영구집권 욕심에 대해서만 신랄하게 비난했지만 그 밖의 사생활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고 박정희를 호칭할 때마다 깍듯이 “대통령 각하”라고 존칭어를 썼다.

 

그런 그가 이날 공판에서는 박정희의 치부를 덮기 위해 부하의 진술을 막기까지 한 것이다. 오랜 기간 ‘모신’ 상관에 대한 애증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이에 박선호도 잠시 ‘양심선언’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피고인 “……상상에 맡기겠습니다.”(그는 답변 말미에 살짝 웃음기를 띠었다. 그러나 강신옥 변호사는 이날 준비해온 대로 밀고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변호인 “플라자 호텔에서 내자호텔로 간 것도 여자를 데리러 간 거죠?”

 

피고인 “……상상에 맡기겠습니다.”(그가 거듭 답변을 거부했지만 청와대 비밀요정의 채홍사 행각이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박선호의 얼굴표정이 일그러졌다.)

 

변호인 “피고인은 차지철 경호실장이 여자 문제로 더 힘들게 하고, 피고인 자신이 어린애들을 둔 아버지로서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괴로워서 김 부장에게 수차 "도저히 이 일을 계속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면서 그만두게 해달라고 했다면서요? 그런데 김 부장이 "궁정동 일은 자네가 없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하면서 사의를 만류했다는데 사실입니까?”

 

피고인 “제가 근무를 몇 번 꺼렸습니다. 그래서 하기 어렵다는 여러 가지 이유를 김 부장님께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를 신임하시고 자꾸 계속 근무를 원하셨습니다.”

 

변호인 “차 실장은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좋은 여자를 구해달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돈을 한 푼도 도와주지 않고 하도 말만 많아서 피고인이 경호처장 정인형한테 "그러면 당신이 골라서 해라"고 했다면서요? 그랬더니 "청와대에서 고른다는 걸 국민들이 알게 되면 큰일난다"며 안 된다고 하기에 피고인은 "골라놓은 사람들에게 좋든 싫든 말이나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항의까지 했더니, 그 이후에는 차 실장도 잔소리가 적어졌다는데 그렇습니까?”

 

피고인 “……말씀 안 드리겠습니다.”

 

박선호는 나직하게 말아며 눈을 내리깔았다. 강신옥 변호사는 한동안 묵묵히 있다가 교도소 접견 때 이미 그에게서 확인한 대통령 박정희의 주색 문제를 공개해 나갔다.

 

▶ 김재홍 著,『누가 박정희를 용서했는가?』,「‘동굴’ 속의 권력 ‘더러운 전쟁’」, (株)책으로보는세상 編, 2012년 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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