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중에서도 ‘갑’인 해외 장거리 중입니다.
전 미국에 있고 여친은 한국에 있어요. 저에게 있어서는 첫 여친은 아니지만 지금껏 이렇게 좋아해본 사람이 없습니다. 진지하게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구요. 사귄지는 300일 정도에요. 한국에서 사귀다 제가 유학을 간 그런 생이별이 아니라 처음부터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두루뭉실하게 얘기하려 했는데 그냥 글이 길어질 것 같네요. 정확히 말하면 여친이 원래 중학교 동창인데 2년 전 교환학생으로 오게 돼서 재회를 하였고 전 여기서 계속 유학을 하는 중입니다. 그 것도 사실 중학교 동창이란 사실 하나만으로 밥이나 한 번 먹자 하고 만났다가 제가 호감을 갖게 됐고 여차저차 해서 한 번 더 만났어요.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학교가 제가 다니는 학교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이라 자주 보고 할 수 있는 환경이 못 됐어요. 하여간 저도 여자친구가 있던 학교 주변으로 여행 간다고 핑계를 대고 한 번 더 만났고 완전히 반해버렸죠. 하지만 두 번 째 만났을 때가 여친의 교환학생 기간 마지막 무렵이라 바로 일주일 뒤에 한국으로 가버렸어요. 다행히 저희 집엔 070 전화가 있어서 한국으로 쉽게 전화를 할 수 있는 상황이라 제가 연락을 다시 하게 됐고 그렇게 저흰 매일 같이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전화비가 10만원이 넘게 나와서 한국에 계신 부모님이 전화 끊어버린다고 혼내시기도 하고 그랬죠. 저도 처음엔 제 감정을 오해한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에서도 친구를 어느 정도 많이 사귀고 나름 재미있게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여친을 만났을 때 느낀 감정이 사실 반했다기 보다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불알 친구 보는 느낌이었거든요. (여친한테 불알 친구란 말을 하진 않았습니다ㅋㅋ)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었어요. 그런 거 있잖아요. 대학교 때 사귄 친구가 아무리 친해져도 고등학교 친구만큼은 안된다고 (이 것도 다 각자 나름이겠지만요..) 그런 것처럼 저도 미국 와서 사귄 친구가 아무리 많더라도 저도 모르게 외로움을 타고 있었는지 그런 상태에서 여친을 만난 거고 이게 반한 게 아니라 오랜만에 옛 친구를 만나서 느끼는 그런 거라고 저 혼자 그 감정을 애써 감추려 했지만 결국엔 제 자신을 속이진 못하겠더라구요. 결국 저도 인정하고 어느 정도 시간을 둔 뒤 전화로 고백을 했습니다. 그 고백을 했을 때가 대략 제가 한국에 가기 두 세 달 전이었습니다. 처음엔 여자 친구가 제 고백에 당황해서 연락을 끊어버리면 어떡하나 너무 걱정을 했었는데 다행히 잘 받아주더군요. 그 때부터 사귀기 시작했단 말은 아니고 사귀어 달라고도 안 했습니다. 그냥 제가 좋아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그리고 제가 곧 한국을 가는데 그 때 보고 결정해주면 안되겠냐고 사정사정 했더랬죠. 하여간 그렇게 지내다가 한국을 가기도 전에 잘 안됐어요. 그 것도 한국 가기 한 달 남기구요. 여친이 졸업반이라 취업 준비하고 바쁜 상태에 스트레스가 많았었습니다. 어쨌든 그 땐 정말 속이 쓰리더라구요. 공부는 안되고, 그 여자앤 계속 생각 나고. 혼자서 ‘나쁜 년’이라고까지 욕을 했다가 다시 저 혼자 미안해하고. 어쨌든 한국 가는 항공권은 이미 사놨고 그렇게 한국에 갔습니다. 괜히 혼자 또 비행기 안에서 그 애 생각을 하게 될 까봐 한국 가기 일주일 전부터 연락을 안 했습니다. 파이널이라 바쁘기도 했구요. 한국에 도착해서 와이파이 연결해보니 카톡 하나가 와있었어요. 미국에서 출발하고 거의 10분 뒤에 ‘혹시 출발했나?’ 하고 와있어서 한국 왔다고 답장 보냈습니다. 부모님이 지방에 계시고 밤이 늦어서 집 도착하기 전까지 카톡은 못했죠. 하여간 그 날 집에 도착하니 밤 12시고 그래서 다음 날 연락을 하게 됐습니다. 미국에서 잘 안됐을 때 사실 미련이 남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난 동창인데 평생 무시하고 살 수는 없을 것 같아 앞으로 친구로 지내자고 하고 일부러 연락도 가끔 하고 그랬습니다. 한국 와서 있는 한 달 반 사이에 그래도 두 번은 봐야지 하고 있던 터라 언제 볼까 물어봤습니다. 그 때 여자 친구가 취직을 한 상태여서 ‘회사원 사정 봐줘야지, 너 편할 때 보자. 언제 볼까?’ 했는데 모레 보자고 하더라구요ㅋㅋㅋ. 그니까 제가 금요일 밤 늦게 집에 도착을 하고 밤에 카톡을 했는데 토요일 넘기고 일요일에 서울 오라고. 전 지방이고 여친은 서울에 취업을 했거든요. 저도 근 2년만에 본 부모님인데 도저히 안 될 것 같다고 하다가 네가 심지가 굵지 못한 놈이라 결국 토요일에 부모님한테 말씀 드리고 일요일에 서울로 갔습니다.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5시 반 차 타고 9시에 여친 집 근처까지 갔어요. 그렇게 긴장되는 마음으로 전 커피빈에서 기다리고 여자친구가 들어오는 걸 보는데 참 예쁘더라구요. 하여간 그렇게 첫 날 만나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습니다. 딴 사람들이 보면 제가 참 호구처럼 보일 텐데 그 날 선물도 줬어요ㅋㅋ. 미국에서 잘 안되기 전에 한국 가면 선물해줘야지 하고 샀던 머플러하고 귀걸이가 있어서 사놨던 게 있었거든요. 신발 사러 갔다가 여자 친구만 좋은 일 시켰네요ㅋㅋ. 근데 잘 안되고 나서 이걸 다른 사람 주려고까지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처음 살 때 그 마음이 있어서 차마 다른 사람한테 주진 못하고 그냥 그래도 한국 와서 ‘네 생각하고 산 선물이니까 네가 받았으면 좋겠어.’ 하고 줬더랬죠. 비싼 건 아니었어요. 저는 학생이라 저도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걸 한 거였구요. 명품이나 그런 거 ㄴㄴ. 그냥 적당한 선이었구요. 그 날은 그렇게 당일치기로 서울 갔다 왔구요. 그날 집 와서 잘 때 혼자서 베게를 적시면서 잤습니다. 원래 노래 틀어놓고 잘 안 자는데 포맨의 ‘그리워 그리워’가 어찌나 제 가슴을 후벼 파던지.. 근데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심지가 굳은 남자가 못됩니다. 또 그렇게 연락을 계속 하게 되고.. 이번엔 여자친구가 먼저 물어보더라구요. ‘크리스마스 때 볼까?’ 했어요. 한국 오자마자 부모님을 뒤로 하고 서울 간 게 찔려서 크리스마스 때는 가족들하고 같이 있으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크리스마스 이브 때 스케줄 어케 되냐고 물어보니 회사를 다니고 있어서 빼지 못하고 저녁밖에 시간이 없어서 그럼 저녁에라도 잠깐 보고 오자라는 심산으로 24일에 보자 했더니 ‘그래! 24일에도 보고 25일에도 보면 되겠네!ㅋㅋ’ 하더라구요. 그 때 제가 크리스마스 땐 안 된다고 차마 말을 못하고 또 부모님의 가슴을 후벼 팠네요ㅋㅋㅋ. 저희 아버지도 어머니를 사랑하시니 절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ㅋㅋ. 그리고 여친이 공짜로 받은 롯데월드 티켓이 있어서 24일엔 저녁 먹고 술 한 잔 하고 25일에 같이 가기로 했습죠. 하여간 24일 만나서 저녁을 먹으려고 했는데 저의 불찰로 레스토랑 예약이 안됐어요. 그래도 다행히 여친이 실망하는 기색 없이 바로 술 마시러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둘이 막걸리 집으로 가고 그 땐 정말 연인처럼 보냈습니다. 제가 안주 먹여주고 여자 친구는 절 먹여주고ㅋㅋ 처음 만났을 때 선물을 다 준 게 아니라 하나는 혹시 몰라 그냥 나뒀다가 이번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하고 줬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시간이 지나다 시간이 늦었고 여자 친구 사는 오피스텔 근처까지 데려다 줬습니다. 전 찜질방에서 자거나 할 생각이었어요. 근데 집 가까이 오니 여자 친구도 우물쭈물 하더라구요. 그냥 보내기도 뭐한 것 같고. 그래서 제가 그냥 ‘내일 보자!, 안녕’ 하고 건물 안으로 밀어놓고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괜히 더 오래 있으면 제 의지도 흔들릴 것 같아서ㅋㅋ. 그렇게 전 잘 모르는 서울 지리에 주변 와이파이 되는 곳 찾아서 가까운 찜질방을 검색하는 찰나에 카톡으로 얼른 오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또 그렇게 심지 얇은 전 또 여자 친구 오피스텔로 갔습니다. 집까지 들어가서 같은 침대엔 안 잘 거라고 그렇게 식탁 의자에 앉았다가 여자 친구가 침대 안에서 같이 자자고 해서 결국 같이 잠만 잤습니다. 이쯤 되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도 저희가 공식적으로 인정만 안 했지 서로에게 깊은 감정을 이미 갖고 있는 건 알겠죠 뭐. 전 찜질방에서 자려고 계획을 해서 속옷만 따로 챙겨온 터라 잠옷이 없어서 티셔츠에 청바지 입고 잤네요. 잠도 서로 등을 맞대고 잔 게 아니라 아에 처음부터 거의 껴안듯이 하고 잤습니다. 자면서 보는데 화장 지운 얼굴도 너무 귀엽고 예뻐서 입술을 제외한 이마, 눈, 코, 볼에 이따금씩 뽀뽀도 해주고 그랬습니다. 그리고 술을 좀 많이 마셨는지 중간중간에 깨서 물을 찾을 때마다 제가 냉장고에서 물 꺼내서 먹여주고요ㅋㅋ 완전 애기가 따로 없더라구요. 하여간 그렇게 저희 첫날 밤(?)은 지나 갔어요. 그리고 다음 날은 예정대로 롯데월드 가서 놀고 그렇게 집에 왔네요. 하여간 저흰 그렇게 서로 마음만 확인을 하다가 여자 친구도 결국 자기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1월 중순이 되어서야 저랑 사귀기로 했습니다. 그 전에도 제가 아무리 좋아도 장거리는 못 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하다가 포기하더라구요. 그 사이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너무 길어질 것 같아 더 못쓰겠구요.. 전 또 1월 말에 뱅기타고 미국으로 가야 하는 입장이라 그렇게 저흰 생이별을 하게 됐어요. 에휴. 저희 둘 다 장거리는 처음이라 처음엔 옥신각신 많이 했어요. 전 어떻게든 연락을 더 하려고 하고 여친은 회사 다니고 회식도 있고 친구들도 가끔 봐야하고 그러느라 제가 원하는 만큼 연락을 할 수도 없고. 그래도 운 좋게 봄에 여자친구가 출장으로 미국에서 ‘3일’정도 지낼 수 있게 돼서 그 때 3일을 3초처럼 놀고 또 여름엔 계획에도 없던 한국을 2주 가까이 보낸 게 지난 겨울을 제외하곤 저희가 만난 전부입니다. 그래도 항상 연락할 때마다 제가 이만큼 사랑할 수 있는 여자를 언제 만나겠어 하면서 보고 싶은 마음만 커져가네요.
사실 요새 여친하고 좀 티격태격 많이 합니다. 여자친구가 애기 같은 면이 많아서 조금 이기적인 모습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조차 예뻐보였는데 요샌 받아주기만 하는 저도 많이 지치더라구요. 과연 제가 잘 해나갈 수 있을지 조언을 구하려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다 쓰고 보니 ‘지친다’ 보다 ‘다시 한 번’이란 생각이 먼저 드네요. 뭐 판을 잘 보지도 않고 쓴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저도 한 번 써봅니다. 미래가 어찌 됐든 지금 여친을 많이 사랑하고 현재에 충실해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장거리 커플들이 있으면 파이팅을 드리고 싶습니다ㅎㅎ. 긴 글 봐주셔서 감사해요ㅋㅋ